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주의 PPL] "사시도 합격 못한 조국과 박상기가…"
[the L] '非법조인'에 대한 법조인들의 비뚤어진 선민의식…'非법조인'이 해야 사법개혁 성공한다
편집자주People Politics Law…'국민'이 원하는 건 좋은 '정치'와 바른 '법'일 겁니다. 정치권·법조계에 'PPL'처럼 스며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너 변호사야? 아니면 당장 나가!” 백발의 70대 원로 변호사 A씨가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2층 카페에서 ‘변호사가 아닌 사람’에게 종종 하는 말이다. 커피 자판기와 의자가 배치된 그 공간은 ‘변호사’들만 출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반말’은 기본이고, 나가라는 요구에도 곱게 나가지 않고 항의하면 '미친 X'이라는 욕설까지 한다. 그는 “난 건물을 관리하는 업무를 하는 변호사고 당신은 ‘주거침입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다소 과격한 허위섞인 억지 법리까지 편다. A변호사가 ‘변호사들만의 공간’이라고 주장하는 그 카페는 변호사 뿐 아니라 변호사가 아닌 서울변호사회 일반 직원과 출입기자, 의뢰인 등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곳이다. 바로 옆 방엔 A변호사를 비롯한 60~70대 원로 변호사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바둑실'(실제 이름은 휴게실)이 있다. 가까운 곳에 본인의 변호사 사무실이 있음에도 매일 바둑실에 출근하다시피하는 A변호사는 아무 근거없는 규정을 들며 바둑실 옆 카페를 이용하는 ‘비법조인’들을 발견할 때마다 내쫓고 있다. “조국이가 사시 못 붙은 열등감에 검찰이고 법원이고 다 휘저어 놓는거야.” 최근 서초동에서 원로 변호사들이 대화하던 중에 나온 얘기다. 검사 출신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사법시험에 응시하지도 않은 교수 출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향해 했던 말이기도 하다. “박상기 법무장관이 검사들에게 휘둘리는 거 아니냐.” 법조계 안팎에서 떠도는 말이다. 전통적으로 검사 위주의 조직인 법무부를 로스쿨 교수 출신의 ‘비법조인’ 박 장관이 컨트롤 할 수 있겠냐는 우려다. 홍 전 대표나 원로 변호사들의 조롱에 가까운 비난이 새삼 놀라운 건 아니다. 겉으로 표현하진 않아도 다수의 법조인들이 ’사시 합격자‘와 그외의 사람들을 ’계급‘처럼 구분지어 생각한다. '선민의식'과 다름없다. 꼭 법조인들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일반인들 중에도 사시 합격을 하지 못한 '비법조인' 법대·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판사·검사·변호사보다 낮춰보는 경우가 있다. 수십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사시 신격화’의 단면이다. '사시 합격자'들의 선민의식엔 우리 사회의 '사시 신격화'도 책임이 없지 않다. 법률서비스 제공자인 법조인을 어려운 시험을 통과했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높여주면서 불평등한 법률서비스가 개선되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법조인에게 다소 비싼 비용을 내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도 지금까지 법률시장을 지탱해오던 허망한 믿음이었다. 비법조인 소비자들이 스스로 법조인인 공급자 우위 시장을 조성한 것이다. 고(故) 리영희 교수의 대담집 ‘대화’엔 그가 쓴 ‘D검사와 리교수의 하루’라는 소설에 대한 고백이 나온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공안검사 D가 해양대학 출신으로 반공법 위반 혐의로 잡혀온 리 교수의 학벌을 비웃었단 얘기다. 그런 그가 국제정치와 베트남전쟁, 중국혁명에 관한 책을 써 젊은이들을 선동한 건 잘못됐다는 억지신문을 하더란 것이다. 그러면서도 D검사는 자신이 시골 수재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 중에서도 극소수만 가능하다는 재학 중 고등고시 합격자임을 여러차례 피의자인 리 교수에게 자랑했다고 한다. 심지어 5개 국어가 가능했다는 리 교수에게 "그렇게 머리가 좋으면 두뇌낭비 하지 말고 고시를 볼 것이지 왜 엉뚱한 짓을 하느냐"고 추궁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 수석은 지난 6일 “검찰의 불가역적 변화를 위해서는 법률적 차원의 개혁이 필요하다”며 “한 번 연장된 사개특위 활동 마감시한은 6월이다. 국민 여러분, 도와달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비법조인’ 조국이 ‘비법조인’ 국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셈이다. 수십년간 특권을 당연시 해온 ‘법조인’들에게 ‘셀프 개혁’을 맡겨선 바뀔 게 없다는 절규로 들린다. 조 수석의 호소가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지 않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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