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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일지

"그래 이 맛이야!" 나의 버킷리스트, '울산바위 날기'!

by skyrider 2018. 9. 10.

일시: 2018/9/8(토)

장소: 미시령

기상: 북동 2~5 m/s

체공: 38분04초

최고고도: 1,120.8m

최고속도: 44.7km/h

동행: 홍기학상무님,한량 박찬순님

 

 

전에부터 미시령 비행기상이 될 때 날 좀 꼭 델꼬 가 달라고 부탁을 해 뒀던 한량님한테서 연락이 왔다. 이번 토욜이 절호의 기회라고....

윈드그루 예보를 보니 북동풍이다. 구름도 없고 ... 이런 기상이라야 울산바위를 탈 수 있단다.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같이 갈 동호인들께 연락을 하고...  그런데 비공어르신이 컨디션이 안 좋아 못 가신단다.  비공어르신이 못 가시는 바람에 한 자리를 채우려니

갑자기 결정된 원정이라 무지 가보고는 싶은데 여건이 안되는 분들이 있어 결국 3인이 출발하기로 했다.

 

한량님과 홍상무님을 픽업을 하고 고속도로를 들어서니 막힌다. 추석이 얼마 안 남아 조상묘에 벌초하러 가는 사람들이 많은 듯...

아침은 홍상무님이 준비해 온 김밥으로 차안에서 요기를 하고... 달려달려 미시령 터널을 빠져나와 도착한 델피노 CC입구! 

 

미시령 고속도로 톨게이트와 옛 미시령 고갯길 초입이다 세 갈래길 가운데에 S-OIL 주유소가 버티고 있고 앞에는 넓은 주차장이고 주차장 끝엔 지금은 문을 닫은 울산바위 전망휴게소가 있다. 미시령 터널이 새로 생긴 이후 옛길로 다니는 차들이 많지를 않아 주차장도 텅 비어 있어 그대로 훌륭한 착륙장이다.  

 

 

^^ 먼저 착륙장부터 확인을 하고... 오늘의 미션,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구비구비 옛길을 따라올라 이륙장인 미시령 고갯마루 휴게소엘 도착하니 이런?

 

 

^^ 새로 난 터널 속으로 차들을 다 뺏기는 바람에 폐쇄된 휴게소를 깡그리 밀어 버리고 백두대간 복원공사를 한단다. 여기 주차장이 이륙장이였는데...ㅠㅠ

 

차를 세워 둘만한 곳도 없다. 휴게소 뒤 상봉쪽으로 올라가는 등산길도 공사판으로 변해 끊어져 있고...  한량님이 여기저기 둘러보다 공사판을 돌아 산기슭으로 상봉 올라가는 등산길로 가다보면 이륙할 만한 곳이 한 군데 있단다.

 

 

^^ 공사장을 돌아 옛 주차장 밑 급경사 둔덕길을 따라 빽빽한 낮은 잡목 숲을 헤치며 끊어진 등산길을 찾아 올라가는 여정이 험난하다. 급경사인데다 발에, 또 등에 멘 장비에 걸리는 나뭇가지들 때문에 두 걸음 올라가고 한 걸음 뒤로 밀리고... (한량님이 카메라를 들이대니 억지로 웃는 낯으로...ㅠㅠ)

 

 

^^ 휴~ 겨우 등산로 비슷한 곳에 올라와 길도 없는 억센 잡목 숲을 헤치며 지금까지 올라 온 델 뒤돌아 본다. 쾌청한 날이라 저 멀리 울산암이 선명하다. 기운이 빠져 등에 진 장비 무게 때문에 저절로 주저앉게 된다.

 

 

^^ 퍼져 앉아 하염없이 밑을 내려다보니 휴게소 건물과 주차장은 깡그리 없어졌다.

 

한량님이 자기 장비를 내려놓고 내가 걱정이 되는지 빈몸으로 다시 내려오더니 빨리 이륙하지 않으면 바람이 쎄져 이륙을 못한다며 내 장비를 뺏다시피 둘러메고 앞장을 선다.

 

 

^^ 나는 빈몸으로 올라가는데도 한량님을 못 쫒겠다. 불러 세워놓고 인증사진 한 장!

 

 

^^ 둔덕을 올라서니 내리막 저 멀리 홍상무님은 열심히 장비를 풀고 있고 한량님도 내 장비를 내려놓고 있다. 쎈 골바람 때문인지 거기만 나무들이 없다, 이 곳이 한량님이 얘기한 '이륙할만한 곳'인가 보다.

 

 

^^ 장비 풀 생각도 않고 주저앉아 있자니 오늘의 '무서운(?) 감독님'인 한량님의 다구침이다. 빨리 이륙하지 않으면 오늘 비행은 끝이란다.

 

 

^^ 헉! 웬 늙은이? .....  감독님의 불호령에 쫒기듯 어기적 거리며 아직도 후들거리는 다리를 세워 겨우 일어나는 내 모습이 영락없는 80대 노인네, 아니 90대 노인네다!

(비공어르신이 언짢아하실까 봐 얼른 90대로 바꿨음ㅎㅎ)

 

 

^^ 한량님한테서 오늘의 비행루트와 공략포인트를 브리핑 받고 더미로 홍상무님이 이륙을 하는데... (차마... 한, 대여섯번..?  이륙실패한 사진은 생략하고...)

 

마루금과 조금 아래 사면이랑 바람의 강도가 차이가 나는데다가 왼 쪽과 오른 쪽의 풍속이 다른지 날개를 세우면 확 방향이 틀어지고... 앞전 먹혀 들어오고...

 

 

^^ 홍상무님의 비행루트 콜을 하던 한량님이 나를 다구치기 시작한다. (애고 좀 더 쉬고 싶건만...)

 

그런데 홍상무님이 여러 번 이륙 실패하는 걸 보며 왜 저리 이륙을 못하지? 했었는데... 정작 내가 해보니 이 건 뭐, 요상하기 그지없다. 다리 힘이 풀린데다가 좌우가 약간 경사가 있고 날개를 세우고 돌아서려면 억센 풀속에 숨은 굵은 돌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홍상무님보다 더 이륙실패 횟수가 쌓여가니 자신이 없어진다. 바람 더 쎄지기 전에 한량님이라도 먼저 나가라 해야 될 것 같은 생각으로 나는 오늘 비행 포기할테니 먼저 나가라 하니 한량님은 날이면 날마다 올 수 있는데가 아니라며 서둘러 내 날개를 거둬서 다시 펴준다.

 

그러다 이 번에는 이륙이 될 듯, 몸이 떴었는데 견제가 들어 갔는지 다시 또,...    하필 사람 키보다 약간 더 높은 숲으로 날개가 쏟아진다.(애고 이젠 진짜 안되겠군!) 

 

한량님이 이번엔 걷는데 시간이 좀 걸릴 꺼라며 하네스를 벗고 라이져 뭉치를 분리하란다. 정말 오늘 비행은 끝이다 생각하고 하네스를 벗고 라이져 뭉치를 빼내어 한 쪽은 한량님에게 건네주고 난 다른 한 쪽의 산줄들을 나뭇가지에서 걷어내려니 한량님은 나보고 저리 가셔서 쉬시란다. 산줄 챙기느라 힘을 더 빼면 정말 오늘 비행은 끝이니 자기한테 맡기고 쉬라고 하도 성화라 잠시 쉬다가 안되겠다 싶어 오늘 비행은 진짜 포기하고 천천히 기체 회수해서 차 가지고 내려갈테니 바람 더 쎄지기 전에 한량님이나 어서 빨리 나가라고 했더니 자기 이륙은 바람이 더 세져도 걱정하지 말란다.

 

겨우 날개를 회수하고 한량님의 등쌀(?)에 쫒겨 서둘러 날개를 정리하여 이륙 준비를 했다.  날개를 세우고 뒤로 돌아 다시 쓰러지려는 나를 한량님이 붙잡아 주어 드디어 이륙성공!  휴~

 

^^ 한량님의 헬멧 캠코더에 잡힌 나의 어거지 이륙 영상!

 

 

^^ 한량님이 일러준 대로 저 멀리 성인대(좌측,너럭바위 있는 곳) 가기 전, 왼쪽 창끝같이 삐쭛삐쭛 솟은 바위능선(사진에는 안 잡힘)에서 고도를 잡기 위해 날아가며 디카 한 장!

 

 

^^ 저 울산암보다 더 높은 고도를 잡아야 되는데...?

 

오늘 풍향이 북동풍이라 상봉 아래 창칼바위 능선 있는 곳으로 돌아서기 전에 움푹한 골짜기가 와류지역일 것 같아 릿지를 가까이 붙이지도 못하고 고도가 까질까 노심초사하며 드디어 능선 모서리를 돌아서니 바리오 상승음이 울린다. (휴~ 다행!)

 

여기서 고도를 잡지 못하면 오늘 울산암 오르기는 끝이다 싶어 열심히 돌리니 휘청거리며 조금씩 고도가 오른다. 그런데 이륙장 쪽을 보니 한량님이 이 쪽으로 날아오고 있다. (아니? 벌써 이륙을? 홍상무님이나 나는 그렇게 이륙 실패를 많이 했는데 단 번에 이륙을 해서 나오다니... 역시 도사는 도사다!)

 

 

^^ 창칼바위 능선에서 어느 정도 고도를 잡고 약간의 여유를 갖고 둘러보니 홍상무님은 보이질 않고 한량님은 저 앞 쪽 벌판에서 고도를 잡느라 써클링을 하며 나보고 앞으로 좀 더 나오란다. 칼바위 능선을 벗어나면 고도가 죽을까 싶어 날개가 요동치는 것도 참았는데 여길 버리고 나오라니?...

 

 

^^ 한량님 지시대로 성인대 쪽으로 나와 써클링을 하니 고도가 더 올라간다. 바리오가 1,100m 언저리를 왔다리 갔다리 한다. 에이 모르겠다 '모'아니면 '도'다 싶은 심정으로 건너가 보기로하고 울산암을 향해 출발을 했다.

 

 

^^ 미시령 골짜기를 건너가는 동안, 골짜기로 몰려드는 바람도 장난이 아니고... 울산암이 가까워지며 고도는 조금씩 까지기 시작한다. .애가 바짝바짝 탄다. 동력패러라면  파워를 한 껏 더 올리고 싶은 심정이지만 무동력이니 ...

 

 

^^ 드디어 울산암 옆에 붙었다. 오늘 예보가 북동풍이니 울산암에 붙으면 고도가 더 오를 줄 알았는데 안 오른다. 더 가까이 붙이기엔 모험인 것 같고 애만 탄다.

 

 

^^ 다행히 고도는 더 떨어지지는 않고 울산암 남단이 북단보다 약간은 고도가 낮은 건지, 남쪽으로 갈 수록 울산암 칼바위 능선마루가 내려다 보인다.

 

 

^^ 조금만 더 가면 드디어 울산바위를 북에서 남으로 종단을 한다. 자, 조금만 더... 더...!

 

 

^^ 울산암 남쪽에는 울산바위로 올라오는 등산로가 있어 사람들이 많이들 보이는데 나를 발견했는지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손을 흔든다. 나도 조종줄을 왼손으로 몰아쥐고 여유롭게 오른 손을 크게 내 저었다. (그래 이 맛이야!)

 

나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는 모습도 보이는데... 조금 더 가까이 갈까 하다가 서쪽 릿지 쪽에서는 바람이 어떨지 몰라 모험은 않기로 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서쪽 바위절벽은 햇볕을 받아 상승풍이 있었을 텐데... 그냥 들이대 보는 건데... 아쉽다)

 

 

^^ 남단에서 다시 방향을 돌려 북단으로 향하는데 고도가 조금씩 떨어진다. 하늘에는 한량님이 높은 고도를 잡고 울산암 주변을 돌며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 한량님이 울산암으로 건너오며 찍은 핼멧 캠코더에 내가 잡혔다. (울산암 가까이 날고 있는 빨간 날개!)

 

 

^^ 북단 쪽으로 오는 동안 고도가 조금씩 떨어진다.

 

 

^^ 고도가 더 떨어지기 전에 한 번 더 남단으로 방향을 돌린다. 혹시나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니 셀카도 한 장 찍고...(못 생겨서 죄~송합니다. ㅎㅎ)

 

 

^^ 울산암 남단까지 겨우 돌아 와 이젠 미련을 버리고 착륙을 하기로 한다. 울산암까지 건너오질 못하고 먼저 착륙한 홍상무님은 미시령 고갯마루에 올려다 논 내 차를 가질러 가겠다고 무전이 온다.

 

 

^^ 이리 꼬불 저리 꼬불한 옛길과 시원하게 뻗은 고속도로가 양옆으로 대조를 이루고 달리고 있다!

 

한량님은 바닷가 해안까지 날아가겠다며 나중에 착륙지점 알려줄테니 픽업을 와 달라고 무전을 날리고 방향을 잡는다.

 

 

^^ 발 아래 델피노 골프장!  나는 하늘에서 신선 놀음하는데 뙤약볕에 작대기 휘두르며 고생들 많네 ㅎㅎㅎ

 

자, 이제 착륙장 진입코스를 잡아야 하는데 밑에는 풍향을 짐작할 수 있는 어떤 것도 보이질 않아 어느 쪽으로 진입을 해야 하나 싶어 한 바퀴를 돌며 속도를 느껴 보았다.

이륙장 골짜기도 아니고 늦은 오후이니 바람이 많이 약해져 속도의 차이가 별로 느껴지질 않는다. 그럼 오늘 예보가 북동풍이니 북동을 바라보며 진입을 하기로 했다.

 

 

^^ 미시령 톨게이트 상공을 지나 드디어 무사히 착륙! 여기가 지금은 문닫은 울산바위 전망휴게소였다는데, 정말 울산바위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더구나 오늘 같은 구름 없이 쾌청한 날, 내가 놀던 울산바위를 바라보니 감개가 무량하다!

 

날개를 챙기고 있는데 홍상무님이 내 차를 가지고 내려왔다. 올라갈 때 어떻게 갔느냐고 물으니 한량님 얘기대로 카카오 택시를 부르니 3분만에 도착하여 미터요금만 받고 잘 데려다 주더란다. 한량님한테서 연락이 왔다. 해안가 백사장을 조금 남겨놓고 영랑 호숫가에 내렸단다.

 

이 지역은 홍상무님이 자전거 전국 일주여행을 다닐 때 들려봐서 잘 안다며 네비보다 더 잘 안다. 영랑호수변을 끼고 북쪽으로 돌아가니 호숫가 쪽에 한량님이 장비를 내려 놓고 서 있다.

주변에 내릴 만한 데가 안 보여 어디에 어떻게 내렸냐니까 호수안에 조그만 섬같은 곳에 날개 한 끝도 물에 안 닿고 안전하게 내렸단다. 나중에 핼맷 영상을 돌려 보면 재밌을 거란다.

 

^^ 한량님의 아슬아슬 착륙 장면,  흐미 무셔워라!

 

5시가 넘었는데 배 고픈 줄도 모르고 지내다가 비행 마치고 멤버들이 다 모이니 이제 배가 고파진다.

홍상무님이 전에 맛있게 먹은 머구리 물횟집이 요 근처 해안도로에 있다고 해 찾아 나서는데 예전에 있던 자리는 주차장이 되고 그 옆에 높은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 있는데 건물 꼭대기에 크게 붙은 상호가 '봉포 머구리집'이라고 써져있다. 홍상무님이 놀래며 상호가 맞다며 전에는 조그만 그저 그런 규모의 물횟집이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한시간 이상을 기다려서 먹었다는데 그 새 돈을 억수로 벌었나 보단다. 

 

 

^^ 일방통행 길인 해안가 도로 옆 높은 건물, 1층은 카페, 2층부터 5층까지가 물횟집이고 주차장은 제1,제2.제3 주차장까지 있다!

 

 

^^ 비행화 벗기 힘든데 테이불 좌석은 꽉 차고, 할 수 없이 비행화를 벗고 앉은뱅이 식탁으로 배정을 받았다.

 

이 집 물회가 별미라서라기보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5시가 훨씬 넘은 시간에 먹는 점심이라 꿀맛이다. 추가 밥과 추가 사리를 더 시켜 먹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돌아오는 길은 안 막히고 잘 올라왔다. 하남 만남의 광장 장기주차장에서 홍상무님 차를 찾아 먼저 보내고 나오는데 무인 차단기가 안 올라가 사람을 부르고 직원이 와서도 얼른 처리가 안되어 다른 날 같으면 짜증이 날만도 한데 오늘은 한결 너그러운 마음이다. 버킷리스트 중의 두번 째, '울산바위 날기' 미션을 달성한 날이라선가?

역시 비행은 이 맛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