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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이 종북 논란에 휩싸인 신은미씨와 황선씨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영화 주제가를 불렀다고 보도했다. 이 노래를 불렀으니 이들이 종북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보도지만 이 노래는 국내 유명 가수도 부르고 공영방송사 라디오에도 나온 노래다. 

MBN <굿모닝 MBN>은 9일자 보도 <신은미·황선, ‘김정일 찬양 영화 주제가’ 불러>에서 “신은미 씨와 황선 씨가 지난해 11월 전국 순회 토크쇼에서 부른 노래는 영화 심장에 남는 사람의 주제가”라면서 “김정일은 지난 1992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들과의 담화에서 사상성이 높은 노래라고 칭찬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MBN은 다른 해석을 붙이진 않았지만 종북 논란에 휩싸인 신씨와 황씨가 김정일 찬양가를 불렀다고 보도, 이 두 사람의 종북 성향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긴 기사인 것으로 보인다.

MBN 보도 전에도 많은 언론들이 이 사안을 보도했다. 검찰은 지난 8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법무부에 신씨의 강제출국을 요청하고, 황씨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심장에 남는 사람’을 부른 점도 국보법 위반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한국일보, 뉴스1, 연합뉴스, SBS, 노컷뉴스, 서울신문 등 많은 언론들이 검찰 발로 이 노래와 관련한 보도를 전했다.

 

   
▲ 9일자 MBN <굿모닝 MBN> 보도
 

“헤여진대도 헤여진대도 심장속에 남는 이 있네 아 그런 사람 나는 못 잊어“란 가사의 북한 노래 ‘심장에 남는 사람’은 1989년 제작된 동일 제목의 영화 주제가로 9·9절(북한정권수립기념일) 제41주년에 맞춰 북한예술영화촬영소가 만든 영화다. 이 영화는 당시 동아일보와 한겨레에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노래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이후 남북교류가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지자 ‘휘파람’ ‘생이란 무엇인가’ 등과 함께 한국 사회에서 알려진 대표적인 노래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윤민수씨가 속해 있는 바이브가 부른 심장에 남는 사람’은 음악사이트 벅스가 집계한 ‘온라인 주간 인기가요 순위’에서 18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끌었다. 바이브가 부른 이 노래는 MBC 라디오 등에도 나왔다. 

2007년 바이브, 마야, 배술기, 베이비복스, JK김도욱 등 10명이 유비엔터테인먼트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공동 제작한 음반 ‘동인’ 제작에 참가해 북한 노래를 다수 불렀다. 현재도 네이버에서 ‘심장에 남는 사람’을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바이브가 뜬다. 네이버 뮤직에서는 이 노래 일부를 들을 수 있다.

 

   
▲ 북한이 노래 사용을 허락한 확인서
 

대중적으로 불렀던 이 노래가 이제는 신씨와 황씨의 ‘종북’ 성향을 입증하는 하나의 근거로 내세워진 것이다. 언론이 정부와 수사기관의 종북몰이에 대책없이 합세한 모양새다. MBN 보도국 간부는 이 보도에 대해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SNS에서는 MBN보도 등에 대해 “바이브 윤민수 큰일 났네”, “현대아산 김윤규 전 사장 애창곡, 나도 부른다”란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애초 신씨와 황씨에 대한 국보법 적용은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언론이 종북몰이에 대책없이 동참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들이 했다는 ‘지상낙원’ 발언은 오히려 TV조선에서 지어낸 말이었다. 황씨의 자택 압수수색으로 나온 ‘반미교과서’도 평양출판사에서 출간했다는 보도와 달리 홍성태 상지대 교수가 저술한 책으로 2003년 ‘당대 출판사’에서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