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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기고문이라며 글을 실었던 '신동아'가 지난 1월 19일 발행된 2월호에서 '검찰이 구속한 박씨는 진짜 미네르바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나 결국 오보로 밝혀졌다. |
ⓒ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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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과 분노가 교차하기를 며칠째. 아무리 생각해도 야속하기만 하다. 신동아(新東亞)와 김동길(金東吉)이 참담한 배신감을 거푸 안겨주다니….
앞이 보이지 않는 '시계(視界) 제로'의 세월에 부대끼며 가슴이 녹슬고 뇌리에 이끼가 낀 탓일까. 그러나 백 번 접어 생각해도 그럴 수는 없다. 이것은 분명 변절(變節)이다!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어깨를 나란히 걸고 생사의 갈림길을 함께 달려온 어제의 민주화동지가 뚜렷한 이유도 없이 홀연히 돌아선다는 것은 인간적 배신임이 분명하다.
<동아일보>는 엊그제 "<신동아>가 지난해 12월호와 올해 2월호에 게재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기고문과 인터뷰 기사가 오보(誤報)로 밝혀졌다"며 독자들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오보의 경위를 규명하기 위해 사내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언론의 한 모퉁이나마 온전히 지켜올 수 있도록 그간 필자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준 신동아가 선배들을 실망시킨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치욕과 굴욕을 어느 세월에 만회(挽回)한단 말인가. 특히나 '기획오보(企劃誤報)'는 범죄적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는 측면이 있다.
오보는 언론의 '정조(貞操) 상실'이라는 끔찍한 말도 있지 않은가! 더 철저한 조사로 동아일보는 이러한 잘못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
<신동아>는 사실 그렇고 그런 월간지(月刊誌)가 아니다. 일간지와도 맞바꿀 수 없는 한국 언론의 '특별구역'으로 불릴만한 역사적인 매체다.
신동아는 그간 한국의 대표월간지로서 우뚝한 자신의 위상을 지켜오는 데 한 치의 소홀함도 없었다.
믿음이 크면 실망도 큰 법. 신동아의 치욕적인 오보가 언론계를 비롯한 언중(言衆)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지대하다.
"주간지에 이어 이젠 월간지까지 세속적 상업주의에 매몰되었다"는 거센 비난과 함께 국민들의 '매체신뢰도'에 금이 갈까도 심히 두렵다.
1980년대 전두환 독재치하에서 백지상태의 한국 일간지를 리드하며 언론의 대역기능(大役機能)을 늘 자임해오던 그 높은 기개는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기자의 생명인 팩트(fact) 하나 제대로 판별할 수 없었다고? '팩트에 죽고 사는' 기자의 금과옥조(金科玉條)를 혹여 잊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아니면 공명심과 상업주의에 매몰된 탓으로 돌려야만 할 것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신동아>가 가져다준 배신감에다 김동길의 망언(妄言)까지 가세한 잔인한 나날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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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
ⓒ 오마이뉴스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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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불의 이중주(二重奏)라던 대학시절, 유신정권의 칠흑 같은 '긴조(긴급조치)시대'를 통과하면서 젊은 동지들을 정신적으로 견인해주던 김동길 선생이 이토록 변하다니… .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지 못했으면 이 나라는 적화통일이 됐을 것이다…"
김 교수가 했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은, 이 말은 어느 교회의 '초청 특강'에서 그가 쏟아낸 많은 헛소리들 가운데 핵심적인 내용 한 토막이다.
김 교수는 이어 "이 대통령은 한 시대의 운을 타고난 사람"이라며 "이 대통령이 소망교회 교인이 아니었으면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로 자신이 지금 온전한 정신상태가 아님을 거듭 증명했다.
한마디로 노추(老醜)에 다름 아니다. 부끄러움 없이 정신 나간 소리를 이렇게 지껄일 수 있다는 건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MB 집권과 함께 기다렸다는 듯 다가선 '배신의 계절' 속에서 그간 국민들은 참을 만큼 참았다. 아니 '스스로 알아서 피해갔다'는 말이 더 적절할 것이다.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국민적 분노가 해일(海溢)처럼 치밀어 오르고 있다. 언제 어느 때 정치적 쓰나미로 뒤바뀔지 두렵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며 살아야 되는 오늘의 분단현실이 참으로 암담하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