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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컬럼,글

이마트 피자 정용진과 한 판 붙은 나우콤 문용식,할 소리 제대로 했네!!

by skyrider 2011. 2. 8.

“상식적으로 얘기하는 사람이 ‘좌빨’이라면 난 ‘좌빨’하겠다”

정리 |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  ㆍ[김제동의 똑똑똑](23) 나우콤 대표 문용식

    몇 달 전 ‘한밤 트위터 설전’ 때문에 주목받은 사람이 있다. 나우콤 문용식 대표(52)다. 그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서로의 트위터를 오가며 ‘키보드 배틀’을 펼쳤다. 문 대표는 정 부회장의 트위터에 “슈퍼 개점해서 구멍가게 울리는 짓이나 하지 말기를, 그게 대기업이 할 일이니?”라는 댓글을 달았고, 정 부회장은 “문용식 대표님이 저에게 보내신 트윗, 마지막 반말하신 건 오타겠죠?”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면서 둘 사이에 치열한 설전이 오갔다. 덕분(?)에 두 사람은 검색어 상위에 랭크됐고, 상대적으로 덜 유명했던 문 대표가 주목을 받았다.

    나도 ‘트위터 설전’이 아니었더라면 문용식이라는 인물에 대해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우콤이라는 IT기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인이, 같은 기업인과 설전을 벌인 이유가 궁금했다. 대학시절 ‘시국사범’으로 6년 가까운 세월 동안 감옥에 있었고, 최근에도 아프리카TV 운영자로서 ‘저작권 방조혐의’로 구속된 이력도 눈길을 끌었다. 

“지금 대한민국 키워드는 불안이에요. 상위 10%만 OECD 동종업종보다 더 높은 소득을 받고 나머지는 모두 불안하고 어려워요. 이런 사회가 오래갈 수 있을까요?” “결국 이야기는 한 군데로 가네요. 같이 잘살아야 한다는 거죠.” 처음 만난 김제동과 문용식, 두 사람은 우리 사회의 정의와 IT문화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 이석우 기자 photop1@kyunghyang.com

- 오기 직전에 뉴스 보니까 벌금형으로 감형됐다는 기사가 나왔어요.

“1심에선 집행유예가 나왔고,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됐는데…. 상고했어요. 발단은 저작권 문제였죠. 불법복제된 영화파일 유통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촛불’ 때문에 괘씸죄가 됐죠. 나우콤이 운영하는 아프리카TV가 촛불집회 영상을 생중계했거든요. 대검에서 구속수사를 지시했고, 당시 난리가 났어요. 저작권 방조로 구속한 사례는 없었거든요.”

- 그런데 저작권을 보호해야 하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시는 거잖아요.

“동의하죠. 보호해야 하고요. 그런데 지금 법은 저작자 보호에만 집중돼 있고 공정한 이용에는 너무나 무관심해요. 현행 저작권법은 근본적으로 개정돼야 하거든요. 이 법은 창작물이 희소하던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졌어요. 지금은 디지털 시대죠. 책은 종이에 인쇄된 형태로, 음악은 음반을 통해서만 듣던 시대를 지나서 아이폰에 책, 영화, 음악이 다 들어가는 시대란 거죠.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저작권 보호체계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소비자는 무제한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하되 그만큼 창작자가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거죠.”

- 어떻게 보상하느냐가 문제일 텐데요.

“디지털 문화를 향유할수록 이익을 받는 업체들이 있어요. 디지털 기기를 파는 업체들과 통신망, 즉 인프라를 통해 돈을 버는 회사들이죠. 또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콘텐츠를 유통시켜주는 사이트들도 있어요. 결국 그런 업체들이 버는 돈의 일정 부분을 디지털 문화 향유세 형식으로 내도록 해서 재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디지털은 모든 사용기록이 로그로 남기 때문에 창작자에게 그만큼 보상해주면 되는 거죠. 소비자에게 직접 일일이 돈을 받으려 하지 말자는 거죠.”

- 직접세 형식으로 된 것을 간접세 형식으로 전환하자는 거네요.

“그렇죠. 노래방에서 많이 불리는 노래에 따라 저작료를 내잖아요. 노래방 기계도 이런 식의 보상 체계를 만드는데 디지털에서 못할 게 뭐가 있나요. 이것부터 바로잡아야 디지털 시대 일류국가가 될 수 있어요. 4대강 삽질로는 안돼요. 앞으로 대한민국은 지식문화강국으로 가야 하거든요.”

- 해외 사례는 어떤가요?

“모든 나라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어요. 그런데 어느 누구도 시도를 못하고 있죠. 지금 이대로는 모든 국민을 범법자로 만드는 꼴이거든요.”

- 그러니까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 이익을 누리는 과정에서 피해보는 사람이 없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대안적 보상체계를 만들자는 이야기인 거네요. 아까 트위터 이야기도 잠시 하셨는데 문 대표님과 정 부회장 간의 트위터 논쟁, 안여쭤 볼 수 없네요.

“처음엔 다른 사람이 리트윗을 해주면서 보게 됐어요. 정 부회장이 자사의 복리후생에 대해 자랑하는 내용이던데 보면서 좀 화가 나더라고요. 피자 팔아서 동네 피자가게 다 죽이면서 자기 회사 복리후생 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시비를 걸었죠. 처음엔 대응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맞받아 오기에 논쟁이 붙었던 거죠. 지금도 전 그 생각에 변함이 없어요. 이마트에서 1000명이 일한다고 했을 때 900명은 하청업체의 비정규직이에요. 하루 14~15시간 뼈빠지게 일해도 한달 월급 150만원 남짓인 그들의 희생과 착취가 있었기 때문에 소수의 사람이 분에 넘치는 보상을 받는 거죠.”

- 그런데 논쟁의 요지는 다른 쪽으로 튀었죠.

“달 보라고 가리킨 손가락 보고 뭐라고 한 격이죠. 그래요. 제가 반말했어요. 그런데 그것 가지고 좌빨이라며 이념적으로 시비를 걸대요. 대기업 보고 바르게 하라고 했는데 그걸 왜 좌빨 취급하죠? 거기에도 많이 화가 났어요. 그랬더니 왜 분노가 많냐고, 분노로 사회가 멍든다고 해요. 사실은 대기업의 탐욕이 사회를 멍들게 하는 것 아닌가요?”

▲ “저작권법은 바뀌어야 한다… 저작자 보호만 집중 말고 소비자도 무제한 향유케”
▲ “그러니까 창작자·소비자 모두 이익을 누리는 과정에서 피해보는 사람이 없도록 대안적 보상체계를 만들자는 말씀이시죠.” - 김제동


- 그런데 대표님 역시 기업을 하시는 입장이잖아요. 일견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 않나요? 기업운영철학의 차이로 볼 수도 있는 거고요.

“이건 기업경영 철학의 차이가 아니고 기업이 본연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이에요.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역할이 고용창출, 세금납부예요. 그런데 대기업은 그 두 가지를 제대로 안합니다. 돈만 벌면 되니까 정규직을 갈수록 줄여요. 또 탈세해서 조사만 하면 비자금이 수조원씩 나와요. 그래놓고 사회봉사 한다며 생색내요. 기부 안해도 좋으니까 세금이나 제대로 내라고 하고 싶어요.”

- 전 이런 갈등을 볼 때마다 답답해요.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다 잘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꿈일텐데, 왜 안되는 걸까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대기업의 힘이 무지막지하게 커요. 30대 대기업의 상장주식 시가 총액이 전체 상장주식 시가총액의 50%를 넘어요. 전자부터 식품, 건설, 유통, 금융까지 문어발식이고…. 미국의 구글이나 애플이 건설, 식품을 하나요? 대기업이 통크게 해야지 구멍가게와 경쟁하는 건 너무 쪼잔한 것 아닌가요? 또 대기업이 자기들이 잘나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잖아요. 군사정권이 얼마나 대기업을 보호해줬나요. 노동조합 못 만들게 하고, 저임금으로 착취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런 국민들의 희생 위에서 성장한 것이 대기업이거든요. 제가 보기에 대한민국에서 공무원, 공기업, 수출대기업은 이미 특권층이에요. 상위 10%를 차지하죠.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대기업의 마른 수건 짜내기 전략에 미래가 불안해요. 그러니 연구개발은 어림도 없죠. 경영자들이 이럴진대 종사자는 말할 것도 없죠. 영세상인은 망해가고 청년백수가 양산되죠. 정말 불안한 사회가 된 거예요. 상위 10%만 OECD 동종업종보다 높은 소득을 받고 나머지는 모두 불안하고 어렵죠. 이런 사회가 오래갈 수 있을까요? 더 큰 불행이 오기 전에 가진 것을 내놓고 나누어야 해요.”

예전에 뵈었던 안철수 선생도 정직한 기업이 잘되고 성공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 힘있는 사람들에게 꼬치꼬치 따지시는 게 정말 ‘좌빨’이시네요. 하하.

“이 사회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이야기를 하면 좌빨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전 자랑스럽게 좌빨이라고 하겠습니다.

- 감옥에 갔다 오셨잖아요. 그게 부끄러운 건가요? 비교하는 건 좀 그렇지만 일제 치하에 감옥 갔다 온 독립유공자에게 ‘너 감옥 갔다 왔잖아’라고 말하는 것은 논지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역사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봐요. 지금은 재벌이 정치권 눈치 안봐요. 예전 중앙정보부에 가서 기업인들이 콧수염 뽑히던 그런 세상은 아니잖아요. 이렇게 변한 건 수십년간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고초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감옥 다녀온 사람이 있기 때문에 자기가 두 다리 뻗고 살고 있다는 고마움과 예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정용진씨와의 ‘트위터 설전’, 달 가리킨 손가락 보는 격… 대기업 탐욕 지적했을 뿐”
▲ “이런 갈등 볼 때마다 답답하다. 대기업·중소기업 모두 다 잘되는 게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걸 텐데 왜 안 되는 걸까?” - 김제동


- 20대 절반을 감옥에서 보내셨던데 그때 혹시 연애하고 계셨나요?

“저 때문에 집사람이 고생했죠. 옥바라지를 해야 하는데 직계 존비속이 아니면 면회도 안되고 편지도 못 써요. 그래서 제 옥바라지를 하려고 혼인신고를 했어요. 서류상으로 아내가 돼서 옥바라지를 할 수 있게 된 거죠. 서울에 홀로 계신 어머니 집에서 직장생활하면서 시누이 학교까지 가르쳤어요.”

- 평생 아내를 업고 다니라는 소리 많이 들으셨겠네요. 저한테는 왜 그런 분이 안나타나는 걸까요? 여차하면 제가 옥바라지 할 수 있는데….

“하하. 옥바라지 그거 아무나 못하는 겁니다. 제동씨가 옥바라지 하면 전 매스컴이 떠들썩하겠네요. 순애보의 주인공으로….”

- 하하. 그냥 해본 소리죠. 저 그렇게 순정있는 놈 못됩니다. 지금 인터넷이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를 놓고 부작용을 내세우며 전체 시스템을 압박하려는 움직임이 많잖아요. 그런데 압박하려는 당사자들도 소셜 네트워크를 사용하면서 왜 그런 거죠?

“무서운 거죠. 그러니까 통제하려고 하는 거고. 대중을 조직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한 무기거든요. 촛불 집회도 그런 것이 발판이 됐죠. 예전의 대중은 지도자가 조직했지만 지금은 대중 전체의 공감을 바탕으로 해요. 일방향이던 미디어가 쌍방향으로 바뀌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의 정신도 균형을 잡아가는 거죠. 아무리 신문과 방송이 보수화되어도 소셜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쏠리지 않거든요. 과거에 권력을 누렸던 올드 미디어가 전전긍긍하고 있어요. 예전에 보수 매체들이 뭐라고 주장하면 하룻밤 사이에 여론이 바뀌었지만 지금은 백날 해도 안바뀌어요. 그러니 시비를 걸고 꼬투리를 잡으려 하죠. 권력 상실에 대한 불안감으로.”

- 이건 딴 얘기인데, 선견지명이 참 대단하신 것 같아요. 아무런 기반도 없던 80년대에 IT 쪽으로 눈돌리기는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엄밀히 말하면 호구지책이었어요. 감옥 갔다와서 나이도 많은데 대기업이 뽑아주겠어요, 국가고시가 되겠어요? 그렇다고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아이디어로, 소액의 자본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었죠.”

황무지에 청춘을 던진 벤처 인생. 20년 넘게 밭을 갈아온 그 꾸준함이 IT강국의 뿌리를 다졌으리라. 그렇다면 남은 삶을 나와 함께 개척해보겠다고 마음먹은 여성분 없으신지. 난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완전히 ‘벤처’는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