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행일지

햇무리와 함께한 충북 단양비행

by skyrider 2008. 7. 26.
..
<제138회 비행일지>

일시; 2002.06.09(일)
장소; 충북 단양 양방산(해발 660m)
비행시간; 약 40분

오늘은 여러모로 기념할 만한 날이다.
패러 입문 6년만에 처음으로 집사람이 남편이 비행하는 모습을 지켜 본 날이자 나의 팬(?)들이 6명이나 동행을 한 날이다.

창규 형 내외를 픽업하고 강변북로를 들어서니 박문환 형님한테서 전화가 온다. 약속시간보다 1시간이나 먼저 동서울 만남의 광장에 도착했단다.
약속시간 5분 전에 도착한 만남의 광장에는 벌써 홍부장, 진선생, 신현중씨가 기다리고 있고 잠시 후 고교동창인 이건춘 내외가 도착한다. 윤일중원장, 이정호팀장은 치악휴게실에서 만나기로 하고 먼저 출발을 했다.

점심 무렵, 잘 �인 제2중부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신단양 선착장 착륙장엘 도착하니 강 건너편에 버티고 선 양방산 정상 이륙장이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다. 난 언제나 잘 생긴 양방산 이륙장을 바라 볼 때마다 가벼운 흥분상태가 된다.

바람은 약한 배풍인 듯, 패러 몇 대가 이륙장 반대편에서 이륙하여 산 모퉁이를 돌아 나와 착륙장을 향해 쫄쫄이로 비행하고 있다.

이륙장 전망대 준공 후 양방산 붙박이 지킴이로 임명된 현지 팀의 함영민씨가 차 두대를 보내 왔다.
일행은 소풍 나온 애들처럼 들뜬 기분으로 고수동굴 앞을 돌아 이륙장으로 오른다. 정상까지 시멘트로 포장을 하여 전보다는 오르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동강과 서강이 합쳐저 충주호로 흘러 드는 강물 줄기가 큰 뱀처럼 단양시가지를 휘돌아 나가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고 능선을 타고 이따금씩 올라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정상 이륙장에 도착한 오늘 나의 귀한 손님들은 보기만해도 시원한 정경에 넋이 나간 듯하다.

이륙장 바람은 배풍성 바람이 약하게 올라오고 써멀이 산 사방 능선을 타고 간간이 올라와 윈드 색을 혼란시키고 있었다. 상공에는 물기 머금은 엷은 깨스 층이 차있는 듯, 오랜만에 보는 햇무리가 엷게 빛나고 있다.

3층으로 된 원통형 전망대 매장에는 컵라면이 8개뿐이란다. 마침 박형네와 창규형네서 준비해 온 김밥과 수박으로 요기를 하고 있으려니 행 글라이더 3대가 이륙 준비를 하고 바람을 기다린다.

윈드 더미가 배풍으로 나가서 열기류를 잡으려 애를 쓰나 아직 열은 없어 그냥 고도를 깎아 먹고 반대쪽 계곡으로 오리알이 된다. 이를 본 나머지 행글이 두 대는 이륙을 포기하고 바람을 기다린다.

드디어 바람이 정풍으로 도는듯, 행글이는 이륙장 정면 쪽으로 기수를 돌려서 이륙을 준비한다.
드디어 한 대가 이륙한다. 조금 앞으로 나가더니 열 기둥 하나를 잡는다. 놓치지 않고 원을 그리며 고도를 올린다. 제대로 코아에 든 것 같다.

나머지 한대도 뒤질세라 이륙하여 앞 선 행이 써멀을 잡은 상공으로 진입하여 돌려보나 벌써 열기둥은 자리를 옮긴 듯, 고도를 까먹는다. 이리저리 써멀을 잡으려고 헤매든 행이 드디어 작은 열을 잡아 고도를 조금씩 올리기 시작한다.

먼저 써멀 사냥에 성공한 행글이는 완전히 안정고도에 진입하여 유유히 하늘 산책을 하고 있다.

우리도 마음이 바빠진다.
서둘러 이륙장으로 나가 보니 벌써 대구에서 온 팀이 이륙준비를 하느라 부산하다.
릿지비행을 하기에는 조금 약하나 이제는 제법 부드러운 정풍이 들어온다. 더미로 나간 노란색 기체는 이륙하자마자 고도 침하 없이 앞으로 조금 나가더니 부드럽게 상승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긴 이륙장 맨 끝으로 이동하여 윤원장이 간이 풍속계로 풍속을 체크해보니 시속 13~18Km로 가스트도 좀 있고 아까 보다 좀 거칠어진 것 같다.
윤원장이 윈드 더미로 나가기로 하고 신현중씨는 윤원장이 착륙하여 무전 컨트롤을 하기로 하고 준비한다.

드디어 윤원장이 기체를 올려본다. 바람이 도는 듯, 곧바로 캐노피의 방향이 90도 이상으로 돌아 버린다. 드디어 윤원장이 여유있게 이륙한다. 나의 동원된 팬(?)들은 탄성을 지른다.

두번째로 내가 이륙준비를 하고 있는데 창규형이 집사람을 내 옆에 세워 놓고 비행하는 윤원장 기체를 배경 삼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기념촬영을 해준다.

이륙준비를 다 해 놓고 바람을 기다리고 있으려니 집사람과 나의 팬들이 궁금하지도 않은지 저 만큼 자리를 옮겨 다른 팀 비행모습을 배경 삼아 사진 찍기 바쁘다.

내심 섭섭하기도 하나 한 편으로는 가까이서 구경하는 것 보다는 부담은 덜 해 홀가분 하기도 하다. (나중 집사람한테 얘길 들으니 이팀장이 가족들이 지켜보면 내가 심리적으로 부담이 생겨 이륙 실패 할지도 모른다며 조언을 해줘 일부러 자리를 �겼단다.)

드디어 리버스로 부드럽게 이륙!- 릿지는 안되니 조금 앞으로 나가 써멀을 찾아보기로 하고 좌측 능선 끝으로 나가니 바리오가 울기 시작한다. 고도가 오르고 어렵지 않게 이륙장 정상보다 약 50m 정도 위로 오른다.

방향을 틀어 이륙장 쪽으로 나가 일행을 찾아 본다. 나도 모르게 일행들에게 자랑하고픈 심정이 작용을 했나 보다. 건춘이가 손을 흔들고 나도 마주 손을 흔들어 본다. 모두들 내 기체를 알아 보고 손을 흔든다.

손을 흔드는 동안에 고도가 좀 깎였다.
다시 열을 잡으려고 강쪽으로 좀 나가니 저 앞에 윤원장이 나보다 더 낮은 고도에서 열을 �아 헤매는 모습이 보인다.

'저러다가 쫄쫄이로 착륙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고 속으로 걱정하고 있었더니 역시 베테랑답게 드디어 열을 잡아 나와 비슷한 고도까지 올라 와 이륙장 상공으로 진입을 한다. 나랑 마주보고 돌진하더니 왼 쪽으로 피해 준다. 역시 베테랑 답다.

작은 써멀들이 불규칙하게 올라오는 듯 기체가 좀 거칠게 흔들리고 한쪽 윙 탭이 접혔다가 다시 회복되곤 한다.

이륙장 상공을 중심으로 여기저기 하늘산책을 하며 아래를 내려다 보니 어느 덧 바리오의 고도는 해발 850~860을 오르락 내리락한다.
이륙장보다 약 200m 이상은 오른 것 같다. 이륙장 위의 일행들은 옷 색깔로 겨우 누군가를 짐작할 뿐 조그만 점으로 보이고 이따금씩 손을 흔드는 걸 보니 계속 지켜 보고 있는 것 같다.

전시장에서 모형으로 만든 도시 조감도를 보는 듯, 작아진 시가지 모습을 보며 작아진 시가지 만큼이나 상대적으로 커진 것 같은 마음이 되어 지상을 내려다 본다.

일상에 파묻혀서 부딛치는 세상사의 근심, 걱정, 분노가 저 작은 건물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사람들이 불쌍해진다.

한 눈에 들어 오는 단양시가지와 휘 돌아 나가는 강줄기, 강을 가로질러 걸쳐 있는 아치형 다리, 그리고 푸르른 나무숲들...

발 밑으로 내려다 보이는 지상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복잡한 사바세계를 벗어나 잠깐이나마 자유로워 지고 싶은 욕망으로 비행을 하나 역시 내가 다시 돌아 가야 할 곳은 저 곳이 아닌가?

써멀이 약해진 듯 고도가 떨어진다. 일행들 얼굴도 보이고 작아 보이던 이륙장이 바로 아래다.
밑에 이륙장 끝자락에는 홍부장의 오렌지색 기체가 이륙실패를 했는지 팽게쳐저 있다.

'이제 약 20여 분밖에 안됐는데.... 안되겠군, 강쪽으로 조금 나가 다시 열기둥 한놈을 잡아 타야겠군' 하는 생각으로 앞으로 쭉 나와 보니 열은 없고 릿지가 될듯 말듯하며 조금씩 고도가 낮아진다.

괜히 나온 듯하다. 윤원장은 계속 이륙장 상공에서 끈질기게 버티고 있다. '그만 마음을 비우자' 생각하고 아치형 다리 쪽으로 나가본다.

강물 위에서는 역시 고도침하가 심하다. 얼른 강을 건너 도심지 상공에 이르니 튀는 열이 제법 있다.
'여기서 한번 돌려봐?.... 아서라, 도심써멀은 거칠기 이를데가 없다던데 가족,친구들이 지켜 보는 데서 묘기를 보일 필요는 없지, 무리하지 말자'

시가지 끝자락과 강변 착륙장을 걸쳐서 가능한 한 오래 체공하려 하나 열이 거칠다. 기체는 전후좌우로 흔들리고 때때로 양쪽 윙탭이 접혀 들어 오고 난리다. 캐노피만 올려다 보며 그 때 그 때 대처하느라고 정신이 없다가 강물위로 빠져 나오니 안정이 된다. '역시 기체는 안전한 것이 최고구만'

초중급기인 '컨텀'에 실증이 나 잠시나마 고급기 쪽으로 시선이 갔었는데 아직은 고급기 쪽으로는 관심을 끊어야 할 것 같다.

아직 착륙하기에는 고도가 높아 강물위에서 고도를 더 깎은 뒤 강변 착륙장위로 나와 윈드 색을 �아보니 거의 무풍이다. 고도처리를 한 뒤 무사히 착륙을 했다.

착륙보고를 무전으로 날리고 하늘을 보니 아직 윤원장은 이륙장 상공 위에서 끈질기게 버티고 있고 홍부장의 오렌지색 캐노피가 8부 능선 쯤에서 열을 잡으려 이리저리 헤매고 있다.

시간을 보니 오늘의 비행시간은 약 40분, 그런대로 오늘의 비행은 만족할 만하다. 팬들이 많이 따라 왔는데 바람이 받쳐 주질 않으면 눈요기도 못 시켜 줄 수도 있는데 이 정도라도 비행을 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홍부장이 열을 못잡고 착륙장으로 진입한다. 윤원장은 이륙장에 탑랜딩을 했단다. 아니 신현중씨 컨트럴 약속은 어찌하고 웬 탑랜딩? 신현중씨가 무사히 이륙을 하여 이정호팀장의 컨트롤을 받아 처음으로 양방산에서의 처녀비행을 하고있다.

이륙장에서 내려온 일행들이 멋진 비행을 보여 줬다고 축하를 해준다. 집사람은 잠자리 만큼 적어진 내 기체를 보고 마음이 조마조마해져 내려 오라고 하고 싶었단다.

신현중씨가 드디어 착륙장 쪽으로 진입을 한다. 홍부장이 침착하게 착륙 컨트롤을 하고 있는데 강을 건너오기 직전 갑자기 고도가 푹 떨어진다. 건너 오긴 틀렸고 강 건너 편 풀밭에 착륙을 시킨다.

창규형이 여기까지 온 김에 전에 부터 얘기하던 수안보의 음식 잘하는 집을 들려 가기로 하여 내 차는 동서울 만남의 광장에서 만나기로 한 홍부장에게 맡기고 우리 8우회 일행은 수안보로 향했다.

오랜만에 충주호반을 끼고 달리니 경치가 그만이다. 오늘은 일요일인데도 도로에 차들이 한적한 걸 보니 아마 모두들 집에서 월드컵 중계방송을 보느라고 나들이들을 포기한 모양이다.

온 갖 나물등 큰상 가득히 나오는 향나무집 정식을 한 배 가득히 먹고 귀경 길에 올랐다.
단양에 남은 우리 팀은 모두 좋은 비행들을 마치고 거친 바람에 비행을 포기하고 걸어 내려오고 있는 진선생을 픽업하러 가는 길이란다.

항상 안전비행만을 고집하는 진선생이 오늘도 산구경만 하고 돌아 가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진선생의 참는 용기도 대단하다.

다음 주는 보령으로 비행일정을 정하고 6년만에 집사람이 처음으로 동행한 비행여행은 동서울 만남의 광장에서 진한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했다.

아직도 햇무리의 아름다운 무지개 빛깔이 눈앞에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