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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잘 돌아가나?

4대강 수변공원 나무들 마져 말라 죽어 가는데 가뭄해소를 위해 4대강을 만들었다고??

by skyrider 2012. 6. 25.

 

4대강엔 물 흐르는데…300~400m 옆 나무들 말라죽어

한겨레 | 입력 2012.06.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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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MB "4대강덕 가뭄 극복"…현장에선


    "논밭 물대거나 퍼올릴수 없어"


    남한강 보 주변도 가뭄 피해

    바싹 마른 산철쭉은 제빛을 잃고 벌겋게 타들어갔다. 말라 비틀어진 줄기도 검붉게 변해, 철쭉 군락은 마치 쥐불놀이가 끝난 논두렁 같았다. 바로 옆 '자산홍'이란 팻말이 붙어 있는 관목 수백그루도 가뭄과 불볕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까맣게 변해가고 있었다. 이따금 부는 강바람에 흙먼지가 날리자 황량함은 더했다.

     

    25일 오전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4개강 사업으로 조성한 남한강 이포보 근처의 수변공원. 온갖 조경수는 뽀얀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제모습을 잃은 지 오래였다. 강변 모래래를 거둬낸 자리에 콘크리트를 발라 만든 수변공원 곳곳은, 콘크리트 블록 사이로 잡초만 듬성듬성 자라나 사막처럼 변했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물풀과 갈대가 어우러져 버드나무 군락을 감싸고 있던 남한강변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바로 옆에 푸른 강물이 흐르는데도 수풀이 목마름에 지쳐 죽어가고 있는 모습은 불길하고 황량해보이기만 했다.

    이곳에서 8㎞가량 떨어진 여주보의 모습도 비슷했다. 여주보 홍보관 쪽으로 가파르게 쌓아올린 경사면은 요즘 강가의 모습이던 푸른 빛이 아니라 붉은 황토빛이었다. 거의 모든 구간이 공사장 중장비가 드나드는 비포장 도로를 연상케 했다. 강 건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강변은, 울창한 버드나무 숲이 우거져 그나마 강변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가까스로 재앙을 피해 살아난 듯한 모습이었다.

    이곳 여주보에서 15㎞ 떨어진 강천보. 홍보관인 한강문화관으로 들어서는 어귀부터 비쩍 마른 나무들이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강천보 옆 수로를 따라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신진교 아래 연양천도 바싹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신진교는 2010년 9월 집중호우로 붕괴했는데, 당시 남한강 본류의 지나친 준설로 연양천 하류의 유속이 급속히 빨라졌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한강문화관 주변에 옮겨심은 소나무 등 각종 조경수에는 물주머니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강둑에서 불과 300~400m 떨어진 곳에 남한강 물이 줄기차게 흐르고 있지만 그곳에 이식된 나무들은 아무런 강물의 '혜택'도 받지 못했다. 관광객 문재권(65)씨는 "아무리 가물어도 4대강 보 주변은 가뭄 피해를 봐선 안 되는 것 아니냐"며 "막상 현장에 와보니 옛 모습이 훨씬 나은 것 같다"며 혀를 찼다.

    이항진 '4대강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은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하면 이 정도 가뭄을 능히 견딜 수 있다고 공언했지만, 현재 논밭 어디에도 물을 대거나 퍼올릴 수 없는 실정"이라며 "물이 흘러가는 4대강 바로 옆 공원에조차 물 한 방울 내어줄 없는 현실은 4대강 사업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여주/김기성 기자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