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국수 먹어" 한 마디에 3년 옥살이 60대 재심
노컷뉴스 | 기사입력 2009.02.13 08:24 | 최종수정 2009.02.13 10:06
[CBS사회부 심훈 기자]
유신헌법 시절 "정부 고관들은 고기가 많이 섞인 국수를 먹는다"고 비판했다가 긴급조치 1호 위반 혐의로 무려 3년간의 옥살이를 했던 한 시민이 35년 만에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지난 1974년 유신 헌법 시절, 당시 33살이었던 오모(68) 씨는 무심코 한 몇 마디 말 때문에 모진 고문과 옥고를 치러야했다.
오 씨는 마을버스 안에서 처음 만난 여고생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화제가 정부의 '분식 장려 정책'으로 옮겨가자, "정부고관과 부유층은 국수 약간에다 계란과 고기가 태반인 분식을 먹으니 국민이 어떻게 순응하겠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오 씨는 또 이 여학생에게 "북한과 합쳐서라도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얘기했다.
그런데 오 씨와 대화를 나눈 한 여학생은 이 같은 말을 고등학교 반공 선생님에게 제보했고, 이 선생님은 오 씨를 중앙정보부에 고발했다.
오 씨는 그날로 중앙정보부에 잡혀가 일주일 동안 모진 고문을 당한 뒤 군법회의로 넘겨졌다. "허위사실을 마치 사실인양 주장해 정부시책을 비난하는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긴급조치 1호 위반 혐의다.
오 씨는 이 과정에서 "긴급조치를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없이 체포, 구속, 압수, 수색한다"는 규정에 따라 붙잡혀가 고문 끝에 허위 자백을 했다.
오 씨에 따르면, 중정수사관들은 양 무릎에 X자 모양으로 각목을 끼운 뒤 구타하다 오 씨가 의식을 잃으면 주사를 놔 깨운 뒤 다시 고문을 시작했다.
그러나 군법회의에 이어 대법원까지 오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고, 오 씨는 결국 몇 마디의 말 때문에 무려 3년 동안 옥살이를 해야만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백승헌)' 은 지난 12일 오 씨와 함께 이 사건에 대해 재심 재판을 요구하는 청구서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했다.
오 씨는 기자회견에서 "'박정희'라는 이름만 들어도 모진 고문이 떠올라 아직까지도 몸서리가 쳐진다"며 "역사의 이름으로 긴급조치를 단죄해 달라"고 호소했다.
민변과 오 씨 측은 특히 "유신헌법과 긴급 조치가 이미 폐지됐더라도, 형식적인 재판중단 대신 다시 재판을 열어 분명히 무죄 선고를 해달라"며 헌법재판소법 41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도 함께 요청했다.
형사소송법 등에 따르면, 범죄 뒤 법이 폐지된 경우 피고인에 대해 면소 판결을 내리게 돼 있다. '면소'는 단순히 소송조건에 흠결이 있는 경우에 재판 중단을 선언하는 형식 재판으로, 유무죄를 따지지 않아 이후 국가 등을 상대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
민변 측은 "오 씨에게 필요한 것은 '재판을 중단한다'는 판결이 아니라, '무죄'임을 확인하는 판결"이라며 "범죄인으로 낙인 찍혀 고통받아 온 신청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가장 적절한 수단은 사법권에 의한 무죄확정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에 앞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해 "국가와 대법원은 오 씨에게 사과하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법적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결정내렸다.
simhun@cbs.co.kr
[관련기사]
● 국가, 울산보도연맹 피해자·유족에 200억 배상
● '진도간첩단' 연루 혐의 석달윤 씨 28년 만에 무죄
● '이중간첩' 누명 이수근 씨 처조카 40년 만에 무죄
● 고(故) 윤태현 육군소령 58년 만에 '죽음의 진실' 밝혀
● 차풍길 씨 25년 만에 '간첩 조작의혹' 누명 벗어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 www.nocutnews.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신헌법 시절 "정부 고관들은 고기가 많이 섞인 국수를 먹는다"고 비판했다가 긴급조치 1호 위반 혐의로 무려 3년간의 옥살이를 했던 한 시민이 35년 만에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지난 1974년 유신 헌법 시절, 당시 33살이었던 오모(68) 씨는 무심코 한 몇 마디 말 때문에 모진 고문과 옥고를 치러야했다.
오 씨는 마을버스 안에서 처음 만난 여고생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화제가 정부의 '분식 장려 정책'으로 옮겨가자, "정부고관과 부유층은 국수 약간에다 계란과 고기가 태반인 분식을 먹으니 국민이 어떻게 순응하겠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오 씨는 또 이 여학생에게 "북한과 합쳐서라도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얘기했다.
그런데 오 씨와 대화를 나눈 한 여학생은 이 같은 말을 고등학교 반공 선생님에게 제보했고, 이 선생님은 오 씨를 중앙정보부에 고발했다.
오 씨는 그날로 중앙정보부에 잡혀가 일주일 동안 모진 고문을 당한 뒤 군법회의로 넘겨졌다. "허위사실을 마치 사실인양 주장해 정부시책을 비난하는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긴급조치 1호 위반 혐의다.
오 씨는 이 과정에서 "긴급조치를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없이 체포, 구속, 압수, 수색한다"는 규정에 따라 붙잡혀가 고문 끝에 허위 자백을 했다.
오 씨에 따르면, 중정수사관들은 양 무릎에 X자 모양으로 각목을 끼운 뒤 구타하다 오 씨가 의식을 잃으면 주사를 놔 깨운 뒤 다시 고문을 시작했다.
그러나 군법회의에 이어 대법원까지 오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고, 오 씨는 결국 몇 마디의 말 때문에 무려 3년 동안 옥살이를 해야만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백승헌)' 은 지난 12일 오 씨와 함께 이 사건에 대해 재심 재판을 요구하는 청구서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했다.
오 씨는 기자회견에서 "'박정희'라는 이름만 들어도 모진 고문이 떠올라 아직까지도 몸서리가 쳐진다"며 "역사의 이름으로 긴급조치를 단죄해 달라"고 호소했다.
민변과 오 씨 측은 특히 "유신헌법과 긴급 조치가 이미 폐지됐더라도, 형식적인 재판중단 대신 다시 재판을 열어 분명히 무죄 선고를 해달라"며 헌법재판소법 41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도 함께 요청했다.
형사소송법 등에 따르면, 범죄 뒤 법이 폐지된 경우 피고인에 대해 면소 판결을 내리게 돼 있다. '면소'는 단순히 소송조건에 흠결이 있는 경우에 재판 중단을 선언하는 형식 재판으로, 유무죄를 따지지 않아 이후 국가 등을 상대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
민변 측은 "오 씨에게 필요한 것은 '재판을 중단한다'는 판결이 아니라, '무죄'임을 확인하는 판결"이라며 "범죄인으로 낙인 찍혀 고통받아 온 신청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가장 적절한 수단은 사법권에 의한 무죄확정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에 앞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해 "국가와 대법원은 오 씨에게 사과하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법적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결정내렸다.
simhun@cbs.co.kr
[관련기사]
● 국가, 울산보도연맹 피해자·유족에 200억 배상
● '진도간첩단' 연루 혐의 석달윤 씨 28년 만에 무죄
● '이중간첩' 누명 이수근 씨 처조카 40년 만에 무죄
● 고(故) 윤태현 육군소령 58년 만에 '죽음의 진실' 밝혀
● 차풍길 씨 25년 만에 '간첩 조작의혹' 누명 벗어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 www.nocutnews.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시사-자료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아, 중앙, 어떻게 이런 거짓말을? 하긴 습관이니까! (0) | 2009.02.14 |
---|---|
무주택자들은 아예 내 집 포기하게 만드는군! 미국이 왜 저리 됐는지 몰라? (0) | 2009.02.14 |
재벌이 방송 가지려는 이유? 여론 장악이라고 솔직해야지!핫팅! 이용경의원 (0) | 2009.02.10 |
[스크랩] 퍼온글^^안부에 대신합니다......구당선생의 미국이야기 입니다.. (0) | 2009.02.07 |
복지예산은 줄이면서 신빈곤층을 지원하라고? 뭘로? 지금 쇼 하니? (0) | 2009.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