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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준 사람과 떡 먹은 사람, 그리고 한나라당 때 도청사건은 무혐의 처분하고 김대중 정부의 도청사건은 처벌한 사람이 법?무부 장관 후보

by skyrider 2013. 2. 15.

‘떡값 검사’들은 처벌 안받고… 진실 밝히려던 3명은 다 유죄

‘X파일 사건’ 노회찬 의원직 상실 경향신문 | 장은교 기자 | 입력 2013.02.15 00:01 | 수정 2013.02.15 02:17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57)를 마지막으로 '삼성 X파일 사건'을 세상에 알린 세 사람이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노 대표는 14일 대법원 선고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X파일 내용을 처음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와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도 앞서 대법원에서 징역 6월, 자격정지 1년의 선고유예형을 받았다. 세 사람의 죄목은 모두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다.

반면 X파일 속에서 불법자금을 전달한 정황이 드러난 삼성그룹 전 이학수 비서실장과 중앙일보 전 홍석현 사장, 이들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정계 인사와 검사들은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다.

2005년 사건을 이렇게 처리한 황교안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지난 13일 '박근혜 정부'의 첫 법무장관으로 내정됐다.

▲ 검찰, 불법도청에만 초점 '삼성 봐주기' 논란도
당시 수사 담당 황교안, 새 정부 법무장관 내정


왜 이렇게 됐을까. X파일 사건의 수사는 크게 두 갈래였다. 첫째는 삼성그룹의 불법정치자금 살포 여부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이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 측에 불법자금을 전달했는지, 안강민 서울중앙지검장 등에게 불법자금을 건넸는지가 핵심이었다.

둘째는 옛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현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여부다. 1997년 안기부 내 도청 전담조직인 '미림팀'은 이학수씨와 홍석현씨의 대화 내용을 세 차례 불법도청해 X파일을 만들었다. 미림팀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이들이 누구를 대상으로 언제부터, 어떻게 불법도청을 했는지 관심이 쏠렸다.

두 가지 모두 중요한 문제였으나, 검찰은 '불법도청'에만 집중했다. 황교안 2차장을 중심으로 꾸려진 수사팀은 사상 처음으로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임동원, 신건 전 원장 등을 구속 기소했다. 김영삼 정부부터 김대중 정부까지 광범위하게 불법도청이 실시됐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였다.

하지만 과거 정부의 중요한 불법행위를 밝혀내고도 검찰은 박수를 받지 못했다. 바로 얼마 전 검찰은 같은 의혹에 대해 전혀 다른 수사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안기부의 불법도청 문제는 2002년 당시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국회에서 폭로해 처음 불거졌다. 황교안 검사가 부장으로 있던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가 수사에 착수했으나 질질 끌다 약 3년 만에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은 그때 "휴대전화 도·감청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했다. 그리고 바로 얼마 뒤 국정원 도청 수사가 부실했음을 자인하는 X파일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검찰의 X파일 수사 결과는 삼성그룹을 둘러싼 의혹의 '가림막' 역할을 했다. 검찰은 이회창씨의 동생 이회성씨가 삼성으로부터 수십억원 이상의 불법자금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지만 정치자금법 개정 전이고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이른바 '떡값 검사'들도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줬다는 사람도 없고 받았다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수사 결과 발표 닷새 전 한 번의 서면조사를 받은 게 전부였다.

검찰은 도청 내용을 수사하지 않는 이유로 '독수독과(毒樹毒果)론'을 들었다. 독이 든 나무에서 난 열매에는 독이 있는 것처럼 위법하게 수집된 자료는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재벌 수사를 피하기 위한 변명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황교안 2차장은 금품을 전달한 당사자는 처벌이 안되고 보도한 기자만 처벌됐다는 지적에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한 것"이라며 "이런 것을 법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법대로 처벌할 것이 무엇이 있느냐"고 답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학수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이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나눈 대화를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의 도청전담조직 '미림'팀이 불법도청한 녹취파일이 드러난 사건이다. 녹취파일에는 삼성그룹이 명절 때마다 검찰 최고간부들에게 금품 등 선물을 전달하고, 이회창 신한국당 대선 후보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전달하는 등 삼성의 전방위 로비를 의심케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