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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기술개발만이 살 길, 아깝다! 기술을 몽땅 팔지말고 로열티 받는 걸로 했었더라면...."코캄" 얼시구!

by skyrider 2011. 7. 20.

 

입력 : 2011.07.19 03:02 / 수정 : 2011.07.19 08:52

[2] 대형 2차전지 세계 강자 '코캄'
세계적 美회사 다우케미컬, 합작 아닌 기술만 받는데도 공장 이름을 '다우코캄'으로
태양광 비행기 '솔라 임펄스'… BMW 경주차에도 코캄 제품
캐나다 대형 부품회사 매그나와 승용차용 배터리 합작공장 세워

지난달 15일 태양광 비행기 '솔라 임펄스'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600㎞를 16시간 동안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솔라 임펄스는 다른 동력은 일절 없이 태양의 힘만으로 수백㎞ 장거리를 비행한 세계 최초의 비행기다. 날개에 장착된 1만2000개의 태양전지에서 생산한 전기의 힘만으로 날았다. 특히 소형 자동차만 한 2차전지(충전용 배터리)가 4개 달려 있어 햇빛이 없는 밤에도 비행이 가능하다.

F1 자동차 경주대회는 2009년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경주차의 순간 가속 장치에 가솔린 대신 배터리를 쓰도록 했다. 경주차가 브레이크를 잡을 때 공회전하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순간 가속에 사용하게 함으로써 가솔린 소비를 줄이자는 것. 규정이 바뀌자 우승의 행방은 배터리에 달려 있다는 예측까지 나왔다. 바로 그해 BMW의 경주차가 새로운 배터리를 달고 우승을 했다.

충남 논산의 코캄 공장에서 직원들이 알루미늄 파우치에 들어있는 대용량 2차전지를 검사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세계 항공사에 신기원을 연 솔라 임펄스, F1 새 규정에 따라 우승한 BMW. 전혀 별개의 두 첨단 운송수단에 공통점이 있다. 모두 한 회사의 고성능 배터리를 장착한 것이다. 그 배터리를 생산한 기업은 충남 논산에 있는 직원 수 250명의 코캄이라는 회사다. 코캄이 만든 배터리는 미국의 F15 전투기의 비상 발전기와 아파치 전투헬리콥터의 시동 장치, 국산 대잠수함 어뢰인 홍상어에도 장착돼 있다.

부채처럼 분리막 접어 넣어 개발

이름조차 낯선 이 회사가 만든 배터리는 '지그재그 적층형 대형 리튬 폴리머 전지'라는 것이다. 1999년 코캄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비행기나 자동차처럼 대용량의 전기가 필요한 곳에서는 안전이 필수다. 코캄의 배터리는 노트북이나 휴대폰 등에 쓰이는 일반적인 리튬이온 2차전지와 달리, 금속제 캔이 아니라 알루미늄 파우치 형태여서 폭발할 위험이 없다. 또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얇은 폴리머(고분자 플라스틱)로 양극과 음극을 분리해 전지의 두께도 얇아 수백개씩 연결해 대형 배터리로 만들기가 쉽다.

사실 적층형 폴리머 전지 기술은 미국에서 먼저 개발됐다. 하지만 음극·양극·분리막을 층층이 쌓는 게 쉽지 않아 상용화되지 못했다. 가로와 세로가 각각 20~30㎝에 두께는 수십㎛(1㎛는 100만분의 1m)에 불과한 분리막을 음극과 양극판 사이에 정확하게 끼워 넣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었다.

충남 논산의 코캄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2차전지의 성능 테스트를 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코캄 역시 30여명의 연구진이 3년 가까이 하루 16시간을 매달려도 실패를 거듭했다. 회사 내부에 회의론이 커져갈 때, 누군가 종이부채를 만들듯 분리막을 하나로 만들고 지그재그로 접어 그 사이에 양극·음극을 끼워 넣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코캄은 1999년 배터리 개발에 이어, 2001년에는 양산공정까지 독자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듬해 미국에서 열린 국제 초소형 비행기 경연대회에서 브리검영대가 코캄의 배터리를 사용한 비행기로 1등을 차지하면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홍지준 회장은 "당시 플로리다대 교수가 학회에서 우리 제품을 '배터리의 혁명'이라고 소개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폴리머로 음료용 페트병을 만든 주역이다.

하지만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휴대폰이나 노트북용 소형 배터리 시장은 물량공세로 나온 대기업들에 순식간에 장악됐다. 코캄이 주력한 전기차나 산업용 대형 배터리 시장은 아예 열리지도 않았다.
국산화 욕심에 원래 계획의 2배가 넘는 350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한 것이 재무 상태를 악화시켰다. 홍 회장은 "기술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2004년 11월 미국의 방위산업업체에 주식의 절반을 매각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계 2위 화학업체에 기술 이전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던가. 회사를 인수하기로 한 미국 업체가 이듬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주식 인수대금을 지불하지 못했다. 그때 다른 미국 업체의 투자를 유치해 홍 회장이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시장도 열리기 시작했다. 고유가 행진에 미국과 유럽에서 전기버스와 배달차용 배터리 주문이 이어졌다. 승용차업체들도 연구·개발용으로 앞다퉈 코캄 배터리를 사갔다. 내부 개혁도 진행됐다. 휴대폰이나 PDA용 소형 배터리는 과감히 포기하고, 군사용과 산업용 대형 배터리에 주력했다.

황인범 사장은 "전기차시장도 워낙 규모가 커 대기업이 아니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이 어렵다고 보고 과감하게 기술 이전을 했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대형 자동차 부품회사인 매그나와 승용차용 배터리 합작 공장도 만들었다. 매그나는 포드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최근엔 미국 최대의 화학회사인 다우케미컬에도 기술을 이전했다. 다우케미컬은 지난해 매출만 56조7000억원에 달하는 세계 2위의 화학업체. 이런 다우케미컬이 매출 740억원에 불과한 코캄의 기술을 사간 것이다. 다우케미컬은 코캄의 기술을 도입해 지난해 6월부터 미국 미시간주에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합자회사가 아닌데도 회사 이름을 '다우코캄'이라 지었다.

코캄은 다우케미컬로부터 받은 기술이전료로 최근 은행 빚 하나 없이 논산에 제2공장을 세웠다. 홍지준 회장은 "현재까지의 기술은 대기업과 과감히 공유하고, 또 다른 도전을 찾아 나가는 것이 기술 중심의 중소기업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말했다.

고성능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 '코캄'. 충남 논산에 있는 직원 수 250명의 코캄이라는 회사가 만든 배터리는 미국의 F15 전투기와 아파치 전투헬리콥터의 비상 발전기, 국산 대잠수함 어뢰인 홍상어에도 장착돼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