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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교수, 참 시원한 사람일쎄!

by skyrider 2009. 5. 14.

"유시민·노회찬·홍준표, 토론할 만한 상대
 변희재에게는 법적 책임 확실히 물을 것"
[촛불주역, 지금은 ⑥-2]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진보정당 통합? 불가능하다"
09.05.14 09:51 ㅣ최종 업데이트 09.05.14 10:28 전관석 (sherpa74)

  
지난해 촛불 현장을 생중계하던 때의 진중권 교수.
ⓒ 진중권
세계시민기자포럼

진중권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2009년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진보신당을 "진보정치의 대안이자 미래"라고 한 반면 민주노동당은 "낡은 이념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보세력의 통합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자꾸만 진보 레토릭을 가져가려고 하지 말고 분명하게 '중도 지향 정당'으로 거듭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진 교수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을 '토론할 만한 사람'으로 꼽았으며 진 교수를 향해 "30억 공금유용설"을 제기하고 있는 변희재 <빅뉴스> 대표 등에게는 확실한 민·형사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유명 논객일 뿐 아니라 토론자로서도 유명하다. 그동안 만난 토론자 가운데 높이 평가할 만한 사람은?

"글쎄, 유시민 노회찬 홍준표 정도... 이 정도 빼면 없는 것 같다."

 

- 변희재는?

"머리가 나쁜 사람이라고 본다. 양심도 불량하다고 생각하고. 내가 처음부터 심하게 무시하긴 했다.(웃음) 개인적으로 앙심 품을 만하기도 하다."

 

- 신해철은 어떤가?

"귀엽다. 그런 연예인들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연예인들, 군기가 너무 들었다. 무슨 일 터지면 일단 사과부터 하고 오해라 발뺌하는데, 자기 견해 끝까지 주장할 줄 아는 연예인 필요하다. 연예인들, 중요한 존재다. 윤복희씨 미니스커트 입었을 때 아주 난리가 났었다. 지금은 다 입지 않나. 연예인이 이런 걸 깨주면서 시민들에게 자유 주는 거다. 연예인들에게 제발 예의 좀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기 코드에 연예인들 맞추지 말자. 사회에 기여할 사람들이다."

 

- 전원책 변호사는?

"한국 보수가 대부분 '이권' 보수다. 논리가 없이 개인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그런데 전원책 변호사는 이념 보수다. 김용갑 전 의원도, 내 마음에는 안 들지만 진정성 있는 보수다. 그분들은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감동이 있다."

 

"신해철 같은 연예인 있어야... 전원책·김용갑은 진정성 있는 보수"

 

- 4·29 재보선 얘기해 보자. 우선 총평해 보자면?

"두말할 것 없이 이명박에 대한 심판이라고 본다. '박빙'이라고 했던 곳도 차이가 많이 났다. 한나라당 지지자들, 투표장 안 왔다. 진보 개혁적인 국민들은 투표장 왔다. 국민들의 불만지수가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진보 개혁적인 쪽은 할 말이 많았고 '저쪽'은 할 말이 없었다."

 

- 울산 북구의 경우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막판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않았다면 한나라당 후보에게 졌을 것이다.

"단일화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처음에 단일화에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현지 분위기가 (단일화 찬성에) 압도적이었다. 선거운동하는데 시민들이 '단일화한 다음에 얘기하자', '단일화 안하면 한나라당 찍는다'라고들 얘기하더라. 여론이 '단일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었다. 단일화에 대한 합의를 깨면 그 지역 사업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 일단 이번 재보선을 통해 '진보정당 단일화'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진보정당들의 거리는 어떻게 유지해야 한다고 보나?

"통합, 단일화보다 더 중요한 건 진보의 비전이다. 21세기 진보의 상이 없다. 옛 진보는 NL-PD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진보신당 여론조사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예전 당원이 40%, 촛불당원이 60%라는 결과다. 옛 오르그(조직)의 사람들과 정보화 네트워크 사회 사람들이 결합한 이상적인 모습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사회로 가야 하냐'는 고민이다. 이명박 반대만 하면 안 된다. 이명박 좋다고 찍은 사람 없다. 747정책 너무 좋다고 찍은 사람 없다. 그런데 이쪽도 대안이 없다. 그냥 앉아서, 다시 뭉친다고 뭐 할 수 있겠느냐. 대중이 변했다. 물론 선거 등 전술적인 단일화가 불가피할 경우가 있을 순 있다."

 

- 그동안 진보의 목소리는 많이 내 왔지만 진보정치 세력의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별로 안 내는 것 같다.

"불가능하다. 난 단호하다. 민주노동당 탈당할 때도 확실히 문제제기하고 탈당했다. 민노당은 '아니다'. '항미연북'이라는 이념적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이거 21세기 가치 안 된다. 대중에게 설득이 안 된다. 대중정당으로 불가능하다.

 

두 번째, 조직이 민주적이지 않다. 수의정치를 한다. 매사가 그렇다. 교조적이다. 이걸 고칠 생각 없이 무조건 합치자는 건 절대로 안 된다. 통합 논쟁으로 스트레스 받을 시간에 진보신당이 해야할 일 많다."

 

- 그럼 민주노동당은 '낡은 이념정당'쯤으로 쇠퇴하리라고 보나?

"그럴 것이다. 진보신당은 디지털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 민노당은 이것도 못하고 있고 게다가 대중적인 인물이 한 명도 없다. 예전엔 통일이 당위였는데 요즘 안 먹힌다. 체제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대중에게 먹히겠는가. 미래 경쟁력이 어디에 있겠나. 민노당 과격분자들을 제외한 중간지대 있는 사람들도 다 진보신당으로 올 거라 본다. 수많은 대중을 보고 정치를 해야지 민노당과 합친다고 몇 %나 된다고... 선거연합, 정책연합은 가능하겠지만 그 이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 만일 민주노동당 김창현 후보가 단일후보로 뽑혔더라면 선거 도왔을 것인가?

"두 당이 약속한 거니까 마음에 안 들어도 지켜야지. 나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승수 후보는 김창현 당선을 위해 뛰었어야 한다고 본다. 나도 조승수 후보에게 그렇게 하라고 얘기했을 것이고. 약속은 지키라고 존재하는 것이니까."

 

- 진보신당이 원내에 첫 진출했다. 진보신당이 대안정당으로 자리 잡을 수 있으리라고 보나?

"가능하다고 본다. 예전에 진보정당에 표 던지면 '사표' 된다는 얘기들 많이 했는데, 요즘 그런 말 하는 사람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겪어보고, 또 안타깝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도덕성에 타격을 입으면서 정치적 공황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 제대로 된 대안 제시한다면 양·질적으로 팽창할 수 있으리라 본다."

 

  
진보신당은 4.29 재보선에서 조승수 후보(가운데)가 당선되며(울산북구) 처음으로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 진보신당 이상엽
울산혁신네트워크

"민주당, 진보 레토릭 가져가려 하지 말고 중도정당 지향하길"

 

- 그럼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경제정책에서 실패했다. 중도정당을 지향하면서 중산층을 잡았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들을 몰락시켰다. 빈부격차는 점점 심해졌고 중산층이 하층으로 내려갔다. 지금 한나라당 지지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 하층민들이다. '통일' 분야를 봐도 그렇다. 금강산 관광 갔지, 개성 갔지, 경협도 하지 않나? 두 체제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거의 최대한을 한 것이다. '민주'도 두 정권에서 어느 정도 완성됐다. 그 시점에서 사람들은 다른 욕망을 표출했다. '배가 고프다'는 것. 그런데 이걸 책임 못 졌으니 이반되는 것이다. 수습하지 못하는 것이다."

 

- 지금의 정체가 오래갈 것으로 보나?

"꽤 오래갈 것이다. 민주당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정치도 보수-중도-진보의 3강 체제로 가야 한다. 진보에 대한 인식 많이 좋아졌다. 예전 같으면 빨갱이라고 했을 텐데 요즘 많이 희석됐다. 민주당은 자꾸 '진보' 레토릭을 가져가려고 하지 말고 중도정당을 지향하는 게 좋다."

 

- 하지만 진보세력 역시 우왕좌왕하며 정체되고 있다는 비판 역시 존재한다.

"진보 진영도 아직 멀었다. 아직도 수구진보, 꼴통진보가 있다. 어떤 면에선 대중이 더 진보적이다. 그걸 흡수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정권 반대로는 안 되고 상을 잘 제시해야 한다. 네트워크와 오르그(조직)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융합시키느냐, 물질과 사이버의 장단점을 어떻게 통합시키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지난해 '촛불'은 정부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과 시민사회, 운동권들에게도 뒤통수를 때린 것이다. 대중의 성장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것이다. 경제든 문화든 사회든 이걸 존중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다.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창의성을 받아내야 한다. 대중은 명령받지 않는다."

 

"권력 끼고 들어오는 정치적 공격엔 강력 대응하겠다"

 

최근 변희재씨의 <빅뉴스>·<미디어워치>, 구속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이끌었던 <아우어뉴스> 등은 진중권 교수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프로젝트에 30억대 사업부실 및 공금횡령 의혹이 있다는 보도를 연속으로 내보내고 있다. 진 교수는 이에 대해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인터넷을 통한 공격이면 그냥 관대하게 넘어갈 수 있으나 '권력을 끼고 들어온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용서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변희재와 해당 매체들에 대한 확실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지난 3년간의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 <빅뉴스>, <아우어뉴스> 등 보수매체에서 줄곧 '진중권 30억 공금유용'설을 내보내고 있는데? 

"추부길의 <아우어뉴스>가 문제제기를 해서 받아치려고 했더니 자기가 먼저 구속되더라(웃음). 두말할 것 없다. 이번엔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다. 난 여태껏 인터넷에는 관대했다. 하지만 이번엔 권력을 끼고 들어왔다. <아우어뉴스>가 보도를 하니까 '물길연대'인가 하는 대운하 관련 단체들이 진중권 규탄 성명을 냈다. 언론이 문제제기를 했다기보다는 이건 정치적 공격이다. 문화부에서는 내가 관계하는 출판사에까지 찾아와 계약서를 핸드폰으로 찍어갔다고 한다. 사적인 문서 아닌가. 이건 묵과가 안 된다. 정확하게 민사 형사 소송할 것이다. 글로 일일이 대응할 필요도 없다. 비윤리적이고 의도가 뻔한 것이다. 내가 얄미워서 '씹는 건' 용서가 되는데 이런 식은 용서가 안 된다. 지난 3년치 자료를 모두 모으고 있다. '3년치 정산'을 이번 기회에 하려고 한다."

 

- 의혹 제기에 변희재 <빅뉴스> 대표가 앞장서고 있는데?

"'생계형'이라고 본다. 매체가 살려면 정부, 지자체 광고가 있어야 하는데, 그 매체들 영향력을 봐서 누가 광고하겠나? 이럴 때 충성심 보여줘야 광고도 받고... 이런 식의 '생계형 공격'이라고 본다. 나뿐 아니라 심지어 김미화, 손석희, 신경민 등도 공격하면서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입증하는 보수 세력들이 있지 않나. 인터넷 서북청년단 역할하면서 완장 차고 다니니..."

 

-  글을 쓸 때 보통 '일필휘지'하는 편인가?

"인터넷에 쓸 땐 그렇다. 물론 오프라인에 글을 쓸 땐 좀 다듬고 고친 후에 보낸다. 글의 성격과 취향이 다르니까. 논문식 글쓰기는 또 다르고. 난 여러 필체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젠 찌질한 게시판 글쓰기는 많이 안 하려고 한다. 진보신당이 국회에서 브리핑할 텐데..."

 

"평화로워지면, 대중 신경 안 쓰고 딱 500명만 살 책 쓰고 싶다"

 

- 그동안 주로 글을 올렸던 진보신당 게시판에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겠다는 건가?

"가급적 그러려고 한다. 그동안 진보신당 이름을 알리려고 당 게시판에 올린 것이다. 언론에 인용이 되더라도 당 이름 한 줄 꼬박 들어갈 테니까... 이제 원내 진입했으니까 안 하려고 한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글을 쓰고 싶을 때는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에 기고하거나 글을 올릴 것이다."

 

- 앞으로 당 활동은 주로 어떤 것을 할 건가?

"진보신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일을 할 것이다. 난 당원들이 부르는 데는 안 간다. 당원들 모여 있으면서 나 부르는 건 그냥 얼굴 보자는 건데, 이미 설득당한 사람들한테 가서 뭐하나. 당 사람들에게 그런다. '사업을 펼쳐라. 그래서 시민, 학생들 조직해라. 그럼 내가 간다.' 1순위로 당이 섭외한 강연에 갈 생각이다."

 

- 소송 진행 상황은 어떤가?

"3월에 지만원 이겼고 4월에 특수임무수행자회한테 승소했다. 아마 지만원 민사소송 남아있을 것이다. 솔직히 다 말도 안 되는 것들이다. 변희재한테도 이길 것이다. 그쪽이 악의적이니까."

 

끝으로 물었다. "그동안 참 여러 수식어를 단 사회적 논객이 되었는데 지금보다 '평화로워'지거나 '안정된' 사회가 된다면 꼭 해 보고 싶은 일이 있는가"라고. 즉각적인 반응이 나왔다.

 

"'먹물'들 목표는 대부분 비슷할 겁니다. '내가 쓰고 싶은 글' 쓰는 것이죠. 대중들 신경 안 쓰고 딱 500명만 살 책, 그런데도 내 개인의 생각이 깊이 들어있는 책. '먹물'들의 야심은 '곧 죽어도 될 정도로 흡족할 만한 정도의 책을 내는 것'입니다. 지금 쓰는 글들은 대부분 '갈라쇼' 분위긴데... 정치적으로 유명해져서 뭣에 쓸 겁니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공적 활동 할 수밖에 없는 시기지만 나도 점차 그런 시간 줄이고 내 욕망과 야심 펼치면서 내 길 가야지요."

 

  
진보신당 <칼라TV>는 지난해 촛불 현장을 생생히 전했다(왼쪽이 진중권 교수).
ⓒ 진보신당 제공
이명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