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통신
제10호, 2002.01.30
늦은 퇴근길, 광교 넓은 길가 가로수와 높은 건물 앞 조경수에는 서울의 하늘에선 사라져버린 은하수의
별들이 모두 내려와 앉은 듯 작은 장식용 전구의 불빛들이 무척이나 영롱합니다.
보는 사람들은 좋을지 몰라도 도심 속의 나무들은 고생을 많이 하는 것 같군요. 라디오 공익광고에서 겨울에 나뭇잎들은 다 어디로 갔느냐고 묻는 자녀에게 나무도 쉬는거라고 얘기해주는 어느 엄마의 말처럼 봄에 잎을 튀우고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나무도 좀 쉬어야 할텐데....
쉰다는 말이 나오니까 생각이 납니다. 제 고교 운동부 후배중에 아주 아까운 친구가 집에서 쉬고있습니다. 파이롯 출신 공군대령으로 남들이 모두 장군이 되는 자리라고 부러워하던 보직에 있었던 호탕한 후배였는데 어느 날 우연히 감기가 걸렸는데 공교롭게도 그 감기 바이러스가 뇌로 침투하여 기억력을 상실하게 되였습니다. 지금은 완치되어 건강을 되찾았지만 군 병원서 투병중에 그만 예편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소한 감기가 평생의 꿈인 장군승진의 문턱에서 그를 끌어 내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자네/ 잃어 버린 날개/내, 기필코 찾아 주겠네 /
차갑고 딱딱한 날개가 아닌,/새의 깃털처럼 부드러운/그런 날개를/
그리하여 저 파란 하늘 위에/그려 놓으려던 그 풋풋한 꿈을,/둥실 둥실 떠다니며/마음대로 그려보게나./
자네의 어깨위로 돋아 난/둥근 날개는/
저 먼 하늘/
뭉개구름 위에 숨겨 논/마법의 붓대를 찾아/당신을 인도하리니,/
어느 덧/저 넓은 하늘이/당신의 파란 캠퍼스가 되어/
젊은 시절/당신의 꿈을 수 놓고 있으리...../
요즘은 집에서 컴퓨터를 독학하여 운동부 홈페이지를 관리하며 시간을 보내는 후배가 잃어버린 꿈을 안타까워 하는듯 한 글을 홈페이지에 올려 놓은 게 하도 안쓰러워 제가 리풀을 달아 올려 놓은 글입니다.
무너져 내린 뉴욕의 세계 무역쎈타 잔해속에서 발견된 어느 카메라속의 필림을 현상해 놓은 사진을 보았는데 그 건물 옥상위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한 청년의 뒷 배경 속에 문제의 그 여객기가 맹렬히 돌진해오는 모습이 선명하게 잡혀 있는 사진이였습니다.
천진 난만하게 웃고 있는 사진 속의 그 청년도, 패기 만만하던 내 후배도 어느 한 순간 그런 엄청난 불행이 자신에게 닥아 오리라는 걸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그래서 난 더 부지런해야 한다. 세상의 불행을 막진 못해도 남겨진 가족들의 경제적 불행을 조금이라도 막기위해선....'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뇌어 보는 제 사명이 다시금 생각이 나는군요.
요즘은 밤이나 휴일에 휴대폰이 울리면 가슴이 뜨끔해 집니다. 사고를 당한 제 고객님들이 다급하게 저를 찾는 전화가 많아졌습니다. 지난 연말연초에는 제법 내린 눈 때문에 여기저기서 한꺼번에 사고접수가 이어져 저도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제 고객님들에겐 사고없기를 기원하지만 이미 사고가 난 고객님이 피해자인 때엔 한푼이라도 더 보상을 받게 되도록, 반대인 경우엔 반대로 애를 쓰는 제 모습의 양면을 보며 묘한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공정한 처리로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토록 중심을 잡겠습니다. 다음달에 뵐 때까지 안녕하십시오.
스카이 대리점 대표 RC 황 부 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