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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살 떨리는 비행이야기

[스크랩] 히말라야의 사나이 박정헌,독수리와 하늘날기!

by skyrider 2008. 7. 30.

독수리와 함께 히말라야 하늘을 날다 :: 2007/12/24 15:25

독수리와 함께 히말라야의 하늘을 나는 것...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하지만 생각만 해도 짜릿한 느낌이 드는 일입니다. 히말라야 촐라체 봉에서 동반자와 연결된 로프를 끝까지 놓지 않고 초인적인 힘으로 살아 돌아온 박정헌씨(카페초대석 ‘정치인이여, 눈물 겨운 희생 정신을 배워라’ 참조)가 지난 번 이야기에서 밝혔듯이 독수리와 함께 상승하는 열기류를 타고 히말라야 하늘을 패러글라이딩으로 비행하고 돌아왔습니다. 독수리와 함께 하늘을 난 박정헌씨를 만나면서 새해, 새대통령, 새정부를 맞는 우리도 세계를 향해 힘차게 솟아올라야겠다는 다짐을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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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독수리와 같이 히말라야 상공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기로 마음 먹은 특별한 동기가 있으신가요?

박정헌) 인간은 누구나 새처럼 날고 싶은 욕망을 가진 것 아닐까요? (웃음) 그런데 우리가 흔히 새들은 날개만으로 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기 힘으로 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에너지를 이용해서 납니다. 새들이 그냥 나는 것 같아도 공기의 이동, 바람의 흐름과 같은 다양한 자연의 힘을 이용해 난다는 말씀입니다. 많은 새들도 이 바람을 이용해 멀리 날아갈 수 있는 겁니다. 새들이 그 바람을 찾아 날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 독수리와 비행하기로 결심한 겁니다.

윤여준) 새들이 날개 힘으로 나는 것이 아니군요? 새들이 바람을 타는 특별한 본능이 있는 건가요?

박정헌) 멀리 이동하는 철새들은 자기 힘만으로는 먼 길을 날아 가지 못합니다. 사실 새들이 얼마나 강하다고 그 먼 거리를 자기 힘으로 날겠습니까? 새들은 땅에서 발생하는 열기류를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간 후에 천천히 내려오면서 먼 길을 갈 수 있는 겁니다. 새들이 날아갈 때 맨 앞에 있는 새는 그냥 나는 것이 아니라 상승할 수 있는 열기류를 찾는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체력이 약한 새는 열기류를 찾기 전에 지쳐 죽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열기류를 찾으면 새들은 열기류를 타고 최고 7천 미터까지 회전하면서 날아 오릅니다. 가장 높이 올라왔다 싶으면 리더부터 열기류를 빠져 나와 뒷바람을 타고 먼 거리를 가는 거지요. 높이 올라갈수록 더 멀리 날 수 있는 거지요. 새들은 쉽게 말해 100미터를 올라가면 그 백 배인 10킬로미터까지 비행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타는 행글라이더는 100미터 올라가면 스무 배인 약 2킬로미터까지 갈 수 있지요. 그 원리로 생각했을 때 7천 미터를 올라갔다고 하면 한 나라를 날아서 건너갈 힘이 생기는 겁니다.

윤여준) 열기류는 어떻게 생기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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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헌) 햇볕, 땅의 환경 이런 것들을 통해 만들어 집니다. 더운 날 아스팔트를 보면 아지랑이가 올라가지 않습니까 그것이 열기류입니다. 땅의 복사열이 세면 셀수록 열기류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거지요.

윤여준) 독수리가 열기류를 찾아주길 바라신 거군요?

박정헌) 새들이 어떻게 열기류를 찾는지 궁금했습니다. 인간도 그 열기류를 잘 찾을 수만 있다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으니까요. 새의 지혜를 빌려 자연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을 찾으려 했던 겁니다.

윤여준) 패러글라이딩 하는 사람들은 그런 부분에 대해 관심이 많겠어요?

박정헌) 당연히 관심이 많죠. 실제로 스콧이라는 영국인이 새를 이용한 패러글라이딩을 가장 먼저 성공했어요.  이 사람은 어릴 때부터 새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하는데 지금 나이는 30대고, 현재 네팔에 살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 이 사람에게 독수리와 같이 나는 법을 배우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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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2주 정도 계셨다고 들었는데 훈련 과정은 어떤가요?

박정헌) 원래는 독수리의 알을 분양 받아서 부화시킨 후에 함께 나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다 하려고 했는데 일정이 그렇게 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스콧이 키운 새를 분양 받아 함께 나는 법을 배우고 왔지요. 일단 처음에는 스콧이 어떤 식으로 새를 훈련시키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할 때 새들은 태어나면서 나는 법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독수리가 알에서 깨어나면 처음에는 날지 못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사람이 나는 훈련을 시켜야 합니다. 호각을 불어 독수리가 오게 하고 오면 모이를 주면서 일단 호각에 반응하게 만들지요. 그 다음에는 단순한 직활강부터 시킵니다.

높은 산 언덕에 새를 데려다 놓고 밑에서 호각을 불어 독수리를 부르는 거지요. 어려서부터 호각 소리에 익숙해진 독수리는 호각 소리를 듣고 주인에게 달려 갑니다. 익숙해지면 주인이 패러글라이딩을 하면서 독수리와 함께 날지요. 애들 키우는 것과 같습니다. 어쨌든 새들은 본능적으로 날 줄 아니까 훈련시키기 시작하면 금방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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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패러글라이딩을 하면서도 새를 가르칠 수 있나요?

박정헌) 새는 본능적으로 배웁니다. 천으로 된 패러글라이드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바람을 익히니까요. 나중에는 주인이 뜸과 동시에 따라오도록 훈련을 시킵니다. 주인이 뜨면서 호각을 불면 땅에 있던 새가 따라서 날아오르는 거지요. 땅에 있는 새는 눈을 가려 놓았다가 호각 소리가 남과 동시에 풀어줍니다.

윤여준) 그렇게 며칠 정도나 훈련을 시키나요?

박정헌) 직활강 훈련은 약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직활강에 익숙해지면 이제 상승 기류를 찾는 훈련을 하는데 처음에는 사람이 상승기류를 찾지요. 그러면서 독수리에게 상승기류 찾는 법을 가르치는 겁니다.

윤여준) 처음에는 사람이 새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고 나중에는 사람이 새한테서 멀리 나는 법을 배우는 군요. (웃음)

박정헌) 그런 셈이지요.

윤여준) 이번에 같이 비행을 한 독수리는 이미 훈련이 다 된 독수리인가요?

박정헌) 원래는 부화해서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일정이 변경되는 바람에 스콧이 훈련시킨 독수리를 이용했습니다.

윤여준) 독수리하고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나요?

박정헌) 그렇지요. 저희는 이미 비행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독수리하고 친해지는 과정만 배우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독수리를 데리고 있는 방법부터 배우는데, 손 위에 독수리를 앉혀 놓는 거지요. 희한하게도 독수리는 자기가 앉아 있는 손의 주인은 절대 물지 않습니다. 사실 야생의 독수리가 아니라 사람이 키운 독수리니까 그렇긴 하겠지만요. 그래도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은 건드리면 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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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독수리가 무겁지는 않나요?

박정헌) 별로 무겁지 않습니다. 날개를 펴면 약 1미터 정도 되는 작은 독수리니까요. 처음에는 가만히 앉혀 두고 익숙해지면 머리와 몸 전체를 쓰다듬으면서 스킨십을 합니다. 그리고 먹이를 주면서 더 친해지는 거지요.

윤여준) 독수리 먹이는 어떤 걸 주나요?

박정헌) 닭고기를 주는데요, 한 입에 먹을 만큼 작은 양을 줍니다. 독수리는 언제나 먹이를 챙겨줘야 합니다. 주인의 머리나 손에 앉을 때,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꼭 먹이를 줘야 하고, 이것이 원칙입니다. 만일 먹이를 주지 않으면 그 다음부터 그 독수리는 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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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새는 냄새로 주인을 알아 보나요?

박정헌) 냄새도 있습니다만 눈이 무척 좋습니다. 몇 킬로 밖에 있는 조그만 먹이도 쫓아갈 정도니까요.

윤여준) 독수리와 비행하는데 특별한 방법이 있습니까?

박정헌) 독수리가 열기류를 찾으면 그걸 따라서 비행하면 됩니다. 새는 본능적으로 자연의 에너지를 이용할 줄 아는 거지요. 사실 상승기류가 있는 열기류는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항상 회전하는데 독수리는 왼쪽, 오른쪽을 정확하게 알아서 턴을 합니다.

윤여준) 열기류 회오리가 방향이 일정하지 않은가 보군요.

박정헌) 회오리 방향은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그 방향을 알아야만 빠르게 상승할 수 있는 거죠. 이건 사람이 절대로 독수리를 따라갈 수 없는 겁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비행하다가 열기류 밖으로 벗어나기도 하는데 독수리는 절대 그런 법이 없습니다. 독수리가 그렇게 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회전 반경이나 각도 같은 것을 배우는 거지요.

윤여준) 비행은 얼마나 하셨나요?

박정한) 훈련 받는 2주 동안 매일 했습니다. 독수리의 특성을 알려면 매일 비행하는 수 밖에 없어요. 한 번 비행하면 세 시간 정도 합니다.

윤여준) 그렇게 오래 비행하면 위험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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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헌) 열기류가 만든 열기둥은 역전층과 부딪히면 끝나게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높이가 대략 1,200 - 1,300미터 정도 됩니다만 히말라야에서는 열기둥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역전층을 뚫고 최대 7,000미터 까지도 올라갑니다. 따라서 기류를 잘못 타면 순식간에 초당 10미터씩 끌려 올라가기도 합니다. 몇 초 만에 1,000 미터씩 끌려 올라가면 정신을 잃을 정도지요. 그래도 열기둥 내에서는 위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빠져나올 때 조심해야 합니다. 십여 미터를 끌려 올라갔다가 순식간에 끌려 내려오기도 하거든요. 비행기 탈 때 보면 기류가 불안해서 비행기가 쑥 내려가는 그런 느낌 있잖습니까. 그게 십여 미터씩 떨어진다고 상상해보세요. 섬뜩하죠. (웃음)

윤여준) 그렇게 매일 비행하면 피곤하지 않나요? 독수리도 힘들어 할 것 같은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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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헌) 독수리야 자연에서 사는 거니까요. 그런데 사람들도 참 별난 사람이 많습니다. 이번에 제가 네팔 있을 때 인도에서 제가 있는 포카라까지 열흘 동안 자연의 에너지를 이용해 날아온 유럽 사람이 있었어요.

윤여준) 그 사람은 열흘 내내 공중에 떠 있었던 건가요?

박정헌) 해가 지면 열기류가 사라지고 열기둥도 소멸되니까 내려와야죠. 내려와서 자고, 다시 날아오르고, 이렇게 해서 열흘 동안 패러글라이딩을 해서 온 겁니다.

윤여준) 포카라는 네팔 어디에 있는 지역인가요?

박정헌)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 쯤 되는 네팔의 두 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카트만두 서쪽에 있는데요, 고도가 800미터 정도 되고 기온이 따뜻해서 휴양 도시로 유명합니다. 우리나라 봄바람 같은 유순한 바람이 불어서 패러글라이딩 하기에는 참 좋은 곳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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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독수리와 비행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셨나요?

박정헌) 사실 저는 독수리한테 자연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법을 배우러 가긴 했습니다만 궁극적인 목적은 패러글라이딩을 하면서 히말라야를 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걸어서 히말라야를 올라가 봤으니 이번에는 비행하면서 둘러 보자는 거지요. 패러글라이딩으로 8,000미터까지 가는 것은 좀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7,000미터까지는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히말라야에는 7,000미터 높이의 수많은 봉우리가 있으니 그 정도만 올라가도 히말라야 전체를 둘러볼 수 있으니까요. .

윤여준) 패러글라이딩으로 히말라야 전체를 둘러보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박정헌) 파키스탄 사람 중에 그렇게 비행한 사람이 있는데 3일 정도 걸렸습니다. 패러글라이딩으로 100킬로미터를 가려면 실제 비행 거리는 약 200킬로미터 정도 됩니다. 상승하기 위한 열기류를 찾아야 하고 열기류를 찾고 나서도 나선형으로 회전하면서 올라가야 하거든요. 어떤 때는 이렇게 올라가다가 열기류가 갑자기 소멸되는 경우도 있어서 다시 땅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한 번 내려오면 끝이지요. 그래서 내려오지 않도록 바람을 타고 오래 머물러야 하는데 이게 어렵거든요. 이런 방법을 새들한테 배우는 겁니다.

윤여준) 그렇게 비행하시면서 무엇을 깨달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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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헌) 인간은 새를 따라갈 수 없다는 거죠. (웃음) 흉내야 낼 수 있지만 본능적인 부분을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독수리가 날 때 보면 회전 각도가 수시로 바뀌는데 거기에 다 이유가 있습니다. 바람에 따라, 햇볕에 따라 열기류가 변하는데 독수리는 그 상황에 맞게 본능적으로 비행 각도를 조절하는 거지요. 열기류를 타고 올라가다가 바람이 갑자기 불어 열기류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 대해 새들은 본능적으로 대처하는데 사람은 그렇게 못하죠

윤여준) 독수리와 비행할 때는 얼마 정도 거리를 두나요?

박정헌) 20미터 정도 거리를 둡니다. 패러글라이더에 보면 윙 팁이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기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날다 보면 윙 팁 주변으로 기류가 빠르게 흐르는데 독수리가 그걸 피해서 쫓아오는 거죠. 어떨 때 보면 글라이더 위에서 가만히 날개만 펴고 쫓아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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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비행 기록은 어떻게 하나요?

박정헌) 내비게이션 장비가 있어서 자동으로 다 기록합니다. 그 기록을 나중에 컴퓨터로 판독하면 되지요. 구글의 지도 서비스에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입력하면 트랙 로그라고 나오는데, 여행 기록이 모두 보입니다. 이 장비에는 상승, 하강에 대한 정보가 모두 들어 있어요. 하지만 이런 장비가 있다고 해도 독수리만큼 정확하게 열기류를 찾지는 못합니다.

윤여준) 어느 정도 높이까지 비행하셨나요?

박정헌) 최고로 2,500미터 정도까지 올라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봄에 3,000미터까지 올라갔으니까 아주 높이 올라간 건 아닙니다. 출발할 때 고도가 약 1,500미터 정도 되니까 실제로는 1,000미터 정도 올라가는 셈이지요.

윤여준) 비행할 때 무슨 특별한 장비를 갖추고 올라가나요?

박정헌) 특별한 장비는 없고, 비행복이라고 하는 옷을 많이 입습니다. 장갑도 두꺼운 것을 끼고, 얼굴도 완전히 가리지요. 사실 사람이 9,000미터까지 끌려 올라간 경우도 있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합니다.

윤여준) 그렇게 높이 사람이 끌려 올라간 경우가 있어요?

박정헌) 올해 2월 호주에서 중국 사람과 독일 사람 두 명이 끌려 올라간 일이 있었습니다. 독일사람은 에바라는 여자였습니다. 중국인은 구름끼리 부딪히면서 발생한 벼락에 맞아 목숨을 잃었고요, 독일인 에바는 엄청난 속도로 빨려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기적적으로 생존했지요. 이렇게 빠른 속도로 빨려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동안에는 비행기 조종사들이 겪는 G가 발생합니다. 중력을 느끼는 거지요.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저희들은 G를 늘리는 훈련을 하니까 그나마 괜찮지만 일반 사람들은 견디기 힘든 일이지요. 나중에 에바가 차고 있던 GPS 장비를 보았더니 초당 25미터로 올라갔다가 초당 30미터 속도로 하강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보통 인간의 담력으로는 살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런데 에바가 살 수 있었던 것은 이 엄청난 속도에 눌려 기절을 하면서 신체 상태가 일단 기능을 정지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5,000미터를 넘게 끌려 올라가면서 기절을 했고 다시 3,500미터 지점으로 내려오면서 정신을 차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이 정도 높이로 올라가면 기온이 차기 때문에 코나 손, 발에 동상이 걸리기 마련이지요. 에바도 동상에 걸리기는 했지만 살아났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올해 가장 행운인 여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구 유럽 쪽에서는 유명해졌습니다.

윤여준) 천운이라고 밖에 할 수 없겠네요.

박정헌) 그렇죠. 그래서 저희는 항상 준비를 해야 합니다. 높이 빨려 올라가면 영하 사십도까지 내려가기도 하니까 옷도 두껍게 입고 방한 장비를 갖춰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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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2주 동안 독수리를 따라 비행을 하고 나서 얻은 결론이 뭡니까?

박정헌) 나는 데 있어서 사람은 새를 따라갈 수 없다는 평범한 결론을 얻었습니다. (웃음) 어차피 우리는 날기 위해 태어난 짐승이 아니기 때문에 날고자 하지만 잘 날 수는 없죠. 자연에서 태어난 생물이 자연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을 보고 참 경이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열기둥이 커서 상승기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데 이 열기둥의 바로 옆으로 엄청난 속도의 하강기류가 있기도 합니다. 대류현상이지요. 새들도 자치 잘못해서 이 하강기류에 맞으면 순식간에 날개가 부러지고 떨어져 죽습니다. 아까 맨 앞에 나는 철새 말씀 드렸는데, 이 지도자 새는 체력도 강해야 하지만 늘 죽음의 위험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희생정신이 투철해야 합니다. 희생정신이 있어야 리더가 될 수 있는 거지요. 철새들이 우리보다 낫지요? (웃음)

윤여준) 우리 정치인들이 철새들에게 배워야 할 것이 따로 있었군요. 우리는 흔히 정당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정치인을 철새라고 비난하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 겠네요. (웃음) 지난 대선을 앞두고는 여당 사람들이 하도 자주 당을 깨고 합치고 만들고 하니까 언론에서 그들을 달새, 날새라고까지 불렀잖아요. (웃음) 패러글라이딩으로 히말라야 전체를 돌아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다시 도전할 계획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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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헌) 어차피 독수리와 함께 비행한 것은 독수리의 영감을 받아 자연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기술을 배워 멀리까지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2주 간의 훈련이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끊임없는 훈련 만이 자연의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자연은 한 번도 똑같은 적이 없습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같은 날을 경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매일 매일, 순간 순간 변화하는 것이 자연이니까요.

윤여준) 자연에 가까이 갈수록 자연에 대해 외경심을 갖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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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헌) 패러글라이딩으로 히말라야를 돌아보는 것은 제 꿈이고,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것이며 언젠가는 성공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저를 보고 별천지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제가 이런 시도를 계속하는 것은 자연 속에서 호흡하면서 자연의 에너지를 느끼기 위함입니다. 어차피 사람은 자연의 에너지를 이용해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지구가 가진 지하자원은 유한하니까 언젠가는 모두 바닥날 터이고, 그렇다면 제 3의 에너지를 사용할 수 밖에 없을 텐데 그런 것들이 바람, 열, 물과 같은 자연의 에너지거든요. 사람은 결국 자연의 에너지를 통해 생존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지금 이것을 깨닫지 못하면 결국에는 자연의 에너지를 빨리 발견하지 못했다는 후회를 하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여준) 자연의 에너지로 사람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말씀이 참 마음에 와 닿습니다. 박정헌 선생의 도전이 꼭 성공하기를 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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