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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컬럼,글

한상률,도망간지 2년만에 제발로 온걸 보면 "기획출국","기획귀국"이 맞나?

by skyrider 2011. 2. 26.

[사설] 검찰, ‘한상률 의혹’ 어물쩍 덮고 넘어가선 안 된다
한겨레
현 정권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의 핵심에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미국 체류 2년 만에 갑자기 귀국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이어진 태광실업에 대한 특별세무조사, 국세청장 연임 로비 의혹,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 실소유주 여부 등 그가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안들은 하나같이 메가톤급 위력을 가진 사안들이다. 정국에 폭풍을 몰고 올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지 국민은 그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물론 한 전 청장이 순순히 입을 열 리는 만무해 보인다. 한씨는 그동안에도 “나를 둘러싼 모든 의혹은 터무니없는 모략”이라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검찰 수사를 받더라도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모르쇠’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한씨와 권력 사이에 이미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다. 그가 현 정권의 치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무는 대신, 사법처리 배제 등을 약속받고 귀국했을 수 있는 것이다. 2년 전 그가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했을 때도 ‘기획 출국’이라는 말이 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기획 귀국’ 의혹이 무성하다.

검찰은 한씨를 28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등 그동안 중단됐던 수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력의 핵심과 직결돼 있는 의혹의 실타래를 검찰이 제대로 풀 수 있을지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총리실 불법 민간인 사찰 사건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는 언제나 꽁무니를 빼던 게 지금의 검찰이다. 게다가 사안의 중요성에서 이번 사건은 그런 사건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형님권력’은 물론 이 대통령 자신까지 곧바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사안들인 것이다. 과연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수사를 할 수 있을지 회의가 앞서는 건 이런 까닭이다.

그렇다고 검찰이 사건을 어물쩍 덮고 넘어가기에는 이미 늦었다.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제만 해도 “포스코건설 세무조사 과정에서 실소유자가 이 대통령이라는 문서를 발견했다”(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온 상태다. 무엇보다 한씨 자신이 지난 2년간 나라 밖을 떠돌며 도피생활을 한 것 자체가 그의 떳떳하지 못한 처지를 웅변한다. 검찰은 이제 기로에 섰다. 권력의 눈치나 살피며 면죄부나 주다가 특검으로 수사권이 넘어가는 치욕을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