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무덥고 좋지않은 날씨에 모두들 평안하신지요?
아마도 비행이 되질않아 많은분들이 속을 끓고 계시리라봅니다
전 지금 유럽에 나와있는 박정훈입니다
7월10일 이태리 PWC와 독일 챔피언쉽참가예정으로 출국을 하였으나 게임을 뛰다보니 정말 이 유럽바닥에서 배울점이 너무 많고 그동안 너무 안이한 비행과 형편없는 실력으로 잘난척하는 비행만 했구나 싶더군요
2003년 포루투갈 월드챔피언쉽부터 국가대표로 활동하였으나 제가 변변히 이렇다할 유럽의 비행견문을 익힌적은 한번도 없었구나 싶더군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포루투갈, 브라질, 호주등등 제가 다닌 국제 시합은 오히려 들판비행위주로 험한 산악비행시합 경험이 없었던게 사실입니다
이태리와 독일시합을 거치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다고 포기할 정도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비행기티켓을 10일 연장하여 스위스챔피언쉽에 참가하자고 지노사부에게 청하였습니다
결국 승낙은 받아냈지만 내켜 하는 눈치는 아니었습니다
4일이 마지막 시합날이었고 reserve day(성립일수가 모자랄시 시합하도록 여유있게 잡아놓은날)가 5일이었습니다
전날 시합 골 1키로를 다다르지 못하고 오히려 엄청난 협곡을 거꾸로 4km나 날라간터라 속도 상했지만 시합 내용적으로 보았을때 속상함은 이루말할수 없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지난 시합을 놓고 속상하다는건 제가 아직도 덜 여물었다는 증거이지요
4일 이륙장앞에서 거의 모든 선수들이 2시간가량 고도유지만 할뿐 고도획득이 잘 되질 않았고 시간만 지체되고 우리그룹중에 몇 명이 조를 이루어 타스크를 돌기시작하였습니다
이번 시합이 있었던 안제레라는 곳은 유럽중에서도 선수들이 너무 험해서 두려워하는 활공장중의 하나인 피어쉬계곡자락입니다
착륙장을 지상으로 하지않고 1100고도인 이유는 아무리 좋은 날씨라도 아무리 저녁 늦어도 계곡풍이 너무 심해 오히려 지상착륙이 더 어렵고 위험하기때문입니다
1100에 착륙장이 있고 1200-300에 마을이 있고 또 그위에 도로가 지나가고 또 그위에 잔디가 흐드러지고 또 그보다 높은곳에 마을이나 도로가 있다면 상상이 되실런지요
한 1300-400쯤 위치한 마을 상공을 지나가면서 마을끝 지붕위에 세가닥 전선줄을 발견하였고 충분히 지나갈 고도로 판단되었으나 그 전선을 지나자마자 10여미터 앞에 같은 높이의 같은 개수의 전선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비행하던 진행방향에서는 앞에 전선줄밖에 보질 못했고 아슬한 높이로 다리를 들어 피했으나 엉덩이 부분이 전선줄이 치면서 지붕을 부딪히고 하늘이 눈밑으로 왔다가 파란 잔디가 눈밑으로 왔다가 하더니 제 몸이 구겨져 담장옆에 내동댕이쳐져있는것을 인지하고 사지를 하나씩 움직여보았습니다
다행히 팔다리 손가락,발가락이 이상이없음을 알았고 몸을 세우려했으나 전신의 고통뿐 일어날수가없었습니다
마을사람들이 달려왔길래 “Help me"를 외치며 옆으로 꼬꾸라진몸을 사력을 다해 앞에 쟈크를 열어 선수아이디카드를 내밀었고 엉덩이밑을 가르키며 근근히 10kg발라스트를 빼내면서 엉덩이부분이 이상하다는 생각이들었을때 정말 우습게도 한달후있을 리그전걱정이 제일 먼저되더군요 ----정말 어리석게도!!
사실 전 그 상황에서 신께 감사드렸어야했는데....
그러자 재빠르게 도착한 헬기가 공중에서 떨어진 내 몸을 다시 공중으로 띄어주더군요
헬기안에서 “정신이 있느냐 모든게 기억나느냐” 그렇다하니까 내가 가는병원은 Bern에있는 대학병원인데 이착륙까지 약 30분 걸리지만 골반과 관절 전문최고병원이라며 친절한 안내로 환자를 편하게 해주더군요
응급실에 도착해 이것저것 내 몸의 특성및 병력을 묻더니 깊은 잠으로 안내해주더군요
골반에서 오른쪽 다리관절이 튕겨나가버린거라더군요
고통이 너무 심해 마취놓는다는 말이 어찌나 반갑던지......
언넝 잠들어버리고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잠에서 깨어 회복실에 있으니 잠시후 지노사부가 도착했습니다
어찌나 신속한 처리였던지 그단새 1차 뼈맞추는 수술?하고 마취깬 상태라니까 무척놀라더군요
그리고 지노사부는 하루남은 게임 마저 가서 뛰고 오가나아져와 선수들에게 궁금점없이 정확한 상태를 전달해 걱정없게하는게 도리일거라고 2시간거리인 시합장으로 새벽길을 달려갔습니다
더군다나 외국선수가 참가해 이런 사고까지 내서 미안하고 그렇게 마무리해야 개운할거같았습니다
그리고 밤새도록, 다음날 일요일인 하루종일 수십번 헬기가 다녀가더군요
목숨을 위협하는 응급환자들이 너무생겨 다음날인 일요일 바로 예정이었던 수술이 화요일 밤이되서야 수술대에 누울수가있었습니다
수술 2-3일후 목발을 가져다주고 일주일지난 어제 수요일 퇴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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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예정이었던 티켓은 어짜피 8월안으로 구하기도 힘들고 바로 장시간 비행기를타는건 무리라는 의사말에 지노사부만 예정되었던 터키시합까지 있고가기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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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렇게 장황하게 글을 남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사실 창피하고 부끄러워 쉬쉬할수도 있지만 병원에 누워 많은것을 생각하였습니다
며칠전 또다시 좋지않은 사고소식도 들리고
타산지석이라했던가요?!
저와같이 사고가 나면 부끄러워 숨길 생각만할게 아니라 정확한 사고경위를 알려 각 유능한 지도자들에게 원인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풍토가 자리잡힌다면 서로서로에게 좀더 유익한 정보로 안전사고를 줄여야겠다는것이 제가 작년 지도자연수회때 배운 내용이고 공감하는 부분이기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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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제 소견으로는 우리 동호인들 사고유형은 반복되는 경우가 많고 몰라서 당하는 경우가 많고 무엇보다 사고의 99%이상은 <인재>인듯합니다
1.실력에 걸맞는 기체와 교육이 병행되어야하며
2.반복교육이 이루어져야하며
3.여러 사고유형을 숨기지만 말고 분석 ,교육, 습득해야하며
4.욕심을 내지않아야하며 -취미비행이든 시합비행이든
5.항상 자연에 순응해야합니다 - 우리는 종종 “유럽의 씬놈들,,,,,,,유럽의 씬 지형,”등등이런표현을 많이 쓰곤합니다. 저도 매일 이런 곳에서 비행하니 씬 XO들이 될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했으나 그건 자위일뿐입니다. 우리에게 씬XO들이라 불리우는 이들은 이 씬 활공장에서 갈고닦기전에 이 엄청나게 씬 자연에 순응하고 받아들일줄아는 겸허함을 먼저배운자들임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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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가 정말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가있습니다
우리들은 남들보다 극대화된 즐거움을 주기적으로 만끽하는 인간부류입니다
그렇다면 그만큼 따를수 있는 위험에 항상대비해주시기바랍니다
요즘은 팀에서도 외국투어를 자주갑니다
여행자보험 꼭!꼭!꼭! 드시기바랍니다
단체로 팀장이나 총무가 들어도 확인하시고 꼭 본인이 맘에 드는 보험 들기바랍니다
물론 우리나라 여행자보험은 패러사고가 해당이 되지않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이야기지 외국에서 일단 환자가 여행자보험가입여부만 확인되면 약관이고머고 일단 여행하다 다치거나 사고난 일에대해 최선을 다해줍니다
저요?
병원에서 여행자보험 들었냐길래 보험회사 이름만 가르쳐줬을 뿐인데 1원부담안주고 편하게 치료만 잘 마치고 퇴원하게 해주더군요
(아~~~ 보험회사 갈키주면서 “패러글라이딩 사고”라는 언급은 빼달라고 부탁을 하긴했는데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의료보험도 해당없고 병원비도 엄청나왔던데 ㅎㅎㅎㅎ
내참!!! 이상할정도로 싱거워서리..
내가 나가기전에 뭐해야냐고 몇 번이고 물어봐도 몸조리잘하고, 잘가고, 네가 할 일은 그게 다라네요
한국가면 물어달랄라나?
어쨌든요,,
그런데 제가 끊어놓은 전기줄과 지붕의 손해배상료가 엄청나와 맨날 병원으로 편지날라오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공제보험이 외국은 해당이 안된다니... 이부분이 난감하고 생각하지 못한부분입니다
내가 유럽에 배낭여행온 여행잔데 그런돈이 어디있겠냐고 팩스만 보내놓고 처분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공제보험의 이런 한계성은 잘 몰랐고 앞으로모두 함께 해결해야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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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황하고 지루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몸도 마음도 더 회복되면 제가 병원에서 머릿속으로만 생각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글 올리고 그럴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을 읽고 정말 걱정해 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분들도 계실테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리라는거 잘 알고 있습니다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지 말자고들하는데, 이상이 다르고 생각이 틀리면 서로 미워하고 증오해야지 머 어떻습니까?
그대신 여기 우리가 좋아하는 하늘아래에서 같은 하늘을 공유하며 건강한 몸으로 서로 미워하며 싸워나갑시다
그래야 누가 옳은지 판명이 나겠지요
제대로 미워하고 싸워보기전에 아프거나 유명을 달리하는 일이 없도록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입원내내 병원을 지켜준 지노사부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면회는 오후1시부터 8시까지인데 그 외 시간은 옆 휴게실에서 기다리고 책보고 간호사들 눈치보고 그곳에서 모든 숙식을 해결하며 정말 피곤한 나날을 보냈으리라 여겨집니다
앞으로 부상없이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로 은혜를 갚으려구요
한국서 조언해주신 손갱식 행님!!! 항상 우리 선수들에게 버팀목같으신부이죠
나가있는 내내 저땜에 화가 많이 나셨을테도 시합잘하라고 격려해주시고 걱정해주신 정동안경기위원장님!!
좋은 성적으로 통화드리고 싶었는데 안좋은 소식으로 실망시키고 걱정끼쳐드린 국장님!
자리를 오래비워 교육을 한참 비운 여러 회원님들!!
모두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그래도 노랑 지팡이들고 활공장 나타나면 웃는 얼굴 맞아주세요
그럼 평창서 뵙겠습니다
스위스 인터라켄 카리네 거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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