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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 예전 검사시절,조폭들 때려 잡아 이름 알려 정치인되더니 이젠 6년간 임금동결 한 노조, 가난한 환자 때려 잡아 지도력 과시해 대통되려고?

by skyrider 2013. 4. 8.

 

계몽군주를 흉내내는 홍준표. 그 오만함에 관하여

 

 

<그대 계몽군주를 꿈꾸는가>

 

어제와 그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홍준표 경남지사와 김문수 경기지사 간에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같은 당 소속으로 두 광역지자체를 이끌고 있는 그들이 충돌한 표면적인 원인은 지방의료원에 대한 정책이었지만, 잘 들여다보면 충돌의 근본적 원인은 상이한 두 사람의 정치철학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두 사람 간의 설전에서 인신공격과 정치적 논쟁을 들어내고 나면 이렇게 남습니다.

 

 

 

 김문수 : 단 1%라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도립병원을 유지하겠다.

 

 홍준표 : 1%가 아닌 전체를 위한 의료복지를 위해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  

 

 

 

얼핏 말장난 같지만 여기서 두 사람이 가진 현격한 가치관의 차이가 발견됩니다.

 

김 지사의 정책대로 적자를 감수하며 전문공공의료시설인 도립병원을 유지한다면 소수의 사회적 약자들은 혜택을 보겠지만, 다수의 시민들은 세금을 내면서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게 됩니다.

 

반대로 홍 지사의 정책대로 도립의료원을 폐업하고 민간병원으로 그 기능을 이전한다면 세금을 효율적으로 절감할 수 있지만,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공공의료서비스는 이전보다 위축, 제한을 받게 됩니다.

 

비효율적이지만 따듯한 김 지사의 정책과, 효율적이지만 차가운 홍 지사의 정책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사실 설전이 벌어진 두 사람의 발언만을 비교했을 뿐, 진주의료원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전국 34개의 지방의료원 중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의료원이 단 한곳도 없는 것을 보면 대다수의 지자체장들은 홍 지사가 아닌, 김 지사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공공의료는 적자가 불가피한 것 아닌가 - 서울특별시 박원순 시장

 

 진주의료원 적자라 닫으면, 늘 적자인 마창대교도 끊을건가 - 성남시 이재명 시장

 

 

 

 

 

 

▲<지식+권력=정의>라는 오만함

 

홍 지사의 입장이 갖는 '돌출성'은 다음에서 잘 드러납니다. 그는 여론조사 결과 진주의료원의 폐업을 반대하는 여론이 훨씬 크다는 사실에 대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만 따라가는 것은 지도자의 도리가 아니며 그럴 바엔 지도자 결정은 왜 필요하나?

 

여론조사도 내부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답하는 것은 아니다. - 4.7 연합뉴스

 

 

문제에 대한 가치판단을 떠나, 홍 지사는 스스로를 철인(哲人)으로, 다수 여론을 형성한 시민들을 우민(愚民)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철인에게 우민은 계몽의 대상입니다. 실권을 가진 정치가가 저렇게 인식한 이상 그가 대중을 계몽하려 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홍 지사는 '잘 모르는 시민'들은 '잘 아는 본인(홍준표)'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식 + 권력 = 정의>라는 플라톤의 이상론 그 자체입니다. 그는 스스로 의식했던 안했던 무관하게 플라톤의 제자입니다. 홍 지사가 표방하고 있는 플라톤의 철인정치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의탁’입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상적인 국가란 모든 사람들이 신뢰하고 의탁할만한 강력하고 빛나는 존재 ‘철인’이 다스리는 국가입니다. 

 

인류역사상 가장 유명한 철학자 중 한명인 플라톤이지만 그의 사상은 학문적으로는 여전히 유효할지 모르나, 현실정치에서는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근대 민주주의는 '철인'의 존재에 대한 부정에서 비롯됩니다. 오늘날 현실정치에서의 플라톤은 몇몇 정치적으로 미개한 나라에서 독재자를 미화하는 궤변으로 활용되고 있을 뿐입니다. 현대정치에서 철인흉내를 내는 정치인이 비웃음을 사는 이유입니다.  

 

"여기 선의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사람 잠들다" - 신성로마제국의 계몽군주 요셉 2세의 묘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을 향한 홍 지사의 계몽적 태도는 흥미롭습니다. 유시민 씨의 정계은퇴 이후 계몽적 성향을 가진 정치인이 사실상 전멸한 우리 정치판에서 스스로 ‘계몽군주’를 자처한 정치인이 다시 등장한 것입니다. 그가 이런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계몽하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병원폐업을 막으려 시민들이 거리에 나선 이례적인 모습>

 

"강성노조한테 돈 대주는 복지는 절대 안한다" "진주의료원은 강성노조의 해방구다"

 

홍 지사는 마치 노조원들이 도의 예산을 '갈취'라도 하고 있다는 듯 표현하고 있지만, 진주의료원 노조원들의 연봉은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평균의 80%정도에 불과합니다. 올해로 6년 째 임금 동결상태인 이 병원의 노조원들은 현재 8개월 째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어떤 '강성 노조'가 6년째 연봉을 동결한단 말입니까? 저런 노조를 두고 강성·귀족노조라 한다면 우리나라 다른 노조들의 상황은 어떨지 참 암담합니다. ('강성·귀족노조'라는 낙인이 얼마나 허구적인 것인지 알고 싶다면 조주은 씨의 책 <현대가족이야기>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1년에 진주의료원에 투입되는 예산이 12억원 정도입니다. 현재 1조3천400억원이 넘는 부채를 갖고 있는 경상남도가 겨우 12억의 적자가 감당하기 힘들어 연간 20만명의 도민이 이용하는 지역 거점병원을 폐업한다고 합니다. 그것도 불과 5년전 수십억을 들여 야심차게 신축이전을 한 병원을 말입니다. 진주의료원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모아 경상남도의 빛을 청산하려면 약 1100년이 걸립니다. 이런 사실들은 설사 노조에 문제가 있다 해도 그것이 병원폐업이라는 극단적인 조치의 변명거리가 될 수 없음을 말해줍니다.

 

사실관계를 깊이 따져들어갈수록 홍 지사의 강성노조발언이 폐업의 원인을 노조에게 덮어 씌우려는 비열한 정치적 수사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문 공공의료시설을 폐쇄하면서 공공의료의 축소는 아니라는 항변역시 사실관계에 전혀 맞지 않는, 문제의 본질을 피하려는 궤변에 불과합니다. 

 

관련글 : 진주의료원 사태, 공공의료의 시장편입 막아야 http://daramjui.tistory.com/38

 

결국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가르치려 하는 것은 낡아빠진 반노조정서와 비열한 낙인찍기, 효율성을 앞세운 공공의료의 축소입니다. 저런 비루한 컨텐츠로 2013년도의 대한민국 시민들을 계몽하려하다니 우습기 짝이 없습니다. 잘못된 소신을 바탕으로 한 계몽만큼 어리석고 위험한 일도 없습니다. 이 위험한 정치인을 어찌해야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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