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수석대변인의 막말 발언으로 부적절 인사라는 지적과 임명 철회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윤 대변인이 출연한 종편 프로그램에서 사회자조차도 당황한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1일 윤 대변인은 공식 인사를 받기 사흘 전에 채널A의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했다.

윤 대변인은 방송에서 이번 대선을 '대한민국 세력 대 반대한민국 세력'의 대결로 규정한 자신의 글에 대해 박종진 앵커가 의문을 제기하면서 입씨름이 벌어졌다.

박 앵커는 "문재인 후보를 대한민국을 뒤엎을 세력으로 계산하시면 안되죠,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하자 윤 대변인은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문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 안에 완벽하게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앵커는 이에 대해 "대한민국을 뒤집는 세력으로 노무현 세력…이렇게 했는데 노무현 세력이 어떻게 대한민국 세력이 아니냐"라고 반문하자 윤 대변인은 "이렇게 몰아가지 마세요. 노무현 대통령 때 평화협정을 맺어야 하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안 그랬느냐? 소위 NLL(북방한계선)을 어릴적 땅따먹기로 그어놓은 줄이라고 했고, 10.4 공동선언에서 서해 평화협력지대라고 해서 NLL을 완전히 백지 무력화한 그 세력이 노무현 정권이고 대표적인 아바타가 문재인 후보"라고 주장했다.

특히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대해 박 앵커는 언젠가 자주국방을 실현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생각을 밝히자 윤 대변인은 박 앵커에 대해 '말꼬리 잡지 마라'며 몰아붙이는 등 막장 방송의 모습을 보여줬다.

박 앵커는 "주한미군은 언젠가는 철수되어야지요. 우리가 자주국방이 되는 날은…자주국방을 반대하시는 것은 아니죠?"라고 묻자 윤 대변인은 "자주국방 한다고 주한미군을 철수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린아이 생각이에요. 정말 젖비린내나는 민족주의"라고 비난했다.

이에 박 앵커는 "다른 나라 군대가 우리나라를 도와주고 있는 건데 우리나라에 주둔하는 게 역사공부를 할 때 자존심 상하는 일 아닙니까?"라는 소신을 밝히자 윤 대변인은 "국가 안보를 위해서 자존심 때문에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서 공산화 되는게 자존심 지키는 겁니까?" 박종진 앵커 그게 가문의 영광이냐? 그런 말씀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앵커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내 집을 내가 지켜야지 옆집 아저씨가 지켜주는 건 그렇지 않나요?"라고 하자 윤 대변인은 "그러면 미국에 이민을 가세요. 세계에서 자주 국방돼 이는 나라는 전세계 미국 하나 뿐"라고 비난했다.

 

   
▲ 윤창중 수석대변인
©연합뉴스

설전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윤 대변인은 "분명히 국가 정체성과 정통성을 지켜야 하는 세력과 애국가를 부를 필요도 없고, 국기에 대한 경례와 국민 의례를 할 필요 없다는 이정희 후보 같은 세력과 대결이 아니냐"라고 주장하자 박 앵커는 "너무 확대해석하고 재생산하면 안되죠. 우리 대한민국 48%가 (문 후보를)찍었는데 그분들이…대한민국을 그렇게 해석하면 안되죠"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윤 대변인은 "노무현 정권 시절 국가 안보 차원에서 위태롭게 하는 세력을 노무현 세력으로 본다. 비서실장이 문재인 후보"였다면서 "사람 말을 뒤집지 말고 말꼬리 잡지 마라"고 말했다. 박 앵커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허허' 웃어넘긴다.

윤 대변인에 대한 반대 여론도 극에 달하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인사 사이에서도 부적격 인사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시민사회도 윤 대변인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논평을 통해 "독설을 거침없이 내뿜어 우리 선거판을 저주의 굿판으로 오염시켰다. 사실과 객관성을 추구해야 하는 저널리즘을 상대하는 수석 대변인에 이러한 막말과 망언의 당사자를 임명하는 것은 박 당선자가 스스로 천명한 '대통합 약속'을 깨는 일이며, 나아가 그 공약 여부를 떠나 기본적인 정치윤리상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박 당선인의 윤 대변인에 대한 임명 철회와 함께 "더 이상 국민들과 박근혜 당선자에게 누를 끼치지 말고 스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윤 대변인이 윤봉길 의사를 언급하며 인사를 수용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 측에서 불쾌감을 토로하며 정면 비난하는 입장을 내놨다.

윤 대변인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윤봉길 의사가 제 문중의 할아버지"라며 "윤 의사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시 대통령의 첫 인선을 과연 거절했을까라는 부분을 생각했는데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다. 애국심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고 (제안에) 응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 양병용 사무처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윤 의사하고는 집안 10촌 이내도 아닌 것 같다"면서 "자기가 종친 입장에서 한번이라도 추도식이나 의거 기념일에 와서 윤봉길 의사의 뜻을 되새긴 일이 있으냐? 뻔뻔스런 일"이라고 비난했다.

양 사무처장은 윤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건방지고 후안무치한 발언으로 위대한 애국자를 조소거리로 만들어버린 함량 부족 인사의 발언"이라며 "이런 인사가 청와대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서글픈 일이다. 박근혜 당선인도 자신을 반대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주고 위로를 해줘야 하는데 이런 엉뚱한 사람을 데리고 온 것은 오만한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