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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일지

용인 정광산 하늘에서 본 천대장은?

by skyrider 2008.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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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4회 비행일지>

일시; 2002.05.04(토)
장소; 용인 초부리 정광산(360m)
날씨; 맑음
비행시간; 2시간10분



토요일, 사무실에 나와 급한 일 대충 처리하고 용인으로 향했다.
내일은 결혼식에다가 문상으로 어차피 비행을 못할 것 같아 오늘 천대장('모' 소방서 119구조대장)과 오후에 정광산에서 한 비행하자고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정광산 입구에 다달으니 하늘엔 각가지 색깔의 패러 수십대가 하늘을 누비고 있다.
써멀도 좋은 듯 몇 대는 새까맣게 높이 뜬 채 파란 하늘 위에서 유유히 떠다니고 있다.
바람 좋을 때를 놓칠세라 마음이 바빠진다. 천대장은 미사리에 들려 수리를 맡긴 캐노피를 �아 가족들과 나중에 오겠다고 먼저 오르란다.

이륙장 오르는 길은 그 동안 손을 많이 봐 논듯 험한 곳은 다져놓고 넓히고 하여 예전처럼 사륜구동차를 타고 오르면서도 차가 구를까 염려되어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이 나고 하던 스릴은 없어졌다. 특히 이륙장 직전 깔딱고개는 우회도로를 놓아 한결 수월해 졌고 배풍에도 이륙할 수 있도록 뒷쪽 나무들을 시원하게 쳐 버렸다. 현지 팀인 천지연 팀의 고생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정말 고맙다.

바람은 부드러운 정풍, 지금이 가장 좋은데 난 혼자 온 독립군이라 끼리 끼리 온 다른 팀 뒤, 마지막에 나가기로 작정하고 뒤에서 캐노피를 펴 놓고 점검을 해 본다. 지난 133회 소래산 비행시 이륙 실패 후 기체를 회수할 때 혹시 상한 데는 없나 살펴보니 D-라이저 산줄 한가닥이 껍질이 까지고
한 곳은 재봉선이 약간 터졌다. 오늘은 괜찮겠지만 아무래도 한번 종합수리를 맡겨야 할 것같다.

이제 다른 팀들은 다 나가고 진 글라이더의 송진석 사장과 또 한 사람의 독립군, 셋 만이 남았다.

송사장은 새로 개발하는 기체의 시험 비행을 하는지 이륙 하자 마자 고도를 잡으려 하지 않고 바로 앞으로 나가 비행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전화 벨이 울린다. 천대장인가? 아니다. 고교 후배인 윤익상 아우다. 전화 받을 수 있느냔다. 아무렴, 조금 뒤 이륙한 후에 전화 왔으면 어쩔 번 했나...

자 이제 독립군 둘만 남았다. 서로 양보하다 자주빛 캐노피의 독립군이 먼저 준비를 마치고 이륙대기를 하고 있는데, 아니 이게 왠 일? 바람이 점점 세지고 약간 우측풍으로 바뀐다.

좀 기다려도 마찬가지- 어쩌다 들어오는 정풍을 노려 잽싸게 이륙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자주빛 독립군도 무척 망서리다 챤스를 보아 이륙한다.

자! 이제 내 차례. 아무도 없는 이륙장에 나 홀로 센 바람 앞에 서 있으니 약간 떨린다. (이러다 이륙실패하면 누가 도와 주지?) 이륙대기 자세를 취하고 윈드 쌕을 맘 조리며 바라보다 드디어 '챤스'-무사히 이륙성공- 이륙하자마자 오른쪽으로 턴하며 릿지를 붙혀 본다. 어렵지 않게 능선위로 오르니 잘못하면 뒤로 빠질까 겁나 엑셀레이터를 밟는다. 어? 근데 이상하다. 속도가 안 붙고 왜 양 어깨가 땡기지?

가만 살펴 보니 아니 이게 뭐야? 엑셀레이터 고리가 그냥 하네스 어깨띠 고리에 붙어 있지 않은가!

아이쿠 큰일 났네, 이 걸 어쩐다? 식은 땀이 흐른다. 오늘 장시간 비행은 종쳤구나 생각하고 능선을 버리고 착륙장 쪽으로 방향을 튼다.
이 바람에서 공기 구멍 넓은 내 고물 기체(컨텀)가 앞으로 나가 주려나?
밑을 보니 약간씩 앞으로 나가고 있다. "휴-" 이제 좀 안심이다. 그럼 바로 착륙할 께 아니고 좀 버텨 봐? 능선에서 한참 나왔겠다. 이젠 산 뒤로 밀릴 염려는 없으니 좋다! 엑셀 고리를 한번 걸어보자.- 양쪽 조종줄을 다 놓고 천신만고 끝에 고리를 거니 안심이 된다.

고리와 씨름하느라 고도가 많이 쳐졌다. 자! 다시 한번 릿지를 붙혀 보자. 멀어진 능선을 향해 엑셀을 밟고 빠르게 돌진하여 고도를 잡아 본다. 드디어 정상 . 바리오는 계속 상승음을 울어대고 소래산 보다 1.5배 쯤 긴 능선 위를 몇 번 왕복하니 이륙장이 저 아래다. 이륙장에는 송진석 사장의 차와 송사장이 늘 데리고 다니는 누렁이가 외롭게 이륙장을 지키고 있다.

좋다! 오늘은 최고 고도기록을 한번 세워 보자. 바리오 상승음을 따라 써멀 크기도 재보고 써멀안에서
안 빠져 나가려 안깐 힘을 쓰니 고도가 오르락 내리락하다가 드디어 고도계가 802m, 이륙장보다 약 440m정도까지 오른다. 이륙장은 저 멀리 한 점 으로 보이고 뒤쪽으로는 멀리 광주시가 스머그에 쌓여 어렴풋하고 좌측으로는 용인시, 앞으로는 오포읍과 시냇가가 뱀처럼 길게 누어있다.

전화가 온다. 혹시 천대장인가? 무전으로 불러 봐도 아무 응답이 없다. 저 멀리 발 아래 이륙장에는 송사장이 탑 랜딩 하는 것이 보이고 트럭이 비행자들을 한 차 가득 싣고 와 부려 놓고 있다.
혹씨 저기에 천대장이 오진 않았는지 이륙하는 기체마다. 눈 여겨본다.

바리오를 보니 비행시간은 벌써 1시간이 흘렸다. 사무실 도아 사장님이 서둘러 나가는 날 보고 농담으로 1시간 반만 날고 오랬는데 야단났네. 지금 내려 갈 순 없고 나중 고백해야지, "죄송합니다 너무 오바해서.... "

갑자기 엔진 음이 들린다. 올려다 보니 모터 행글라이더다. 아마 매산리에서 온 듯하다. 내일 매산리에서 어린이날 기념 비행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모터 행이 연습비행 중인 듯하다. 그런데 패러 속에 섞여 날고있는 행이 왜 그리 초라해 보일까?

드디어 천대장 기체 색깔의 패러가 떴다. 가만보니 하네스 색깔은 약간 다른 듯 한데...? 스쳐 지나면서 보면 알겠지. 드디어 그 쪽도 고도를 잡는다. 나와 비슷한 고도에서 교행을 하며 손을 흔든다.

맞는 모양이다. 이 후에도 몇 번, 위 아래로 지나치면서 손을 흔들며 뭐라 소리까지 지른다. 나도 마주 소리를 질러 본다. 그런데 천대장은 얼마 후 착륙장 쪽으로 방향을 튼다. 벌써 가려나? 그럼 나도 내려가야하나? 약간의 갈등끝에 그래도 2시간은 채워야지...

이륙장 좌측 능선 뒤로는 처음 보는 공원묘지가 바둑판 처럼 펼쳐저 있다. 내려다 보는 나무숲의 색깔도 연두빛, 밝은 초록등 제 각각으로 초록의 파노라마를 연출하고있다.

가만! 이륙장 옆 나무위에 노란바탕의 얼룩무뉘 기체 하나가 걸쳐저 있다. 저런... 이륙실패를 한 모양이군, 시간은 흘러 어느 듯 해가 기울고 대지의 열기가 식으니 써멀이 약해지는 듯 높이 떴던 기체들이 고도가 떨어진다. 대부분은 더 이상의 비행을 포기하고 착륙장으로 향한다.
2시간을 채우려면 아직 20분은 더 버텨야 하는데... 능선에 바짝 붙혀 비벼본다. 이대로라면 계속 버틸 순 있을 것 같지만 천대장이 너무 기다릴 테니 2시간만 채우자.-

드디어 6시 46분, 딱 2시간이다. 하늘엔 나 홀로 떠 있다. 8자 비행으로 고도처리를 하고 착륙, 바로 전에 착륙한 외국인이 기체를 챙기다 말고 싱긋 웃는다. 그런데 천대장이 안보인다.기다리다 애들 때문에 먼저 갔나?

기체를 챙기고 나서 전화를 하니 , 아니 뭐라고? 유명산이라고? 그럼 아까 손 흔들던 천대장 기체는 뭐지? 유명산엔 강풍으로 비행들을 못하고 있단다. 아유 저런~ 그럼 우리 팀에선 오늘 나 만 비행했네! 134회 비행- 2시간10분 비행, 하느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