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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일지

보령 옥마봉, 고압선에 걸린 건 누굴까?

by skyrider 2008.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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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141회 비행일지>

일시; 2002.06.16(일)
장소; 충남 보령 옥마산(602m)
비행시간; 1차-10분, 2차-30분

오늘은 천리안 항공 스포츠 동호회 정기비행이 있는 날- 나는 항동의 회원은 아니지만 우리팀 중 여러 명이 항동 회원이라 같이 가기로 했다.

윤일중원장, 이정호팀장, 황향숙팀장은 '항동 정비' 전야제에 참가하려 어제 내려 가고, 난 혼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쏜 살 같이 내려 왔다. 오랜만에 보는 옥마산이 무창포 해변을 바라보고 우뚝 서있다. 상공에는 두 대의 패러가 떠있고 그 중 한 대는 열을 잡을 듯 말 듯, 꺼덕꺼덕 하고 있다.

착륙장에 도착하니 모두 들 이륙장으로 올라 갔는지 초보자 착륙 유도하는 한 두 사람만 보인다.
무전으로 불러보니 뜻밖에 장정모 소장이 응답을 한다. 우리팀은 지금 올라 가고 있는 중이란다.

옥마산 이륙장은 많은 외지 비행자들로 만원이다. 바람은 정풍이나 아직 약하고 하늘은 운무가 많이 끼어 바다도 보이질 않고 보령시 종합운동장까지만 겨우 보인다.

오랜만에 보는 장소장과 황팀장이 반갑다. 음성 큰산 비행에서 인사를 나눈 할공협회 회장님(생거도사)과 나보다 한 10년 정도 연상이신 보령의 터줏대감, 안 역장님(성함은?, 항동 아이디; '쉐다르'-비공인 국내 최장 체공기록 8시간 보유자)과 인사를 나누고 바람을 기다리는 동안 요즘 비행인들간에 이슈가 되고 있는 전국 활공장 유료화건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11시 30분이 넘자, 바람이 제법 들어 들어오나 항동의 낯익은 베테랑들은 하나같이 나갈 생각을 안 한다. 써멀을 기다리는 것이다. 하늘엔 아직도 운무가 두껍고 언제 벗겨 질려는지도 몰라 쫄쫄이라도 한번 하고 점심 후에 본격적인 써멀 사냥에 승부를 걸어 보기로 했다.

먼저 더미로 나간 장소장을 보니 열은 없으나 릿지는 제법 되는지 옥마산과 성주산을 잇는 긴 능선위에서 고도를 까먹지 않고 버티고 있다. 이에 용기를 얻어 이어서 내가 이륙을 했다. 장소장을 �아 보니 정자있는 능선위에서 놀고 있다. 그 곳으로 기수를 돌려 가 보려 하나 계곡 몇 개를 넘고 보니 더 이상 고도가 안 오른다.

저 쪽 계곡 능선위에 노란 기체 하나가 나무에 걸려 있다. 그 쪽으로 기수를 돌려 위를 지나며 내려다보니 나뭇잎 사이로 비행자와 동료가 기체 회수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고도는 점점 더 떨어진다. 틀렸구나 생각하고 잘못하면 착륙장 진입 전에 무섭게 버티고 선 고압선도 못 넘을까 겁이 나 착륙장으로 향했다.

착륙장 근처까지 오니 고도가 충분할 것 같아 고압선을 넘기 전에 보령시청 방향으로 향하여 고도를 더 깎고 착륙장쪽으로 기수를 돌려놓고 윈드 색을 �아 보니 이런! 정풍 방향이다.
'이런! 잘못하면 정말 고압선을 못 넘을라, 그럼 저탄장으로 가기엔 불가능하고....., 애라~ 모르겠다. 한 번 해보자!' 브레이크 코드를 놓고 최대한 몸을 뒤로 눕고 엑세레이터를 밟고 고압선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생각보다는 충분한 고도를 유지하고 밑으로 지나가는 고압선을 보며 안도를 한다. 착륙하여 시간을 보니 겨우 10분,

기체를 거의 다 정리해 가고 있으려니 장소장이 착륙한다. 장소장은 한 30여 분 비행한 것 같다며 체력적으로 30분이 한계인 것 같단다. 아들 한테 간을 이식 받아 아직도 요양 중인 장소장에겐 30분을 버틴다는 것도 무리인지 모른다. '토끼 아빠님! 부디 건강하소서~'

마침 이륙장으로 오르려는 차가 있어 부지런을 떠는데 이팀장이 부인과 김밥 도시락을 잔뜩 싣고 온다.
항동 회원들과 같이 온 부인들이 지금 껏 숙소에서 김밥을 말았단다. 오랜만에 이팀장 부인을 보니 반갑다. 자신은 비행도 안하면서 늘 웃는 얼굴로 남편을 도와 뒤에서 귀찮은 일만 도맡아 하니 천사같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 것 같다. 항동 회원들의 무전을 들어보니 누군가 고압선에 걸렸단다. 회원들을 무전으로 체크해 보니 항동 회원은 아닌 것 같다. 보령시청 방향을 보니 처음에는 고압선의 경계표시인줄 알았더니 마침 경계표시와 같은 색깔의 캐노피가 쪼그라 들은 채 걸려 있고 그 옆, 맨 윗 가닥에 하네스에 걸터앉은 비행자가 보인다. 혹 잘못 된 것은 아닐까....? 자세히 보니 다리가 움직인다. 살아 있는 모양이다.

119구조대, 한전 긴급 사고 처리반이 달려가고 난리가 났다.
사고 현장이 이륙장으로 오르는 길에 있어 오르면서 보니 다행히 맨 윗줄이 접지선이라 감전은 안돼 인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단다. 천만 다행이다. 구조가 끝날 때까지 잠시 비행들을 자제하기로 했다.

이차로 오른 이륙장은 이팀장이 가져온 김밥 도시락으로 금새 피크닉장이 된다.
난 항동 회원이 아니라 페를 끼칠 수 없어 차에서 혼자 비상식량과 커피로 요기를 하고 있으려니 이팀장과 부인이 집에서 별도로 준비해 온 김밥을 가지고 내 차로 건너 온다. 마음 씀이 고맙다.

구조도 끝났고, 자! 이제부터 이차비행이다. 바람은 일 차 때보다는 조금 더 부나 아직도 바다는 보이질 않는다. 일부 고수들은 바람을 더 기다리나, 난 언제 하늘이 벗겨져 만족할 만한 써멀이 생길지 몰라 나보다 고수인 장소장을 따라 다니며 그냥 릿지 흉내나 내기로 했다.

그런데 장소장이 여러 번 이륙 실패를 한다. 힘이 좀 부치나 보다. '너무 무리하면 안 되는데......'
드디어 장소장이 이륙하고 곧 뒤따라 이륙한다. 장소장은 곧장 오른 쪽으로 릿지를 붙인다. 나도 뒤 따라 가다가 맞은 편에서 오는 기체가 있어 사면 밖으로 피하다 보니 장소장은 벌써 나보다 높은 고도로훨씬 위에서 �아 오란다. 열심히 쫓아 가나 고도가 오르질 않는다. 그래도 겨우 겨우 현상유지는 하나 도저히 능선위로 올라 가질 못한다. 쪼금 들썩하는 것 같아 열심히 돌려 조금 고도를 높히면 어느새 바리오는 또 김빠진 소리를 토해 낸다.

'에너지'와 '컨텀'의 성능 차인가? 아니면 내가 몸이 불어서 그런가?
아무래도 연륜의 차이인가 보다 생각하고 마음 편히 비행을 하기로 한다. 마음을 편히 먹으니 서리처럼 내린 밤꽃도 보이고 무슨 꽃인지 새하얀 꽃을 잔뜩 머리에 이고 있는 나무도 보인다.

고압선 걱정을 미리 덜기 위해 일찌감치 넘어와 혹시 눈 먼 써멀이라도 있으려나 하고 기웃거려 보나
오늘은 하나도 없다. 고도가 아직 있어 착륙장을 지나쳐 페차장 상공을 지나 다시 보령시청 쪽에서 정풍방향으로 착륙했다.
시간을 보니 한 30분, 겨우 쫄쫄이만 면했다.

캐노피를 개려다 아까 일차 비행 후 기체정리 때 언뜻 조금 찢어진 걸 본 것 같아 보수하기로 하고 차근 차근 찾아보나 안 보인다. 그런데 이 건 또 뭐야? 굵은 모래덩이에 으깬 것 같이 작은 구멍이 너덜너덜한 곳이 눈에 뛴다. 아까 이륙준비할 때 어떤 꼬마가 캐노피 펴 논 곳으로 달려 오다 약간 기체를 밟으며 멈췄는데 그 때 굵은 모래덩이에 짓이겨 졌나 보다. '애구 맴 아파라' 보수 테이프로 정성스럽게 땜질을 하고 보니 이팀장이 들어 오고 몇 개월 만에 비행하는 황팀장이 얌전하게 착륙을 한다. 이어서 장소장이 들어 온다. 장소장은 나 보고 왜 조금 더 산쪽으로 붙지 않았냔다. 애구 그러다 나무에 걸면 어쩌라구....

윤원장이 무전으로 부른다. 성주산까지 릿지를 타고 갔다 오는 중이란다. 성주산 방향을 보니 저 멀리 윤원장 기체가 조그맣게 보인다. 그런데 저 멀리에서 착륙장까지 들어 올 수 있을까?
모두 들 흥미롭게 착륙장으로 들어 오는 윤원장의 기체를 바라본다. 들어 올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안될 것 같기도 하고... 모두 들 의견들이 분분하다. 본인에게 자신없으면 저탄장에 내리라고 하니 들어 올 수 있을 것 같단다.

그런데 가까이 오는 기체를 보니 아무래도 고압선을 못 넘을 것 같다. 저탄장 착륙은 틀렸고 고압선 바로 전에는 전신주 들이 쭉 있어 안될 것 같은 데 자꾸만 고압선 밑으로 온다. 누군가 '고압선 밑을 통과하려나?' 한다. 고압선 밑쪽으로 돌진하더니 방향을 바꿔 풀 숲속에 착륙한다. 역시 노련하다.

오늘 비행은 모두 들 열 비행은 못하고 릿지 비행만 한 날이 됐다. 자! 이제 돌아 가야 할 시간-

해미쯤에서 밀리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버리고 국도를 탔다. 각지에서 모인 항동 회원들이라 무전으로 도로 정보를 날려줘 도움이 많이 됐다. 국도를 타고 보니 밤꽃의 야릇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아산 방조제를 건너 돌아오는 길에 '불 타는 조개구이'와 칼국수로 저녁을 하고 오늘의 옥마산 비행을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