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의 당선이 만약 시민들을 걱정스럽게 만들었다면, 그것은 당선인 본인 때문이 아니다. 사실 양식 있는 시민들은 박근혜 당선인이 시대의 변화를 충분히 알고 있다고 믿는다.
지금이 유신정권 시대와 같은 그런 철권통치가 가능한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나, 그런 통치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나 이미 불변의 상식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독재를 하고자 해도 할 수 없는 나라다. 유신헌법도 없고, 긴급조치 같은 각종 악법도 없다. 물론 국가보안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 악영향도 예전만 못하다. 이미 마르크스의 저서가 청소년 권장도서로 소개될 정도로 자유화된 나라다. “북한”만 고무찬양동조하지 않는다면 이 법을 가지고 누굴 얽어맬 수는 없다.
오히려 시민들을 걱정스럽게 만드는 자들은 대통령은 가만히 있는데 알아서 스스로를 독재치하의 신민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부화뇌동하는 자들이다. 이들은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빨갱이 딱지를 붙이는 자들이다. 이들은 변화된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다. 검찰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에게 해괴망측한 건수를 걸어 기소한다. 언론사 데스크는 기자들이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나 야당 혹은 진보진영에게 긍정적인 기사를 쓸까봐 전전긍긍한다.
심지어 이들은 하늘이 무너져도 올바른 가치와 정신에 입각해서 말해야 하는 교사들의 마음속에 스스로를 결박하는 공포를 심으려 한다. 이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독재를 빚어내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더더욱 위험하다. 현실의 국가보안법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스스로 국가보안법을 만들어내는 준비된 독재신민을 만들어내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
|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된 지 18일로 꼭 한 달이 됐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과 달리 박 당선인은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는게 중평이다. 실무형의 대통령직인수위를 꾸리며 몸을 낮췄고 외부 공개활동 일정도 역대 당선인들에 비해 많이 잡지 않았다. 박 당선인이 18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내 집무실에서 스위스 다보스포럼 특사로 파견하는 이인제 전 공동선대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
|
그런데 실제 이런 위협적인 사건들이 취임식도 하기 전에 일어나고 있다. 박정희의 친일 행각을 포함한 다큐멘터리 동영상을 방과 후 시간에 보여주었다 하여 해당 교사에 대해 교육청이 진상조사에 나선 것이다. 사실 이게 진상조사 거리가 된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물론 교육청 관료들이 미리부터 겁을 집어 먹는 것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들은 대부분 독재정권 시절 교직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과거 독재정권의 관계자들이 아직도 생존해 있고, 대통령 당선인 역시 그러한 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당선인이 속한 정당이 그 독재정권 관계자들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니 누군들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교육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이미 역사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판단이 끝난 과거사에 대해 왜곡된 교육을 대놓고 조장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설사 당선인이 박정희 대통령이나 유신독재 등에 대한 교육내용을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할지라도 교육자는 진실의 이름으로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누가 되건 간에 박정희가 친일파였으며, 5·16과 12·12는 군사 쿠데타이며, 유신정권과 5공화국은 독재 정권이며, 유신헌법은 대한민국 헌정사의 수치라 할 만 한 반민주적 악법이었다는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교육자는 진실의 벗이며, 진실의 명령을 들을 뿐, 그 어떤 다른 명령 앞에서도 굽히지 않는 기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번연한 사실들은 이 기개를 가지고 지켜야 할 것들이다.
교육자가 지켜야 할 것들은 또 있다. 이승만 독재에 맞선 4·19, 박정희 독재에 맞선 부산·마산 항쟁, 전두환 독재에 맞선 광주민주항쟁과 6월 민주항쟁 등 이른바 4대 민주화 운동이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대한민국의 기틀이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대한민국의 자긍심의 근원으로 충실하게 가르쳐야 할 중요한 자산이다.
미국은 정부가 과거에 박해하고 탄압했던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이제는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존중하며, 그의 기념일을 국경일로 치루고 있음을 상기하자. 여기에는 진보·보수, 민주당·공화당의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의 4대 민주화운동 역시 이러 자랑스러운 전통과 유산으로 당파와 무관하게 후손들에게 가르쳐야 할 내용들이다. 따라서 그 운동의 반대편에 있었던 박정희와 전두환에 대한 엄정한 평가는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을 최고의 목적으로 삼고 있는 대한민국 공교육의 정신상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만약 대통령 당선인의 눈치를 보느라 이 귀중한 역사를 폄하하고 무력화하려는 자가 있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국기를 흔드는 자이며, 나아가 국민 앞에서 자기 아버지를 비판하는 뼈아픈 성찰을 보여준 박근혜 당선인의 뜻을 모욕하는 자다. 만약 이런 정상적이고 당연한 교육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엉뚱한 색깔론을 들먹이면서 비이성적인 공격을 감행하는 집단이 있다면, 이들이야말로 민주공화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이적세력이다. 통치자와 그 주변인물에 대한 진실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은 대한민국을 북한 같은 나라로 만들려는 시도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무리들이야 말로 대한민국을 북한으로 만들려는 진정한 종북 세력이다.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는 이런 종북 세력들을 철저히 가려내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대통령과 관련 있는 인물들이라 할지라도 민주주의의 가치와 정신이라는 엄정한 기준 앞에서 준엄하게 비판받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계속 이어 나갈 것을 오히려 요구해야 한다.
근현대사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하여 그걸 가지고 진상조사에 나선 교육청 간부들을 문책해야 한다.아니, 대한민국 국기를 문란하게 한 죄를 물어 징계위에 회부할 것을 해당 교육청에게 권유하고, 진상조사를 하게 된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 유신시대 같은 행태의 부활이야 말로 국민들 앞에서 아버지를 대신하여 사죄한 박근혜 당선인의 어려운 결단을 우습게 만드는 짓이기 때문이다. 교육자들에게 진실의 눈을 감으라며 당파적 기회주의를 요구하는 자들이 이 땅에서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게 따끔하게 일벌백계할 때 당선인의 진심이 빛을 발할 것이며 당파와 정당을 넘어 선 국민 대통합의 기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