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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입법,행정권력보다 더 센 나라! 검찰공화국!

by skyrider 2011. 5. 10.

"노무현 서거 2년, 검찰은 여전히 군기 잡고 있다"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가 전하는 이야기 9]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11.05.10 21:02 ㅣ최종 업데이트 11.05.10 21:02 하승창 (ourchang)

더 체인지(The Change)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는 대규모 이벤트로서의 컨퍼런스가 아니라 매년 중요한 사회적 의제를 담아내고, 컨퍼런스를 계기로 사람들이 모이고 함께 대화하고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컨퍼런스를 지향합니다. 이와 같은 컨퍼런스의 취지를 살리고 또 참여하시는 분들에게도 사전에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자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하였습니다.

먼저 컨퍼런스에서 기조발표를 해주시는 분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기조발표를 해주시는 분들과의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15가지 주제 테이블의 호스트 역할을 해주시는 분들과의 인터뷰도 기획 중입니다. 꼭 컨퍼런스의 발표자나 호스트가 아니더라도 컨퍼런스의 주제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와 상상력을 제공해주실 만한 분들과의 인터뷰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 15개 주제 테이블 가운데 "제6테이블 : 선출되지 않은 권력, 검찰을 어떻게 시민이 견제할 수 있을까?"의 호스트인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을 만났습니다. 인터뷰는 지난 5월 3일, 장충동의 한 식당에서 진행됐습니다. 
- 인권연대 오창익 국장님, 안녕하세요. 술 한잔하면서 만나는 '음주토크'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커피 마시고 있습니다. 하하하"

 

- 5월 13일 씽크카페컨퍼런스에서 테이블대화 호스트 역을 맡으셨는데, 그날 테이블 주제와 질문이 뭐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어떤 면에서 선출된 권력보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고 있는데, 이게 우리가 지키려고 했던, 우리가 가꾸어 왔던 민주주의 원리·인권의 원리에 비추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특히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고 있는, 그래서 '공화국'으로까지 불리는 검찰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 검찰, 왜 이렇게 강하죠?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 권우성
오창익

- 특별히 이 주제를 선택한 배경은?

"제가 인권운동 하면서 늘 답답했던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검찰은 그야말로 마음먹은 대로 못하는 일이 없는 엄청난 조직인데요, 제가 볼 때 검찰은 사법부인 법원보다도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고, 행정부에서 가장 막강하고 입법부를 능가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의 대통령하고 '맞장' 뜨는 수준인 것 같아요. 행정부 일반, 입법부, 사법부보다는 힘이 셉니다.

 

시험 하나 통과해서 검사가 되는 건데, 이 사람들에게 국민이 그런 권한을 위임해 준 적이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죠.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서 검찰의 폐해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인터넷 글쓰기를 사법처리의 대상으로 삼았던 '미네르바 사건', 대통령의 방송 장악에 검찰이 충직한 도구 역할을 했던 MBC 피디수첩사건, KBS 정연주 전 사장 사건 등을 보면 검찰권이라는 게 사회정의를 위해 쓰여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정권의 정치적 의도, 정치적 목적을 위한 과감한 선제공격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는 거죠.

 

그런 게 반복되다가 2009년에 드디어 직전 대통령이 목숨을 잃는 사건으로 이어집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자결이지만 자살로 보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죠. 사회적 타살로 보이는 측면이 많아요. 검찰의 폐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건으로까지 이어졌고, 그래서 굉장히 많은 시민이 분노하고 검찰 문제에 대해 뭔가 답을 얻어야 한다, 검찰이 개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민이 많아졌지만 실제로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만 2년이 지나도록 검찰개혁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일점일획도 바뀐 게 없거든요.

 

그러면 검찰개혁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진행하려면, 검찰개혁이 가능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요. 국회에서 검찰의 권한을 통제하고 민주적 시민적 통제가 가능한 법률을 제정한다든지 하면 가능할 텐데, 검찰에 약점이 잔뜩 잡힌 국회의원들로선 이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면 검찰 문제에서 좀 자유로운 시민이 직접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방법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겠다고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이번 컨퍼런스에도 아주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그런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감시 시스템을 의회에서 만들면 되는데, 어떤 걸 만들면 되나요?

"다른 나라들에는 모두 검찰에 대한 민주적·시민적 통제 시스템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검찰이 수사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기소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과는 너무 달라요. 이를테면 수사권만 봐도 그렇습니다. 일본은 경찰이 일차적 수사기관이고, 검찰은 2차 보완적 수사기관입니다. 수사권이 나눠어 있습니다. 독일은 흔히 검찰을 '손발 없는 머리'라고 하는데, 검찰 내부에 아예 수사 인력이 없습니다. 독일 검찰은 수사하려면 경찰의 협조를 받아야 합니다.

 

기소에 대한 권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검찰이 아무의 간섭도 없이 배타적으로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반해, 다른 나라에는 모두 통제수단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재판의 배심제처럼 기소 단계에도 배심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기소배심제'라고 해서 23명의 시민이 검찰의 기소가 적당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판단합니다. 시민적 통제가 진행되는 겁니다. 일본도 '검찰심사회'라는 법원 소속의 기소 통제 장치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모두 검찰의 전유물이라 여기는 기소권에 대해서도 시민적 통제 장치가 있어요. 

 

프랑스는 '사인초수'라고 해서 용어는 조금 어렵지만, 형사소추권을 국가만 갖는 게 아니라 개인도 갖고 있다든지, 독일은 법정기소주의라고 해서 법률적으로 기소 요건을 아예 정해 놓기도 합니다. 죄가 있어도 한국은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독일에선 특정한 범죄는 모두 기소를 해야 합니다.

 

이렇게 검찰을 통제하는 시스템, 남용을 방지하거나 자의적 법 집행을 방지하는 시스템이 어느 나라나 다 있어요. 그런데 한국만 이런 게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검찰이 엄청나게 센 조직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제 생각에는 내년 총선과 대선이 정말 걱정인데, 지난해 6.2지방선거 때처럼 검찰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얘기가 또 나올까봐 걱정입니다. 지난해 선거에서도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있었습니다. 우리야 실체적 진실이 뭔지 알 수 없습니다. 진짜로 돈을 받았는지, 아니면 사람이 아니라 의자가 손을 받았는지, 1원도 안 받았다면 모두 달러로 받은 건지, 뭐 이런 실체적 진실을 일반 시민이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방선거라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는 것입니다. 만약 한명숙 후보가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면, 한 후보에 대한 수사가 정치검찰의 정치적 의도에 의한 수사였다면, 정말 억울한 일이죠. 이건 한명숙 후보 개인만 억울한 게 아니라, 한명숙 후보를 통해서 새로운 서울시정을 구현하고 싶었던 서울시민, 또 이명박 정부에게 이렇게 정치하면 안 된다, 이렇게 국정운영하면 안 된다고 경고하고 싶었던 시민 입장에서도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내년 총선·대선에서도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지금도 여권의 대선 후보 중의 한 사람인 김문수 경기도지사에 대해 검찰에서는 버스회사에서 돈을 받은 것 같다고 언론에 흘리면서 수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하지 않는 것도 아닌, 마치 군기 잡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상한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걸 순수한 검찰권 행사로 볼 수는 없겠지요. 어떤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국민의 참정권이란 게 무의미해집니다. 국민으로서 어떤 후보를 선택하는 게 의미가 없어진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겠죠. 지난번 대선 때도 검찰이 BBK 수사 등에 석연찮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이런 면이 굉장히 우려됩니다. 일반 시민이 깨어 있는 의식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쳐다봐주지 않는다면, 검찰이 잘못할 경우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섹검'... 검찰 위해서도 개혁 필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 30일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대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노무현

- 검찰에 대한 감시시스템이 절실하다는 얘긴데, 전에는 그래도 제도적으로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운동이 상당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이전보다 시민운동 쪽에서 그런 운동이 많거나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예, 참여연대가 굉장히 고군분투했고요. 인권단체 일부와 민변 같은 법률가 단체에서 노력했습니다만 미약하기 짝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건 이른바 '민주파'가 집권했던 10년 동안에도 검찰개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씀도 여러 번 하셨지만 가시적인 검찰개혁의 성과는 없었고요. 노무현 대통령도 초기에는 평검사와의 대화 등 호기 있게 나갔으나 결국 5년 임기 끝난 후 보니까 검찰개혁이 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자신도 굉장히 한스럽고 안타까워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민주파 집권기간 동안 검찰개혁이 안 되었습니다. 시민사회가 추동하는 검찰개혁도 진행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까 좀 더 권위적인 정권, 검찰권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정권이 등장하니까 검찰의 위상이 그야말로 땅에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섹검' 뭐 이런 수준까지 떨어졌고요."

 

- 검찰을 위해서도 검찰개혁이 있어야겠네요.

"제가 검찰개혁에 대해 일일이 여론조사는 해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80% 이상의 검사들이 원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검찰 인사가 공정해야 합니다. 검찰권 행사가 오로지 정의만을 위해서, 오로지 국민만을 위해서 쓰여야 합니다. 재벌 등 특수수사에 대해서는 정말 열심히 성역 없이 수사하고, 생계형 범죄랄까 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하기도 한, 법도 때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었으면 합니다. 거악을 일소하기 위해 밤새 열심히 일하면서 오로지 국민만을 생각하는 검사들, 나중에 변호사가 되어 얼마나 벌 수 있을까에 골몰하기보다는 원칙에 충실한 검사들이 많아야 하는데, 그런 검찰을 위해서도 검찰개혁은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에 이 주제 관련해서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이란 책을 냈는데 책은 많이 팔리나요?

"우리 수준에서는 많이 나가죠. 그동안 검찰에 대한 책이 거의 없었고, 있더라도 전문적 영역의 책들뿐인데, 검찰개혁에 대한 대중서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가 각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초동 대검찰청.
ⓒ 이경태
박연차

행정권력·입법권력은 국민이 뽑는데, 사법부는?

 

- 오래 이야기하면 책 광고하는 것으로 오해하니까 이 정도로 하구요.(웃음) 그만큼 관심을 가지고 해 온 거고 이번 테이블대화에서도 앞서 말한 제도적 변화에 대한 것도 사람들이 이야기할 수 있지만 생각지 않은 아이디어도 나올 수 있는 거죠? 
" 요즘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은 대통령, 국회, 대법원이 4명 또는 3명씩 추천을 합니다. 저는 그런 모델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헌법재판소도 같은 모델이지요. 3부에서 위원을 추천해야 행정부의 독점을 막을 수 있고, 그래야 독립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시민적 상상력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것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내가 뽑았지만, 대법관이나 대법원장은 내가 뽑은 적이 없다. 뽑을 기회도 없었고, 얼굴도 모른다. 다시 말해 선출된 권력이 아니다. 그런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법원이 어떻게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과 국회의원처럼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느냐, 내가 뽑지 않았는데, 내가 그런 권한을 위임해 준 적이 없는데.'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게 바로 시민적 상상력인 것 같아요. 국가인권위원회만이 아니라, 다른 기관을 구성할 때도 이런 점이 감안되었으면 합니다. 법원이 선출된 권력이 아니니까 법원 추천 몫을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는 생각은 법조계나 저희처럼 기존의 문법에 익숙한 사람들에게선 잘 안 나옵니다.

 

삼권 분립 정신은 중요하지만,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내가 뽑지만, 대법원장·대법관은 안 뽑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법원이 입법부나 행정부와 같은 수 있나요?' 라고 물을 수 있는 것. 이런 의문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도 얼마든지 품을 수 있는 의문이라고 봐요. 사실은 이런 의문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것을 생각한다는 의미에서 상상력이라고도 할 수 있죠. 유감스럽게도 이런 상상력이 그동안의 시민운동 진영이나 학계에서는 잘 안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일반 시민과 만나면서 저도 그런 상상력을 배우고 싶어요. 새로운 이야기, 기발한 이야기, 그렇지만 우리의 기본을 확인시켜주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그래서 많이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저도 기대를 해보지요. 그런 논의가 잘 진전되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http://thinkcafe.org/conference 에도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