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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자료창고

MB는 대북정책에 대해 고민이나 해 봤을까?

by skyrider 2009. 2. 21.

MB의 ‘기다리기 전략’과 기다리기 싫어하는 보즈워스 대북특사

서울-평양 택시 2009/02/20 17:08 뚜벅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2월 20일 서울에서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국대사를 대북특사로 공식 발표했다. 그는 인선 배경으로 보즈워스가 강한 리더십, 능력과 경험을 겸비한 외교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북특사의 역할로는 6자회담 수석대표직과 함께 북핵과 무기 확산, 인권 문제 등 미국의 우려 사항을 다루고 ,동맹국은 물론 북한과의 대화에 고위급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보즈워스 대사는 북한 문제를 다루는 고위 관료로 나뿐만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고, “가장 고위급 차원에서 외국 정부와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라고 말해 그에게 상당한 위상과 권한을 부여할 방침을 밝혔다.


MB 정부의 ‘퍼주기론’과 열렬한 햇볕정책 지지자의 만남


그렇다면 보즈워스는 어떤 인물일까? 그는 까다로운 북한과의 협상, 오바마 행정부와는 대북접근법이 다른 한국 및 일본과의 정책 조율, 그리고 중국 및 러시아의와의 협력을 통해 한반도 비핵평화를 달성하는 주역이 될 수 있을까?


우선 그의 이력과 관련해 두 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1995년부터 97년까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을 지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했다는 것이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향후 6자회담에서 경수로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 확실시되는데, 보즈워스는 KEDO 초대 사무총장으로 경수로의 초기 설계자였다. 경수로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보즈워스가 주한 미국대사로 재직했을 때, 남-북-미 3자관계는 황금기를 구가했다는 점도 환기할 필요가 있다. 그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전도사’인 임동원과 찰떡 공조를 과시하면서 ‘페리 보고서’를 탄생시킨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다. 북한의 광명성 1호 발사 직후 클리턴 행정부가 윌리엄 페리를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해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게 하자, 보즈워스는 김대중 정부에게 페리와의 접촉을 적극 권장했다. 임동원과 페리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보즈워스라는 것이다. 또한 남북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의 한미간 협의, 북미간의 특사 교환 및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추진 등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경험이 오늘날의 한미공조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보즈워스는 이명박 정부가 ‘퍼주기’라고 맹렬히 비난했던 ‘햇볕정책’의 열렬한 지지자이다.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기다리면서 북한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 것을 희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한심한 대북접근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기다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대북특사로 보즈워스가 임명된 것은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한미간에 불협화음이 불가피한 또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북한에게 핵무기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


보즈워스는 또한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해 북한 관리들과 속 깊은 얘기를 나눈 ‘북한통’이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인 2월 초에 민간인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외무성, 국방위원회, 경제 관료들과 만나 북미관계와 6자회담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나누었다. 그는 방북 후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며, “우리는 점진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향해 계속 일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즈워스가 생각하는 대북정책의 방향은 모톤 아브라모위츠와 함께 2008년에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와 뉴스위크에 기고한 글에서 비교적 잘 나타난다. 기고 시점은 2008년 5월로, 6자회담 2단계 이행을 둘러싸고 북미간에 신경전이 격화될 때였다. 이들은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부시 행정부가 분열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북한은 미국에 대해 단기적, 장기적 정책을 모두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시 행정부가 오로지 비핵화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이 없다고 비판하면서 “차기 행정부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약하지만 위험한 나라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상대해야 할 것인가의 숙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특히 “북한은 핵무기를 목적이 아니라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미국 지도자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단순히 비핵화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광범위하게 설정하고” 있는데 부시 행정부는 비핵화에만 관심을 가짐으로써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이 원하는 것은 “정치적 보상”이라며, 이는 “미국의 대북 위협이 중단되고, 모든 제재를 해제하며, 자신을 우방국으로 상대해 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은 미국이 영구적으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상호 신뢰’가 구축되기 이전까지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포기를 위해서는 과감하면서도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아래 인용한 내용은 보즈워스의 대북정책관을 잘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 구절은 이명박 정부가 유념할 가치가 있다.


“미국의 다음 대통령은 단순히 핵문제가 아니라 보다 넓은 시야에서 북한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아시아와 지구 경제에 편입될 수 있도록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과 협력해 관계의 망(web of connections)을 구축하면서 비핵화 프로세스를 밟아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본다. 이러한 접근에는 식량 및 에너지 지원, 그리고 경제적 투자를 확대하는 것을 비롯한 경제적 지원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북한이 계속해서 내부적으로 억압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미국이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국내 정치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최소한 북한의 확산 위협을 줄이고 플루토늄과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물론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그저 북한이 붕괴하기를 희망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우월한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