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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통일콘서트 테러의 도화선이 됐던 황선, 신은미씨의 북한 지상 낙원 발언은 없었다고 확인한 가운데 보수단체가 고발한 두 사람의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는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 반면 콘서트 폭발 테러 사건은 서둘러 사건을 축소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편파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이 테러 사건 직후인 지난 1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소위 종북 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예견됐다는 지적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종북콘서트'라고 규정했는데 콘서트를 '테러'한 사건을 적극 수사할 수 있겠느냐라는 반론이다. 황씨와 신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도 유례없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어 테러를 당하고도 종북몰이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북한 지상낙원 발언 자체는 없었다고 확인했지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적용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의 근거였던 지상낙원 발언 자체가 없다고 확인됐기 때문에 무혐의 처리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동안 경찰은 수차례 소환 조사를 하고 출국 정지 조치를 취했다.

 

황씨의 남편인 윤기진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이 지금까지도 테러범 집과 회사, 학교 수색은 않고 테러 발생 다음날 피해자인 우리 집은 이 잡듯이 뒤졌다"며 "이런 경찰이 신은미씨는 세 번이나 밤 늦게까지 강압적 조사를 하고 오늘(29일)은 아내를 이 시간까지 붙잡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은미씨의 경우 경찰로부터 세차례 소환 조사를 받았다. 시간으로 따지면 무려 30시간에 걸친 수사다. 경찰은 또한 세차례 출국정지 조치를 내리면서 오는 1월 9일까지 신씨의 출국정지를 연장했다. 신씨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경험했던 북 체류기를 콘서트 형식을 빌려 소개했다는 이유만으로 집에 있는 미국으로 가지 못하고 억류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콘서트 현장 폭탄 테러 수사는 폭탄물 제조 과정 등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고등학생 오모 군의 '치기어린' 단독 범행으로 서둘러 결론을 내린 모습이다. 

 

익산경찰서는 오군이 혼자 버스를 타고 범행 현장에 도착한 동선을 확인했다며 테러 사건 피의자는 1명 뿐이고 공범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황선씨가 직접 테러 오군의 부모와 오군의 담임 교사, 오군이 다녔던 취업실기 회사 직원을 만난 결과 단독 범행으로 볼 수 없는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 

 

경찰은 오모 군이 범행 현장에 혼자 갔다고 했다. 하지만 오모 군이 다녔던 회사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범행 당일 차에서 오군을 내려준 후 전북 익산 모 교회의 여성 전도사가 애초 콘서트 개최 장소였던 원광대와 변경된 장소인 익산시 신동성당까지 오군을 데리고 다녔다. 익산경찰서 측은 참고인 자격으로 여성 전도사를 조사했다는 입장이지만 공범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또한 범행 당일 아침 취업 실기회사에서 오군이 폭탄 실험을 했고, 집에서 폭탄 제조를 한 것도 확인됐다. 하지만 황씨 측은 경찰은 폭탄 제조 및 실험 장소와 관련된 증거 확보엔 나서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에서 10대 학생이 인화물질에 불을 붙인 뒤 투척해 관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고교 3학년생 오 아무개 군이 인화성 물질이 든 냄비를 가방 안에서 꺼내 불을 붙인 뒤 연단 쪽으로 향하다가 다른 관객에 의해 제지됐다. 이 사고로 관객 2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연합뉴스
 

오군은 또한 범행 이틀 전 점심을 먹으면서 취업실기 회사 직원들에게 통일콘서트 테러 계획을 밝혔고 한 언론사에 콘서트를 방해할 것이라는 내용의 제보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당일 경찰이 테러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혹도 나온다. 콘서트 주최 측은 경찰에 신변 위협 보호 요청을 했지만, 성당이라는 건물의 특수성이 있고 공공기관 건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범행 당일 오후 5시 30분부터 소방차까지 대기시키고 경찰 인력을 배치했다. 

 

오모 군에 대한 범죄 적용 혐의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익산경찰서는 오군이 만든 사제폭발물을 '폭발성 물건'으로 규정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폭발작용 자체에 의하여 공공의 안전을 어지럽게 하거나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을 해할 정도의 성능이 없어, 경미하게 손상시킬 수 있는 정도'에 그칠 경우 폭발성 물건으로 보고 있는데 오군이 만든 사제폭발물이 '폭발성 물건'에 불과할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폭발성 물건’으로 본다면 형법 172조에 따라 형량은 3년 이상이 적용된다. 하지만 ‘폭발물’로 본다면 형법 119조에 따라 형량은 7년 이상이 적용된다.

 

우리사회연구소는 "테러범의 사제폭발물이 과연 ‘사람의 생명, 신체를 해할 정도의 성능’이 없었는가? 사제폭발물의 파편이 살짝 튄 행사 관계자가 심한 화상을 입고 입원을 해야 할 정도로 강한 화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경찰이 잘 알고 있다"며 "경찰이 사건을 축소하려는 경향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에 더하여 경찰이 테러범의 뒤를 봐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이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황씨 측은 사건을 송치 받은 검찰이 테러 사건 의혹을 해소시키지 못한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경우 입장을 밝히고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당국을 고소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해 경찰-검찰의 수사 내용도 반박할 예정이다. 신은미씨도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 소환 조사와 출국금지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황씨 측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콘서트를 종북콘서트라고 규정했을 때 황씨와 신씨는 수사에 적극 응하고 있었는데 실제 범행으로 이어지고 생명에 위협까지 받고 있었던 테러 사건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은 비정상“이라며 ”박 대통령이 사실상 종북콘서트라고 수사를 강제했던 이유는 종북몰이의 필요성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폭탄 테러 가해자에 대해서는 꼬리 자르기 수사를 하고 있어 강도가 매를 든 격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