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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자료창고

김추기경과 세여인!

by skyrider 2009. 2. 19.

김추기경, 서품前 프러포즈 받아 한때 고민

세계일보 | 기사입력 2009.02.19 20:32 | 최종수정 2009.02.1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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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길 안내 어머니가 평생 연인



◇1951년 사제 서품 직후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김수환 추기경' 하면 으레 군사정부와 싸우던 '양심 투사', 신부로서 미사를 집례하던 '거룩한 성직자', 서울대교구장 은퇴 후 덕담과 사랑을 베풀던 인자한 '혜화동 할아버지' 모습이 떠오른다. 어느 한 구석도 허투가 없어 보인다. 보통학교 5학년을 마친 10대 때 이미 신학교에 입학, 독신의 길로 들어서 이렇다 할 연애 한 번 못해 본 고지식한 성직자가 아닐까, 단정하기 쉽다.

하지만 그에게도 여인은 있었다. 첫사랑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인의 인도로 사제의 길에 들어섰고, 여인의 청혼을 고심 끝에 거절함으로써 평생 독신을 감내해야 하는 종신서원을 하게 된다. 김 추기경의 자서전엔 3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첫 번째 여인은 일본 유학 중 끌려간 일본국 학병 시절 소개받은 친구의 여동생이었다. "내 누이동생과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친구의 간곡한 부탁을, 그는 완곡하게 사양했다. "지금은 신학생이고, 나중에 신부가 될 것"이라고 하면서. 추기경은 이 일을 두고 "팔자를 고칠 뻔한 웃지 못할 해프닝"이라고 회고했다.

두 번째 여인은 속세에서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다. 함께 성직자가 된 친형 김동환 신부(1983년 선종)가 부임해 있던 부산 범일성당에서 만난 여인이다. 성당 부설 고아원에서 일하며 가끔 사제관 잡일을 돕던 그녀가 여인으로 다가온 것. 니체를 좋아하던 여인은 어느 날 "나를 받아줄 수 있겠어요?" 하고 노골적으로 구애했다. 신학대 휴학생 김수환은 너무 놀라 "하늘이 노래지는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사제 서품 전이던 그는 "나는 정말 신부가 될 것인가"를 놓고 일생일대의 고민 중일 때였다. 많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는 "한 여인을 온전히 사랑할 자신이 없었고, 그보다는 많은 사람을 위해 도움을 주는 일이 좋겠다"고 마음을 정리, 유혹을 물리쳤다.

세 번째 여인은 어린 아들을 사제의 길로 안내하고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잡아 준 어머니 서중하(1955년 선종) 여사다. 사제 서품 3년 후인 1954년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김 추기경은 "이제 고아가 됐구나, 하는 두려움과 외로움이 엄습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이 세 여인이 모두 떠난 뒤에도 그의 곁엔 한 여인이 끝까지 함께했다. 바로 예수의 어머니이자 천주교의 성모(聖母)인 마리아다. 19일 김 추기경을 조문한 팝페라 테너 임형주(23)씨는 '마리아'를 둘러싼 김 추기경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서 '애국가'를 부른 뒤 김 추기경님이 저를 추기경실로 부르셨어요. 제 음반을 드리고 함께 '아베 마리아'를 들었죠. 추기경님은 무수한 '아베 마리아'를 들었지만 이렇게 순결하고 깨끗한 '아베 마리아'는 처음 들었다. 성모 마리아를 만난 기분이라고 극찬해 주셨어요."

조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