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있을 때 잘 해! 돈 지키려다 돈도 잃고 아내도 잃고....

[Why] [Why?의 사랑과 전쟁] 돈 잃고 아내도 잃은 '위장 이혼'

• 강호순·법무법인화우 변호사

입력 : 2011.06.11 03:06 / 수정 : 2011.06.11 14:59

1998년 IMF 경제위기 당시 경기도 안산 공단에서 전기전자부품 업체를 운영했던 A씨. 자고 나면 공장 한개씩 문을 닫는 연쇄 부도 공포에 A씨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건실했던 A씨 회사 역시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거래처에서 받은 어음들이 연이어 부도나기 시작했다.

당시 A씨에게는 아내와 고교생인 두 자녀가 있었고, 그때까지 모은 재산은 아파트 2채와 5층 상가건물, 예금과 주식 등 100억원가량 되었다. 다른 기업인보다 자금은 넉넉한 편이었지만 경기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부도가 나면 채권자들이 A씨 재산을 요구할 게 뻔한 상황이었다. A씨는 고민 끝에 묘안을 찾아냈다. 위장이혼이었다. A씨는 이미 은행에 담보로 제공한 상가건물만을 소유하고 나머지 재산은 아내 앞으로 돌려놓기로 했다. 상황이 좋아지면 그때 가서 재결합하기로 했다. 아내도 흔쾌히 동의했다. 이들은 신속히 협의이혼과 재산분할 절차를 마무리했다.

A씨는 채권자들의 의심을 피하려 새로운 거처로 주민등록을 옮겨 살았고, 가족들과의 연락이나 만남도 최대한 자제했다. 이혼 1년 만에 기업은 결국 부도가 났고, A씨는 채권자들의 빚 독촉을 피해 전국을 떠돌아다녔다. 가끔씩 아내가 보내오는 돈으로 도피 생활을 지속했다.

10년이 흘렀다. A씨와 관련된 채권들이 대부분 소멸되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귀가한 A씨는 아내에게 재결합을 요구했다.

그런데 아내에게서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혼인신고도 싫고 재산도 주기 싫다는 것. 아내는 과거 결혼 시절 남편의 독선적 성격과 가족에 대한 무관심, 무절제한 사생활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던 터라 오히려 지금처럼 따로 사는 게 좋다는 입장이었다. 그 사이 아내에겐 남자 친구도 생겼다.

A씨는 법원에 이혼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10년 전 이혼은 채권 추심을 피하기 위한 위장이혼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비록 협의이혼이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도, 부부간에 일시적으로나마 법률상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의사가 있었음이 분명한 이상, 협의이혼을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부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보전하려다가 결국 재산도 잃고 아내도 잃는 우를 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