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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환경운동의 중심으로 떠오른 10대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이번에는 유럽연합(EU)의 새 기후법안을 문제 삼고 나섰다.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EU 회원국들의 합의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는 것이다.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유럽 기후법안을 발표하고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로 툰베리를 초청했다.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법안에 대한 툰베리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였다. 이번 발표로 EU 회원국들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2050년까지 의무적으로 ‘탄소 순배출 제로’를 지켜야 하는데 여기에 환경운동계의 우상 툰베리가 동의할 경우 더 큰 상징성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유럽 기후법안은 향후 30년 동안 우리의 나침반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지속가능한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모든 길에서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무대에서 기후 리더로서의 유럽의 위상을 확인할 것이며 우리의 많은 협력자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툰베리는 EU 집행위의 기대와 달리 이 법안을 단호하게 비판했다. 그는 연설을 통해 “집이 불에 타고 있을 때 이 불을 끄려고 몇 년을 기다리지 않는다”며 “그런데 집행위가 내놓은 법안이 바로 이런 식”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법안이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만 제시하고 중간 단계의 목표는 명시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EU의 새 기후법안은 ‘항복’을 의미한다. 자연은 숫자로 흥정하지 않는다”며 “EU는 기후변화 방지에 앞장 서는 국가인 척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툰베리를 포함한 30여명의 청년 환경운동가들도 온라인 공개서한을 통해 “EU의 법안은 포기한다는 의미”라며 “EU는 2030년 혹은 2050년의 목표가 아니라 올해, 내년 나아가 매달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툰베리의 비난에 집행위는 오는 9월까지 재검토를 거쳐 2030년까지의 중간 목표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프란스 티메르만스 집행위 부위원장은 “툰베리처럼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EU의 환경법은 여전히 제자리였을 것”이라며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툰베리를 다시 만나 다른 접근을 시도하겠다고 설명하겠다. 우리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 상태에 도달하는 데 도움을 줄 새로운 기술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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