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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좋은 음악

앙까? 재중동포 백청강 신드롬, 위탄으로 조선족이 아닌 재중동포가 되다!

by skyrider 2011. 5. 25.

‘앙까 신드롬’ 조선족 위탄스타 백청강
세계일보|
입력 2011.05.24 19:23
|수정 2011.05.24 22:57
 
167㎝ 키에 55㎏ 체중 왜소… 부모는 9살 때 돈 벌러 한국행
불우한 환경 딛고 가수 꿈 도전
네티즌 이어 中 언론까지 열광


[세계일보]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꽃미남도, 터질 듯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짐승돌'도 아니다. 대형기획사에서 키운 유망주도 아니다. 키 167㎝, 몸무게 55㎏의 왜소한 체구에 얼굴은 깡말랐다. 한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코리안 드림의 상징'이 된 이 주인공은 중국 연변에서 온 조선족 청년 백청강(22·사진)이다. 이 청년은 한국으로 돈 벌러 떠난 부모와 9세 때부터 떨어져 살아야 했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홀로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소년을 지켜준 친구였다.

허름한 밤무대에서 노래하던 그가 한국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최종 결승까지 오르자, 중국동포 신문들은 "조선족의 희망"이라며 대서특필하고, 중국 현지 신문과 네티즌들도 그의 활약에 열광하고 있다.

MBC '위대한 탄생'(이하 '위탄')의 생방송이 진행된 지난 20일 오후 일산 드림센터 한쪽에는 팬카페 '남자로서 영 주장 있는 백청강'('남영청')의 회원 80여명이 흰 모자와 흰 티셔츠를 입고 '사랑해요 백청강'을 연호했고, '백청강 너는 가수다' '백청강님의 꿈을 응원합니다' '원석 백청강'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들이 방청석 곳곳에 넘실댔다.

딸과 함께 백청강의 공연을 보러 온 이진화(42) 씨는 "10대 때도 연예인을 따라다녀 본 적이 없는데 팬이 된 것도, 방청을 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백청강의 목소리는 진정성과 향수가 느껴져 100번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팬클럽 회원도 '위탄' 출연자 중 가장 많아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원석 백청강', '남영청', 다음의 '위대한 탄생 백청강 팬카페' 등에 총 2만50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30∼40대 이모팬들이 주축이며 "팬클럽 활동은 처음"이라는 회원들이 적지 않다. 그의 말투를 흉내낸 '∼앙까'('아십니까'의 연변 사투리)는 최신 유행어가 됐다. 방송 초반 엄친아, 꽃미남들을 제치고 백청강이 이처럼 높은 인기를 끌 것이라고는 시청자도, 제작진도 예상하지 못했다.

멘토들이 제자를 선택할 때도 아무도 그를 데려가지 않았다. 뒤늦게 김태원이 백청강을 끌어안았을 때만 해도 그것은 '김태원의 드라마'였다.

하지만 기성 가수들도 쉽게 소화하지 못하는 이승철의 '희야'를 부르면서 가창력을 재평가받더니 조용필, 나미, 이선희 등의 노래를 특유의 애잔한 목소리로 불러 7080 세대의 감수성을 파고들며 상승세를 탔다.

이어 댄스가요로 숨겨진 끼를 분출하면서 반전의 묘미까지 더해 백청강의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이 같은 백청강 신드롬에는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꿈을 이뤄내는 드라마를 보고 싶어 하는 대중의 욕망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인생역전 스토리에 대한 열망과 더불어 조선족을 향한 선입견에 대한 미안함, 조선족 청년의 꿈을 지지해줘야 한다는 정의감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7080 세대들은 질곡이 있는 스토리에 애정을 갖는데 백청강의 스토리도 거기에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보이지 않는 장벽 앞에 좌절했던 조선족들은 백청강에게 자신을 투사하면서 한국사회에서 정정당당하게 성공하는 '코리안 드림'의 완성을 보고 싶어한다. 3년 전 입국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조선족 이정자(46·여)씨는 "차별받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한국 사람들이 백청강을 그렇게 많이 응원해줄지는 몰랐다"면서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너무나 자랑스럽지만 꼭 1등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청강의 팬들은 그를 조선족으로 구분짓거나 동정적인 시각 때문에 그의 재능이 평가절하되는 것을 경계한다. 하지만 그가 1등을 하든 못하든, 그는 이미 편견의 장벽을 무너뜨린 승자인 셈이다. 백청강은 이태권과 함께 27일 결승무대에 올라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김수미·정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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