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이지원 시스템에서 삭제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는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노무현재단 측에서 허위보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노무현재단 측은 조명균 전 비서관이 동아 기사처럼 검찰에서 진술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동아 보도는 사실을 곡해한 오보라고 비판했다. 조 전 비서관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기록 담당으로 배석해 회의록 최종본을 작성한 인사이다.
동아일보는 22일자 1면 머리기사와 2, 3면 기사를 통해 “노무현 청와대의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지원 시스템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삭제했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22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와 여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조 전 비서관은 올해 1월 서해 북방한계선 관련 고소 고발 사건에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에 출석해 이같이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그는 자신이 노 전 대통령에게서 직접 지시를 받았고, 삭제 작업도 직접 진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다만 조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 자체를 완전히 폐기하려던 게 아니라 국정원에 한 부 보관돼 있다는 걸 감안해 이지원에서 삭제를 지시한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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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지난 2007년 10월 정상회담 대화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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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는 청와대가 2007년 7월 외부 용역을 발주해 이듬해 1월 대통령 일지, 대통령 업무 주재 등 53개 항목을 삭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지원에 설치했다는 전날 자사 보도를 근거로 “조 전 비서관의 진술에 따르면 결국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지원 삭제 프로그램을 통해 정상회담 회의록을 삭제한 것이 유력해진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조명균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노무현재단측이 반박하고 나서 진위여부에 따라 자칫 대형 오보가 될 수도 있게 됐다.
안영배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은 23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오늘 동아일보를 본 이후 아침에 우리가 조명균 전 비서관과 연락이 됐는데, 동아에서 나온 보도내용처럼 ‘노 전 대통령이 이지원 회의록을 파기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진술한 일이 없다, 동아일보가 왜 그렇게 보도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며 “조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는 기록 삭제 문제를 전혀 진술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안 처장은 “조 전 비서관은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 대화록에 대해 이지원 시스템 상에 보고된 것이 남아 있으니 대통령기록관에 보내고, 문서로 된 것은 국정원에서 관리하면서 후임 대통령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말했다”며 “(종이)문서를 1부 남기라고 한 것을 이지원 자료까지 삭제하라고 했다는 식으로 곡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노무현 재단도 이날 논평을 내 “국가기록원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찾지 못한 것을 빌미로 한 무책임한 소설쓰기 행태”라며 “조명균 전 비서관이 노무현재단에 밝힌 바에 따르면, 조 전 비서관은 국정원의 협조를 받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작성, 노 대통령에게 이지원으로 보고했으며 이후 노 대통령으로부터 폐기하라는 어떠한 지시도 받은 바 없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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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때 모습. ⓒ청와대공동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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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재단은 “(노 전 대통령은) 다음 정부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이지원 보고자료 외에 별도의 회의록 문서를 청와대가 아닌 국정원에서 보관하도록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노무현재단은 “그런데도 동아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는 ‘전언’만으로 노 대통령이 이지원 상으로 보고한 문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며 버젓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나섰다”며 “정치공세에 눈멀어 언론의 본분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상원 동아일보 정치부장은 23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보도를 했으면 기사로 평가받는 것으로, (반응에 대해 일일이) 해설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기사를 작성한 박정훈 동아일보 기자는 전화통화 시도와 함께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