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편성채널 출범부터 강호동 야쿠자논란으로 물의를 빚던 '채널A'의 위험한 폭주가 거칠 것이 없다. 방송심의위원회가 20141월 뒤늦게 김대중 전대통령은 김일성이 고용한 간첩이라는 발언을 여과없이 내보낸 채널A에 대해 징계를 전제로 의견진술을 듣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채널A<이언경의 직언직설>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지난해 52일자 방송에서 탈북자가 일방적으로 주장한 내용을 이제야 징계에 나서겠다는 것이고 그 징계 수위는 앞으로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늑장 대처에 할 말이 없지않겠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직무유기도 지적돼야 할 것 같다.

 

채널A는 탈북자를 출연시켜, “당시에 한국에 김대중이 대통령이 됐다. 김일성이 고용한 간첩이 대통령을 하는데, 어떻게 북한에 파견한 간첩들의 명단이 안 올수 있겠는가라고 언급했다. 여기에 더해 이언경 앵커는 믿을만한 얘기라는 말씀이신 것”, “남한의 누군가가 그 명단을 넘겼다는 게 지금 아버님의 주장이신 거죠?”라며 적극 호응한 것으로 보도됐다.

 

   
▲ 채널A의 <이언경의 직언직설>, 작년 5월 2일 방송 갈무리
 

방송진행자와 탈북 출연자가 입을 모아 김대중 전대통령을 김일성이 고용한 간첩으로 몰아갔다. 근거는 없고 주장만 있었다. 방송내용대로라면, 그를 선택한 대한민국 국민은 빨갱이를 뽑았다는 말인가. 이런 위험하고도 놀라운 주장을 여과없이 내보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방송진행자, PD가 무지했다면, 자격을 박탈해야 하고, 일부러 그렇게 노이즈 마켓팅을 했다면 법적으로 처벌대상이다.

 

방송윤리강령을 이야기할 것도 없이 왜 법적으로 처벌 대상인지 세가지 이유만 정리하겠다.

 

첫째, 방송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 주장을 근거없이 내보내는 것을 금하고 있다. 방송법 제9조의 공정성 조항을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방송에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 주장을 하지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반론권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방송에서 반대쪽 주장을 어떤 형태로든 내보내지 않았다면 공정성 위반에 해당된다. 특히 전대통령이 간첩이라는 위험천만한 주장은 대통령 개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그를 선택한 유권자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반대편 주장이 반드시 필요했다.

 

두 번째, 김대중 전대통령을 김일성이 고용한 간첩이라는 주장은 본인은 물론, 유가족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죄에 해당된다. 이는 형사법이 규정한 명예훼손죄,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형사처벌감이다. 방송심의규정 제20조에도 명예훼손 금지를 명시해놓고 있다. 특정인에 대해 근거없이 간첩이니 사기꾼, 종북, 빨갱이 운운 하는 주장을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채널A는 김대중 대통령 유가족들이 명예훼손 소송을 못할 것을 알고 방송을 내보냈을 수도 있다. 소송을 하게 되면 오히려 이를 반기며 다시 노이즈 마켓팅에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번째, 방송진행자를 포함한 출연진, 책임 PD 모두에 해당되는데, 방송법 제7조 방송의 공적책임과 제14조 객관성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방송진행자는 이런 위험한 주장에 대해 즉각 그 자리에서 제지하지않았다는 점이다. 아니면 최소한 근거를 따져 물었어야 했다. 방송진행자는 최후의 데스크, 최종 편집국장이란 말은 그런 권한과 함께 책임이 주어졌다는 뜻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편집을 했어야 하고 즉각 사과방송을 내보내야 했다.

 

   
 
 

CNN19986월 월남전 당시 미군이 사린가스를 사용했다는 일방적 주장을 내보냈다. 나름의 근거를 제시했지만 이 뉴스는 한달 후 오보로 판명났다.

정정·사과는 물론이고 한국 언론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책임을 물었다. 오보의 주책임 프로듀서 에이프릴 올리버와 잭 스미스를 해고 조치했다. 군사평론가 페리 스미스도 해고당했다. 이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유명 사회자 피터 아넷도 처음에는 견책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피터 아넷 마저도 사실상 해고당했다. 이 후속 조치로 CNN은 기사의 정확성과 공정성, 책임성을 심사하고 평가하는 기구를 별도로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채널A가 종합편성채널 방송사로 존재하고 싶다면 방송윤리강령, 방송법 등 법과 제도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이를 반복적으로 어길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는 승인을 취소해야 한다. 법치사회에서 법을 반복적으로 심대하게 위반한다는 것은 고의성이 다분하며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스스로 방기하며 시청률에 함몰됐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전 대통령조차 탈북자의 입을 빌어 간첩이라고 방송을 내보내고 국민MC 강호동을 야쿠자 커넥션으로 엮는 채널A. 언제 한 개인을 종북’ ‘빨갱이’ ‘간첩으로 몰아세울지 두렵다. 채널A 방송여파로 인터넷에서는 전 대통령을 간첩 맞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여기저기 보인다. 이념대결이 끝난 지구상에 남한에서 유독 종합편성채널들이 이념대결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