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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잘 돌아가나?

우리는 지금 여왕을 모시고 살고 있다! 삼권분리가 되어 있는 민주국가에서 국가 의전서열2번의 핫라인 전화는 받질 않고 아랫것들 시켜 상대?

by skyrider 2016. 1. 2.

'의전서열 2위' 전화 받지 않은 대통령

[앵커브리핑] '고객님의 전화를 받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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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지 않는 전화. 오늘(21일)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말입니다.

지난해 6월, 정의화 국회의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전화' 얘기를 꺼냅니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대통령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대통령이 잘못한 게 있으면 전화할 것"

핫라인을 공유한다는 정 의장의 말은 대통령이 국회의장을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존중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됐습니다.

그리고 6개월 뒤, 우린 이런 말을 듣게 됩니다.

[정의화/국회의장 (2014년 12월 16일) : 제가 두 번 (전화를) 시도했는데 두 번 다 꺼져 있었고요. (휴대전화) 백에 넣어다니지 않겠습니까? 핸드백에… 그래서 아마 듣기가…]

그리고 또 일년, 비로소 청와대는 정 의장에게 답을 줍니다. 전화가 아니라 비서관들을 보내서였습니다.

"선거법만 직권상정한다는 건
국회 밥그릇에만 관심 있는 것"

"국회의장은 국회 정상화의 책무 있어"

이른바 노동5법 등, 야당이 반대하는 쟁점법안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며 의장을 압박했습니다. 압박이 아닌 촉구나 요청으로 해석한 언론도 있지만 국회의장의 반응을 보면, 그는 적어도 촉구나 요청 정도로 느끼지는 않았다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

[정의화/국회의장 (2015년 12월 17일) : 내가 내 성을 정의화를 바꾸든지 다른 성으로… 156명에게 내가 일일이 체크를 한 번 해볼까요? 다 도장을 찍었는지?]

1년 반 전에 대통령 비서실장이 핫라인을 알려준 것이 상대에 대한 존중이라고 해석한다면, 지금의 이 상황은 보는 이들도 매우 곤혹스럽습니다.

국회의장. 대한민국 의전 서열 2위입니다. 대통령 다음이지요. 반면 청와대 정무수석은 정부의 차관급이고 대변인은 공무원 1급입니다.

이러한 '청와대의 격식파괴'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대통령과 같은 당 출신인 국회의장을 아랫사람처럼 생각하는 것이 무방하다는 우리 정치의 오랜 관습이 녹아 있는 게 아닐까…

또 의장에게 대수롭지 않게 큰소리치는 여당 의원의 마음 속엔 '우리가 그 자리에 앉혔는데 우리가 남이가~' 이런 퇴행적 생각이 담긴 건 아닐까…

이란핵협상을 위해 의료보험 개혁을 위해 야당 의원들과 끊임없이 만나고 설득했다는 미국 대통령의 이야기를 외신으로 접하고 있노라면 늘 꺼져 있는 대통령의 전화는 조금 안타깝게 여겨집니다.

만일 그때 정의장이 걸었다는 두 번의 전화를 대통령이 받았다면… 만일 정말 그런 일들이 조금씩이라도 지금까지 있었다면… 오늘날의 정국은 조금은 바뀌어 있을까요?

얘기를 하다 보니 가정법 과거가 됐습니다.

영어에서 가정법 과거는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 부질없는 가정을 얘기합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