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이어지고 있는 신상철 전 민군합조단 민간위원(서프라이즈 대표)의 명예훼손 재판에서 간혹 유의미한 증언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미 잘못된 분석으로 지적된 주장조차 합동조사단 인사가 똑같이 되풀이하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달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최규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상철 대표 재판에 참석한 이재혁 전 천안함 합조단 선체구조관리분과 위원(현 방위사업청 통신장비계약팀장-대령)의 천안함 함미 스크루 변형 요인에 대한 증언이다.

천안함 함미의 우측 스크루가 앞쪽 방향으로 휘어진 요인에 대해 이 팀장은 “저렇게까지 휘어지지는 않는데 방향은 저 방향이 맞다”며 “(노인식 충남대 교수의 시뮬레이션은) 그런 경향성을 보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인식 교수의 시뮬레이션의 요지는 프로펠러가 회전하다가 급정지할 경우 ‘회전하는 방향’(천안함 프로펠러는 시계방향)으로 휘어질 수 있다는 것인데 반해 실제 천안함은 정반대 방향으로 휘어져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변호인 측이 여러 차례 지적해도 이 팀장은 시종일관 합조단의 천안함 조사보고서 내용이 틀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선박해난구조 전문가인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11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관성에 의해 배가 휜다는 것은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프로펠러가 휘는 것은 부딪혀서 휘는 것 외엔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천안함의 경우 딱딱한 모래바닥에 부딪힌 것”이라며 “재판에 나와서도 어떻게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 천안함 함미 우측 프로펠러(좌)와 천안함 선저 절단면 부위의 긁힌 자국(우) ⓒ 조현호 기자
 
지난 2010년 ‘1번 어뢰’ 안에서 가리비를 발견해 이를 폭로했던 박중성(닉네임 ‘가을밤’)씨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스크루(프로펠러)를 자세히 보면 바닥을 친 것이라는 게 자명하게 나타나 있는데, 군과 학계에서 계속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며 “날 끝을 보면 여러 차례 때린 흔적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자신이 직접 천안함 프로펠러를 정밀 촬영한 경험을 들어 “다섯 개의 날개에 찍힌 자욱을 보면 최소한 바닥에 10차례 이상을 친 것으로 보인다”며 “천안함 프로펠러가 분당 100회 회전한다고 하니 10번 쳤다는 것은 최소 6초 이상 동안 바닥에 부딪혔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그는 “바위나 돌이 아닌 비교적 단단한 성질을 가진 모래 바닥에 부딪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재혁 전 합조단 위원(방사청 팀장)이 법정에서 ‘천안함 함미 선저등에 난 스크래치는 (좌초에 의한) 스크래치가 아니라 도장(페인트) 변색’이라고 주장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이종인 대표는 “쇠가 파였을 정도의 ‘메탈릭 스크래치’로 바닥에 긁혔다는 뜻”이라며 “페인트가 벗겨진 정도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천안함 4주기 이후 전망에 대해 박중성 씨는 “프로펠러 외에도 ‘1번 어뢰’가 가짜일 가능성 등 눈에 보이는 증거의 진위 문제부터 다시 검증해야 한다”며 “무작정 북한 소행이니, 아니니 하는 주장을 펴기에는 ‘북한의 관련성’을 입증할 아무런 근거가 없기 때문에 아예 북한 문제를 배제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번 어뢰의 가짜 가능성에 대해 박씨는 “백색물질의 성분이 폭발에 의한 흡착물질이 아니라는 것이 명확하며, 어뢰 프로펠러에 붙어있는 생물로 보이는 물질들의 의미, 가리비의 존재 등 도저히 폭발직후에 존재할 수 없는 흔적이 1번 어뢰에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종인 대표는 “천안함 의혹을 규명하려면 무엇보다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풀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며, 그 안에 있는 사람 중에 국민들의 명예를 찾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