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통신
제12호, 2002,04,01
출퇴근 시 늘 지나 다니는 남산 길에 개나리가 핀 것을 오늘에사 처음 봤다는 같은 사무실 동료 대리점주의 말에 세월 가는 줄 모른다며 깔깔 웃어 주다가 내친 김에 오랜만에 남산구경이나 하자며 몇몇이서 점심후에 길을 나섰습니다.
남산은 예전 남산이 아니였습니다. 아담한 생태공원에는 갖가지 봄꽃들이 울긋불긋 물들어 있고 조그만 연못에는 제법 씨알이 굵은 물고기 들이 한가로웠습니다. 이제 막 물 오른 나뭇가지에는 가냘픈 잎파리들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며 움을 튀우고 있고, 나뭇가지가 무겁도록 흐드러지게 핀 벗꽃들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향긋한 향기를 품어 내고 있었습니다. 정녕 봄이였습니다.
지난 23일엔 전에 한번 말씀 드렸던 암 투병하는 친구의 딸이 결혼을 했습니다. 유학을 가겠다는 딸 때문에 행복한 고민을 하던 그 가 자신이 떠나기 전에 아비노릇을 마무리 지으려 서둘러 딸을 치운 것입니다. 어찌 생각하면 죽을 준비를 할 수있도록 병명을 환자 자신에게 알려 주는 것이 옳은 일인 것 같군요. 그런데 갑작스런 사고로 아무런 준비없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지난 달 중순, 같이 RC 교육을 받았던 동료 대리점주 한 사람이 회식을 마치고 동료와 같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과속 승합차에 치어 한 사람은 즉사하고 또 한 사람은 그 다음날 운명하는 비극이 있었습니다.
이제 겨우 38세인 교육 동기는 불행 중 다행으로 이 것 저 것 들어둔 보험으로 약 10억 정도의 보험금이 나온다지만 또 한 사람은 별로 들어 둔 보험이 없어 남은 유가족들 앞에 놓인 행로가 극명하게 대비가 되고 있습니다.
두 유가족들의 슬픈 울음 속에는 같은 울음이지만 한 쪽은 한 순간에 영원히 헤어지게 된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아 나오는 지극히 인간적인 울음소리로 들리고, 또 한 쪽의 울음에는 아무런 준비없이 혼자 가버린 가장의 무책임을 원망하는 소리로 들리는 것은 보험인인 저 만이 느끼는 것일까요?
며칠 전에 분당 사는 제 친구가 음식점을 개업했습니다. 4층짜리 빌딩에 맨 윗층은 살림집으로 쓰고 나머지는 음식점을 하는 사람에게 세를 주었더랬는데 세 든 사람이 이사를 가게 되어 이 참에 자신이 직접 경영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 친구는 제게 화재보험을 들었섰는데 그 때는 세를 준 부분에 대해서는 건물분만 가입했어도 됐으나 이제 음식점의 시설,집기비품,음식재료등도 자신의 것이 되었기에 추가로 보험을 가입하지 않으면 건물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입비율이 80%가 안되어 화재가 나더라도 제대로 보상을 못 받게 된다고 설명을 하니 금방 이해를 하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720세대나 되는 아파트 관리책임을 맡은 관리소장이 가입비율이 80%가 안되면 손해가 난 실제 액수만큼이 아니라 가입비율 만큼 밖엔 보상을 못 받는다는 사실을 도무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도 있으니 한심하더군요. 제게 아파트단지 화재보험을 가입한 한 관리소장님의 소개로 인근 아파트의 관리소장을 만났는데 작년에 가입한 보험증서를 보니 아파트 가액의 약 56%밖엔 안되어 사실을 설명 드렸는데도 작년과 같은 액수로만 견적을 내 달라는 거였습니다. 결국 작년과 같은 금액으로 견적을 낸 타사에 가입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니 일 년 간 노심초사하며 화재가 안 나기만을 빌 수 밖엔 없을 것 같군요. 그 아파트단지는 15층이라 법적으로는 화재보험을 들지 않아도 되는 아파트였으므로 형식적으로 가입하는 보험도 아니였습니다. 관리비에 포함,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 그 아파트 거주자들은 자신의 아파트에 불이 나도 제대로 보상을 못 받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5월에 뵙겠습니다.
스카이 대리점 대표 RC 황 부 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