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과 일부 언론에서 남북정상회담록뿐만 아니라 NLL과 관련해 논의한 다른 회의록 두 건도 노무현 정부가 폐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하지만 2007년 남북정상회담록 원본 실종 사건에 대한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여야 정쟁을 부추기기 위한 근거없는 공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회의에 직접 참여했던 당사자들도 NLL 포기설은커녕 NLL과 관련한 어떠한 불리한 발언도 없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24일 <NLL 전향적 자세 놓고 이재정-김장수 충돌>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여권에서는 'NLL과 관련된 노무현 정부의 의도를 숨기기 위해 다른 관련 회의록까지 폐기한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며 지난 2007년 7월 열린 청와대 외교안보정책회의 문건과 8월에 열린 노무현 대통령 주재 전문가 토론회 문건을 '사라진 회의록'으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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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7월 24일자 5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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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동아일보는 2007년 7월 19일 외교안보정책회의에서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이 "NLL 문제에 대해 북한이 전향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고 정상회담을 위해 북측과 접촉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국방부도 (NLL 문제에 대해) 좀 더 전향적으로 나올 필요가 있다"고 하자 김장수 장관이 "NLL 문제는 군사회담에서 다룰 문제"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고 밝혀 마치 NLL 문제를 놓고 갈등이 빚어진 것처럼 보도했다.
문화일보도 24일자 신문에서 "정상회담 직전에 열렸던 일련의 사전회의 자료들도 국가기록원에서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앞서 동아일보가 보도했던 두개의 회의자료가 국가기록원에 없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문화일보는 "노 전 정부가 정상회담 자체의 회담록은 물론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혹은 무력화’와 관련해 사후에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담은 일체의 자료들을 파기 혹은 삭제해 결과적으로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또한 동아일보 보도와 같이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이 장관과 김 장관이 NLL 문제를 놓고 충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NLL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문화일보는 이어 여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요한 두 건의 회의자료까지 국가기록원에 나오지 않은 것에 미뤄, 노 정부의 청와대가 퇴임 후 NLL 발언이 문제될 것을 의식해 관련 발언이 포함된 사전자료들을 파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2007년 7월 19일 열렸던 외교안보정책회의 참석자인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은 하지만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언론이 그렇게 쓰면 안된다. 회의록을 보지도 않았는데 언론이 육하원칙도 지키지 않고 쓰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 전 장관은 "회의에서는 등거리, 등면적 등 두가지 원칙으로 하자는 것을 논의했다"며 "NLL을 움직인다는 것은 논의한 적도 없다. 공동어로구역이라는 것은 NLL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지 NLL를 떠나서 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또한 김장수 장관과의 갈등설에 대해서도 "어떤 회의에서도 김장수 장관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 적이 없다"는 말로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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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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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열린 노무현 대통령 주재 전문가 토론회에서도 참석자는 NLL과 관련된 불리한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07년 8월 18일에 열린 전문가 토론회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자문회의'라는 이름으로 개최됐고 주로 서해평화협력지대 방안에 대한 논의가 오고갔다. 자문회의에 참석한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과)에 따르면 자문회의는 ‘서해평화정착 및 북측 제기 근본 문제 대응 방안’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고유환 교수는 당시 자문회의에 참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포함한 참여 인사들의 발언을 일일히 기록했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의 결론은 경제협력과 군사적 신뢰를 구축한 다음 NLL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고 교수는 "당시 대통령은 남북기본합의에서 NLL을 추후 논의하기로 했으니까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남과북의 약속으로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며 "그리고 논의를 하되 이익이 되는 경제협력과 평화협력, 충돌방지방안을 확보하고 추후 논의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전했다.
또한 고 교수는 "자문회의 참석자인 당시 김관진 합참의장도 포괄적 관점에서 논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정상회담 회의 의제에서는 빼고 국방장관 회담에서 다루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실제 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이 NLL 문제를 먼저 얘기했고 대화 과정에서 얘기가 된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NLL 문제를 어떻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군사안보 지도에 경제지도를 덮어야 한다는 서해평화협력 개념 속에서 평화지도를 그려보자는 말이 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제가 NLL을 손대면 뜨거운 감자가 되니까 이것을 손대지 말고 보자기를 싸자고 해서 노 전 대통령이 서해평화협력지대로 보자기를 싼 것이다. 구체적인 NLL 문제는 추후에 국방장관 회담에서 다뤘던 것이고 실제 김장수 국방부장관에게 전권을 준게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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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록 국정원 사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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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교수는 "당시 자문회의는 전혀 감출 필요가 없는 내용이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정상회담이 끝나고 제가 2007년 말 자문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논문까지 썼다"며 "그런데 대선 국면에서 NLL 문제가 정쟁에 이용당하니까 지난해 10월 일간지 칼럼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밝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현재 남북정상회담록 실종 사건과 관련해 "자료(회담록)를 가지고 공방을 하고 있는데 이미 노 전 대통령의 발언과 10. 4 선언, 국정원 사본으로 보면 노무현 정부에서 NLL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진상은 이미 다 나와있는 것"이라며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부터 대선과정에서 어떤 문서를 보고 회담록 내용을 누설했는지 수사를 해야 될 문제이지 규명할 부분은 뒤로 하고 회담록의 진상은 이미 나와있는데도 거꾸로 원본이 사라졌다라는 엉뚱한 얘기를 하면서 정쟁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