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섬마을 도둑년' 누명 벗겼다…그 반전 뒤엔 검사 뚝심
2013년 7월, 경남 남해의 한 노래주점에서 경찰로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노래방 사업을 함께하는 여성 A씨가 자신의 가방에 있던 돈을 훔쳐갔다는 심모(58·여)씨의 신고 전화였다.
경찰 수사는 순조로웠다. 심씨와 가까운 세 명의 여성이 모두 심씨에게 유리한 정황을 진술했기 때문이다.
김모(50)씨는 경찰에 "(범행 당일)심씨에게 곗돈 250만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심씨 가방에 수백만 원의 돈이 있었다는 정황으로 볼 수 있는 진술이었다. 최모(44)씨는 "범행 당일 A씨가 노래주점에 출입하는 것을 봤다"고 경찰에 말했고, 이모(49)씨는 "A씨가 심씨 가방에 있던 500만원을 가져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목격자의 진술은 꿰맞춘 듯 딱딱 맞아 떨어졌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씨를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경찰에서 A씨의 범행 정황을 진술한 세 목격자는 법정에 나와서도 똑같은 증언을 이어갔다.
2014년 10월 법원은 A씨의 절도 혐의를 인정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줄곧 "돈을 훔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그 누구도 A씨 주장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A씨의 유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검찰 깃발이 바람이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반전은 3년 뒤 찾아왔다. 심씨와 세 명의 목격자들이 허위 신고 및 진술을 했다는 정황을 아는 또 다른 지인 B씨가 A씨에게 그간 사정을 털어놓은 것이다. 억울함을 풀기 위해 A씨는 심씨와 다른 세 여성을 무고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재수사를 펼친 경찰은 A씨와 B씨의 진술 외에 다른 증거가 없다며 '혐의없음'으로 다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3년 만에 다시 수사에 나섰다. 창원지검 진주지청은 A씨와 심씨, 목격자 세 명을 각각 불러 조사했다. 이들의 휴대전화를 분석하고 계좌추적도 병행했다.
사건의 진실을 밝힐 실마리는 A씨의 휴대전화에서 나왔다. A씨의 휴대전화는 사건이 벌어진 2013년 7월 24일, A씨가 경남 남해가 아닌 부산에 있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검찰 수사는 속도를 냈다. 무고와 위증 등의 범죄 사실을 끝까지 부인하던 심씨 등은 구속되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자백을 시작했다. 심씨는 주점 동업자였던 A씨가 카드매출대금 100만원을 주지 않고 연락을 끊어 허위 신고를 했다고 털어놨다. 자신과 갑을관계였던 세 명의 지인들에겐 사건을 목격한 것처럼 법원에서 허위 증언을 하게 시켰다. 또 다른 지인인 장모(49)씨는 이들이 거짓말을 잘할 수 있도록 법정에 들어서기 전 우황청심환도 건넸다고 한다.
피해자에서 피고인의 신분으로 다시 법정에 선 심씨에게 법원은 무고와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위증에 나선 다른 여성들에게도 모두 징역형을 선고했다. A씨가 '도둑년' 누명을 쓴지 5년 만이었다.
창원지검 진주지청 외경 모습. [JTBC 캡처]
사건을 담당한 창원지검 진주지청의 정거장 검사는 심씨 등의 유죄가 확정된 이후 재심 절차를 안내하기 위해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A씨는 누명을 쓴 이후부터 암 투병에 식당 일용직을 전전하는 등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재심 청구가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이에 정 검사는 지난 12일 A씨 사건에 대해 직접 재심을 청구했다.
형사 사건의 경우 검사의 직접 재심청구는 극히 이례적인 경우로 꼽힌다.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 삼례 나라 슈퍼 살인사건 등의 재심을 끌어낸 박준영 변호사는 "검사의 직접 재심 청구는 직전 수사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으로 검사 입장에선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며 "시국 사건이 아닌 형사 사건에서 검사가 직접 재심을 청구하는 사례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힘이 없는 서민들은 짓밟힐 대로 짓밟힌 상태라 재심 청구를 할 바에야 차라리 숨어 사는 걸 택한다"며 "적극적으로 검찰이 나서 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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