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녹취록을 열람하려던 여야 의원들에게 돌연 대통령기록관에서 관련자료가 없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엉뚱한 진위논쟁이 나오고 있다. 실제 노무현 정부 말기 정상회담 대화록과 녹음파일 등 모든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는 업무를 했던 인사들과 당시 이관받은 기록관장은 모두 “정상적으로 빠짐없이 이관했으므로 없어선 안된다”고 반박했다.

2007년 10월까지 대통령기록관리비서관으로 있다가 그해 12월 말 초대 대통령기록관장을 맡으면서 참여정부의 대통령기록물을 모두 이관받은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장은 18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상적으로 모든 기록물을 이관했는데 없으면 안된다”며 “지정기록 시스템에 들어가서 키워드를 통해 목록을 보면, 대화록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밝혔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경우 전자 문서를 관리하는 시스템이었던 ‘이지원(업무관리 및 문서관리 프로그램)’에 탑재시켰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안부터 최종 결재까지 모두 입력돼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원’ 시스템에서 생산된 기록은 기술적 에러가 나지 않으면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가 없으며, 이 안에 들어있는 모든 전자문서가 통째로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됐다고 임 전 관장은 전했다.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이창우 1부속실 행정관, 임상경 기록관리비서관(대통령기록관 초대 관장), 김경수 연설기획비서관이 1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화록 실종' 논란에 대해 "참여정부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대통령 기록관에 분명히 이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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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청와대는 전자문서, 종이문서, 집기 등 모든 참여정부의 대통령기록물 824만 건을 지난 2008년 2월 20일을 전후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했다고 김정호 당시 대통령기록관리비서관이 18일 오후 밝혔다.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장은 “모두 820여 만 건을 받았은데, 이 가운데 전자기록은 이지원 기록은 100여 만 건에 달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든 대통령기록은 다 넘겼으며, 모두 넘겼다는 근거에 따라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는 확연한 것으로, 어느 누구도 정상회담록 안넘어왔다고 한 사람을 단 한 명도 본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임상경 전 관장은 “상식적으로 정상회담 대화록을 국정원에 주면서 대통령기록관에는 옮겨놓지 않고 없앤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한 얘기인가”라고 되물었다.

이 때문에 대통령기록관에서 기록물을 갖고 있으면서 없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시 대통령기록관리비서관으로서 기록물을 이관하는 일을 했던 김정호 노무현재단 봉하마을 대표도 18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정상회담 대화록이 없다는 대통령기록관의 주장이, 대통령기록관의 기록물을 관리하는 시스템인 ‘팜스(PAMS)’에 없다는 것인지 우리가 이관한 원래 기록관리시스템에 없다는 것인지 분명하게 얘기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지원’에 모든 기록을 탑재해 100% 다 기록관에 넘겼으므로 정상회담 대화록 등은 반드시 들어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중요한 기록일수록 대통령이 직접 챙기면서 남겨놓고 기록하라고 했는데, 남북정상회담 기록의 경우 재임기간 중 한번밖에 없었으며, 국정원에까지 가 있는 자료를 이지원에 담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이지원 시스템의 기록을 한 점 빠짐없이 이관했기 때문에 없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대통령기록관에서 기록물을 갖고 있으면서 안주는 것이 아니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임상경(왼쪽) 전 대통령기록관장과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 이창우 전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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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대통령기록관에서 구축한 팜스 시스템에서는 호환과 변환이 안되기 때문에 그대로 읽어낼 수 없거나 검색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그런데도 현 기록관장(대리)이 ‘정상회담 기록물이’ 없다고 한 것은 자기들 시스템에 없다는 뜻에서 한 말일 수는 있으나 이것이 마치 참여정부가 기록을 폐기하고 누락 가능성을 운운한 것이라면 터무니없고 근거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못찾는 척 하다가 이제는 없다고 발뺌하고 참여정부에서 유출 유실한 것으로 몰아가며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당시 외교안보라인에 있는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었는데,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을 폐기하라는 지시를 했다면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겠느냐”며 “일부에서 마치 회의록이 사라진 책임을 참여정부에 부가하려는 움직임은 참으로 우스운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회담록이 사라진 이유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폐기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문화일보 18일자 1면 머리기사 등에 대해 김 대표는 “또다시 노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나 참담해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이지원에 있는 100여 만 건의 자료에 대해 대통령기록관측이 2008년 2월 20일을 전후로 외장하드디스크에다 1차로 옮겨서 가졌으며, 이후 다시 청와대에 있는 이지원 관련 서버와 메인컴퓨터, 이 안에 깔려있는 이지원 프로그램 및 기록들을 모두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서 통째로 대통령기록관으로 들고 갔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