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통 송민순이 본 이집트와 북한 | ||
| ||
야당 국회의원이라기보다 외교안보 전문가라는 평가가 더욱 잘 어울리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이집트 민중혁명을 보면서, 대북정책을 어떻게 취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www.mssong.or.kr)에 올렸습니다.
왜 미국이 독재정권인 이집트를 30여년간 그토록 보호해왔는지, 그리고 이런 시각에서 중국은 왜 `불량정권' 북한을 사사건건 지지하고 있는지를 강대국 이해관계의 관점에서 객관적, 역사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집트에서 자발적인 민중혁명이 성공한 요인을 분석하면서, 북한을 변화시키려면 우리가 어떤 정책을 취해야 할 것인지를 잘 분석했습니다. 간단히 결론을 말하면, 아무런 효과 없는 대북고립, 붕괴전략을 버리고 북한 주민의 민주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햇볕정책이 답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웁니다. 이집트의 민중혁명은 북한 문제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역사 거울'입니다. 외교안보 전문가 송민순 전 장관의 글을 보면서 작은 우물을 벗어나 세계적 관점에서 북한 문제를 한 번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그의 글 전문입니다. 이집트와 미국, 북한과 중국 2011.2.15(火) 송 민 순 30년간 파라오처럼 이집트에 군림하던 무바락이 지난 11일 퇴진했다. 민주화를 향한 이집트 국민들의 열망, 즉 역사의 흐름에 무릎꿇은 것이다. 이번 '나일(Nile) 혁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세계 정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로서는 우선 중동을 넘어 북한의 장래,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를 좀 큰 눈으로 바라보는 계기라고 생각한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이 무바락의 장기독재가 좋아서 지원한 것은 아닌 것처럼 중국 역시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좋게 받아들여 지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세습은 사회주의 이념으로도 용인하기 어렵다. 굶주린 주민들이 압록강과 두만강을 끊임없이 넘어오는 것도 중국을 힘들게 한다. 그 와중에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하면서 중국의 주변지역 정세를 불안하게 한다. 이웃 일본, 한국, 대만으로 이어지는 핵확산까지 야기시킬 수 있기에 위험하고 밉기 그지없을 것이다. 그래도 중국은 다른 마땅한 대안이 없기에 북한정권의 행태를 ‘울며 겨자먹기’로 참아낸다. 중국 사람들에게 “왜 그런 북한을 그냥 두느냐”고 물으면, “‘우리 식’으로 북한을 설득하고 권유한다”고 대답한다. 그 ‘우리 식’이란 ‘북한을 설득하고 압박하되, 대책 없이 붕괴될 정도까지는 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서방세계가 지난 30년간 무바락 정권을 대했던 태도처럼, 아직은 한반도에서 중국의 국가이익은 북한의 안정 유지가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아랍에서는 “이집트가 가는 곳에 아랍국가들이 따라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집트는 중동의 추축(樞軸)이다. 그래서 주이집트 미국대사관은 미국의 전세계 해외공관 중에서 최대규모이다. 75년 이후 미국의 대이집트 개발원조 총액만 해도 280억불이나 되고, 이와는 별도로 지금도 매년 13억불 상당의 군사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자국의 전략적 위치와 서방의 필요를 교묘하게 활용해 온 무바락의 장기 독재도 ‘시민들의 깨어남’을 막을 수는 없었다. 지금 미국은 이집트가 최대한 안정을 유지한 가운데 민주화로의 전환을 이루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안정도 민주화도 아닌 또 다른 혼란으로 이어질 지 미지수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이집트발 민주화 운동이 자칫 중동에서의 이슬람 근본주의의 확산이나, 자원민족주의의 부활로 이어질까봐 노심초사중이다. 그럼 북한으로 눈을 돌려보자. 무바락의 축출은 분명 북한 정권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을 것이다. 세습독재를 구축한다는 것이 나라 전체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일족에게도 얼마나 위험한 지 알아야 한다. 김정일 일가는 이집트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시각에서 북한을 관찰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다르다. 첫째, 정권 자체가 철저히 통제하고 있지만, 기실 외부의 제재와 고립정책이 김정일 정권의 이런 통제정책을 도와주고 있다. 풍선이나 라디오를 날려 보내는 정도로 이집트 현상을 기대하는 것은 초라한 시도이다. 이집트는 연간 1,200만명에 이르는 관광객들이 나라를 누볐고, 관광업이 국내총생산(GDP)의 13%에 달한다. 직접 관광업에 종사하는 인구만 200만명이 넘는다. 무엇보다 8천만 인구 중 인터넷사용자가 2천만명(25%)에 달하고 휴대전화가 5,500만대(70%)가 보급되어 있다. 통신과 이동의 자유가 없고, 철저한 감시.통제 속에 사는 북한에게 일회성, 단발성 정보전파로는 이집트에서와 같은 거대한 민심이 깨어나고 조직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둘째, 북한은 자체 통제와 외부 고립 결과 주민의 의식수준이 이집트 국민들과는 차이가 많다. 이집트인들은 파라오적 통치에 대해 ‘이제 그만’을 외치지만 북한은 아직 왕조통치에 반기를 들 기류가 조성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실제 북한 이탈주민들에게 김정일-김정은 승계에 대해 물어보면, 세습 자체보다는 ‘왜 장남이 아닌 3남에게 넘기려하느냐?’는 반응이 더 많이 나온다고 한다. 북한주민들의 의식을 반영한다고 본다. 북한 주민들은 산업사회, 민주사회를 경험하지 못했다. ‘주권재민’이나 ‘시민권’이나 하는 개념이 사회전체에 없다. 권력승계는 당연히 받아들이지만 ‘그런데 왜 3남이냐’하는 왕조국가의 신민 의식이 일반 주민들에게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왕조에서 잠시 일제식민지를 거친 후 다시 김씨 왕조로 넘어간 역사가 남긴 후유증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군부를 포함한 권력 엘리트가 집단적 포위 의식(Collective Siege Mentality)에 빠져 있다. 지금과 같은 북한에서는 "무슬림 형제단(Muslim Brothers)"과 같이 조직된 힘을 가진 반체제 세력이 등장하기 어렵다. 또한 김씨 왕조가 붕괴하고 다른 권력 엘리트가 등장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집단적 포위 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위로부터의 개혁.개방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넷째, 해외 후원세력에 차이가 있다. 무바락 체제의 마지막까지 저울질을 하던 서방세계는 스스로 표방해 온 가치가 있기 때문에 그를 더 이상 지지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몰렸다. 또한 누가 되던 시민세력이 미래권력이 될 것이 거의 확실해졌기 때문에 향후 이집트와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시민들 편에 설 수밖에 없었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아무리 개혁.개방을 요구해도 정권은 당연히 거부한다. 체제가 붕괴될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고, 나아가 개방을 관리할 능력 자체도 없다. 결국 북한정권도 ‘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리고 어느 단계에 가서는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개방’해야 하는 방식으로 이끌어 가는 것만이 우리의 선택일 것이다. <!--[if !supportEmptyParas]-->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야 하는 책무는 중국이나 미국이 아닌 대한민국에 있다. 서방이 가치관과 원칙에 맞지 않지만 무바락 정권을 유형.무형으로 30년간 지원했고, 중국이 커다란 부담을 안고도 북한 정권을 받쳐주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명분과 도덕이 아니고 국가이익이다.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은 북한에서 이집트와 같은 해방 현상을 보는 것이다. 그 길은 두 갈래다. 두 가지 모두 결과의 불확실성을 띄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집트의 사례를 보면서 북한과의 접촉과 교류를 늘려 나가는 것이 역사에 입각한 논리적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사에 있어 많은 변혁의 현장에서 주변 강국들이 찾는 정책결정의 마지막 잣대는 “주민들의 의지”다. 북한 주민의 의지가 결집되고, 그 결집된 힘이 한반도 통일로 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명문 컬럼,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사는 선택과목,그나마 영어로 시험보자고? 서울대총장,총리였던 사람이? (0) | 2011.02.18 |
---|---|
mb면전에서 "4대강 하느리 돈 부족해서 신용카드공제 없애냐?" (0) | 2011.02.17 |
맞아! 바보놈현은 사육당하는 게 체질인 검찰을 놔 줬다가 당한 거야! (0) | 2011.02.16 |
300억뿐이 아니라 정수장학회,능동어린이대공원,부산일보사,영남대학교등등 (0) | 2011.02.16 |
믿으라고 하지 않아도 믿을 수 있어야하는데....ㅠㅠ (0) | 2011.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