단순하게 부자가 조금 덜 잘살고 가난한 사람이 조금 더 잘살면 사회와 개인에 어떤 품위가 부여되는지 실감이 되더군요. 그쪽 나라에도 물론 소득에 따라 사는 수준의 차이는 있습니다만, 우리나라 처럼 사는 차원이나 세상이 다를 필요는 없습니다. 스웨덴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 축인 분들에게 오래 신세를 졌었는데 세금이 지나치다며 불평을 해도 그 분들 역시 더 많이 버는 사람들이 세금을 많이 내고 약자를 보호해야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시더라구요.
가장 좋은 대학을 나오고 전유럽에 지사가 있는 기업을 운영했던 분이 페인트 칠해주시는 분 옆집에서(물론 규모도 크고 삶을 즐기는 씀씀이야 다르긴 다릅니다만 외관상 본질 자체가 달라 보일 정도는 아니고 스웨덴의 대부분 사정이 그렇듯 사람이나 집이나 삶이나 다 비슷비슷해 보입니다) 손수 정원을 가꾸고, 가구를 만들고 집을 수리하며 "일할 수 있는 육체가 축복"이라는 정신을 삶에서 실천해 보이시는 것, 어떤 책보다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왔으니까요. 북유럽은 세금이 높아 소위 가장 잘사는 최상위 계층에게도 근검 절약이 생활화되어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에 비해 씀씀이가 너무 크잖아요. 저도 미혼 여성입니다만 젊은 여성분들이 명품백 드립하는거 이해가 안됩니다;;-_-
열심히 일할 생각이 있으면 일자리를 찾을 수 있고, 실제로 열심히 일할 수 있으면 누구나 충분히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결과적으로 보장이 된 나라가 스웨덴 같습니다. 일할 기회도 그럴 지언데 공부는 오죽하겠습니까. 스웨덴의 그 유명한 학자금 지원은 돈이 없어 배움의 기회가 차단되는 상황은 그 나라에서 불가능할 정도이고, 영국의 학자금 지원과는 또 다른게, "능력이 안되면 안갚아도 되고" "은퇴 연령이 되면 자동적으로 빚이 소멸"되더군요. 물론 학자금 지원 덕을 본 대부분의 스웨덴 사람들은 능력껏 일찍 갚으려고 하긴 합니다.
우리가 착각하는 것이 스웨덴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자유분방할 것이라는 부분인데, 스웨덴 분들은 차분하다 못해 차갑고 조용하며 원칙적이라 쉽게 친해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신뢰하게 되면 우리나라 어른들처럼 정이 깊은 분들도 스웨덴 분들이구요. 그 개방성이라는 것은 상상할 수 있는 최대한의 관용과 맞물려 성별, 연령, 교육, 민족의 차이에 차별을 두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가더군요. 난민과 미혼모가 보호받는 수준을 넘어, 어떻게 저렇게까지 서로의 사회적 지위에 편견 없이 지낼 수 있을까 궁금하게까지 만들더라구요.
그 모든 변화는 사민당이 집권하면서 세금 정책을 바꾸고, 그래서 빈부격차가 줄면서 시작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모든건 시스템이죠. 제가 우리나라의 미래에 기대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 영국에서도 살아봤는데 영국의 복지 시스템이 영리하지 못하게 운영된다는 인상은 늘 받고 맙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나라이기는 합니다만 영국은 전통적으로 삶의 질이라는게 높은 나라가 아니고 불합리한 상황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이는 게으른 민족이라는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사족이지만... 유럽에 이민 가는거 미국이나 호주에 비해 정말 힘듭니다. 영국은 거의 쇄국 수준으로 비자 정책을 까다롭게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고 스웨덴 마저 이민 정책을 보수적으로 바꿨다고 하네요. 그런데 영국이나 스웨덴에서 살다보면.. 우리뿐 아니라 특히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목숨 걸고 이민 오려 합니다. 살기 좋은 나라인 만큼 이민 역시 쉽지 않다는 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