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예산 22조를 3년 동안에 투입하여 ①4대강의 물 부족과 홍수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②수질을 개선하고 하천을 복원하여 죽어가는 강을 살리고, ③일자리도 만들고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정부는 대한늬우스까지 부활시키고 공무원을 소집하여 특별교육을 시키는 등 4대강 사업 홍보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대운하를 반대하기 위하여 결성되었던 '운하반대시민연합'과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등 시민단체와 환경운동연합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오히려 4대강을 죽일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일반 국민들로서는 어느 주장이 맞는지 당혹스럽기만 하다. 필자는 이 문제를 될 수 있는 대로 쉽게 설명하여 독자들의 이해와 판단을 돕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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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만의 환경부장관이 성공21 서울협의회 주최로 2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하나님사랑 나라사랑 자연사랑 기도회'에 참석해 4대강 정비 사업 친환경적 추진 방안에 대해 특강하고 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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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의 추진 경위
2008년 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로 시작된 촛불시위의 구호에 한반도 대운하 반대 구호가 등장하였다. 촛불시위대의 규모가 커지자 2008년 6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였는데, 그중에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문장이 들어 있었다.
그 후 대운하는 수면 아래로 잠수하였는데 2008년 12월 15일 국토해양부에서 '4대강 정비사업'을 발표하였다. 그러자 환경단체와 시민단체에서는 4대강 정비사업의 정체가 의심스럽다는 견해를 발표하였다. 하천정비사업은 그동안 정부에서 꾸준히 추진하여 2007년 현재 4대강 본류 구간에서는 97% 완료된 것으로 정부통계에서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정비하는 4대강 사업인가,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대운하를 되살리는 사업 아닌가라는 질문이 제기된 것이다.
해가 바뀌어 정부에서는 '4대강 정비 사업'을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명칭을 바꾸고,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본부'를 만들었다. 2009년 4월 27일에 3개 부처 합동보고회를 통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윤곽이 처음으로 드러났는데, 사업비가 14조 원이었다.
그 후 정부에서는 5월 7일부터 25일까지 18일 동안에 전문가 자문과 지역설명회, 공청회를 실시하여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6월 8일에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총예산은 22조 2000억 원으로 불어났고, 본사업과 직접연계사업 그리고 연계사업으로 구성되어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4대강 살리기의 핵심인 본사업은 2009년 하반기에 착공하여 2011년까지 약 2년 동안 끝내는 것으로 계획되었는데, 사업비가 16조9000억 원이며 <표1>과 같이 8개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밖의 직접연계사업과 연계사업은 모두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12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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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1> 4대강 살리기 본 사업 16.9조원 (2009-2011) |
ⓒ 이상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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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의 목적 자체를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업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 이 글에서 문제 삼고자 하는 부분은 4대강 사업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보설치(4대강에 모두 20개, 예산 1조5100억 원)와 준설사업(총량 5.5억 톤, 예산 5조1600억 원)이다.
이들 두 사업이야말로 사업의 목표 중에서 홍수방지와 용수공급 그리고 수질개선에 관련되는 사업이다. 만일 4대강 사업이 운하의 전 단계로 의심된다면 이들 두 사업 때문일 것이다.
그밖에도 생태하천 만들기, 제방보강, 농업용저수기의 건설과 증고, 기타사업에 포함되어 있는 자전거길 만들기 등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사업이며 운하와는 무관하게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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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3일, 285개 정부 공공기관장을 대상으로 기획재정부가 주최한 '4대강 살리기 공공기관 기관장 워크숍'.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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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3가지
① 홍수피해 장소와 사업 장소의 불일치
4대강 사업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매년 8조원에 달하는 해를 입히는 홍수가 강의 본류가 아닌 지류에서 발생했다는 데에 있다. 태풍 루사(2002년, 인명피해 246명, 재산피해 5조 1500억 원)와 태풍 매미(2003년, 인명피해 131명, 재산피해 4조2000억원)가 휩쓸었을 때에도 지류에서 사방댐이 무너지고 둑이 터지고 토사가 흘러 내려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과거 수십 년 동안의 하천정비가 본류 구간부터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제는 본류에 유입되는 지류의 하천정비에 투자를 해야 할 시기다. 그런데도 4대강 사업은 본류에 보를 막고, 본류의 하도에서 준설을 하려고 한다.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에서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예상되는 질문 20개를 뽑아(말하자면 모범답안을 작성하여) 질의응답자료라는 이름으로 공개했는데 '왜 본류 중심의 하천정비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랬다.
"⑴본류를 먼저 정비하는 것은 대도시가 인접한 4대강 본류에 홍수가 발생하면 광범위한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⑵본류에 과도하게 쌓인 퇴적물로 인하여 물이 지류로 역류할 경우 지류에도 함께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⑶본류 정비로 홍수위가 낮아지면 지류의 수위도 함께 낮아져 본류뿐만 아니라 지류의 피해도 막아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답변을 당신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는가? 필자가 평가하자면, ⑴번 답변은 매우 궁색하다.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본류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함이라는 뜻인데, 지류에서 발생한 홍수피해가 재발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매년 8조원의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규모 홍수방지 사업을 시작한다면서 엉뚱하게 본류부터 사업을 한다니! 그렇다면 사업이 추진되는 동안에도 매년 8조원의 피해는 지류에서 계속해서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⑵번 답변은 상식을 벗어났다. 퇴적물이 쌓이는 곳은 하천에 취수목적으로 보를 막은 곳이나 하구둑이다. 퇴적물이 많이 쌓여서 본류의 물이 지류로 역류하기는 어렵다. 지류는 본류보다 표고가 높으므로 물과 토사는 지류에서 본류로 흐를 것이다.
⑶번 답변은 상식을 벗어난 궤변이라고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 본류의 하도를 준설하여 홍수위가 낮아지더라도 지류의 홍수위가 낮아질 이유가 없다. 지류는 지형상으로 본류보다 표고가 높은 상태이므로 본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본류를 준설하여 하도가 낮아지더라도 지류의 수위나 지류의 피해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그림1>은 지류와 본류의 차이점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본류의 하도를 준설하여 홍수위가 낮아지고 통수능력이 커졌다고 해서 지류의 홍수위가 낮아지고 피해가 줄어들 수는 없다. <조선일보> 보도(2009/6/23)를 보면 낙동강 본류와 지류의 합류지점에 낙차공(落差工)을 만든다는 계획이 나온다. 낙차공 이야기는 그동안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고, 필자도 처음 들었다.
국토해양부의 '낙동강 사전환경성 검토서'에 따르면 낙동강 본류에 직접 유입되는 총 105개의 지류 가운데 92개 지류의 하구에 콘크리트와 돌 등으로 낙차공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관계자는 "준설로 낙동강 본류의 강바닥이 대폭 낮아지면서 본-지류간 강바닥의 차이로 본류 구간 강바닥이 깎이게 되면 홍수 대처 등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낙차공 설치는 불가피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낙차공의 존재야말로 본류의 홍수위가 낮아져도 지류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는 것을 잘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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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지류와 본류의 개념도 |
ⓒ 이상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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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보를 설치하면 홍수기에는 용수를 공급할 수 없다
먼저 보와 댐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보는 작은 수리구조물로서 하천에서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설치한다. 댐은 큰 수리구조물로서 물을 저장하여 용수로 공급하기 위하여 건설한다. 우리가 농촌에서 흔히 보는 저수지 물을 가두어 두는 것이 농업용 댐이다. 용수를 공급하기 위하여 농업용 댐은 물을 채워 두어야 한다. 농업용 댐에는 다목적댐에서 보는 커다란 수문이 달려있지 않다. 농업용 댐은 홍수조절능력이 없다. 홍수가 흘러 들어오면 여수로를 통하여 그대로 흘러나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댐을 만들어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댐을 비워두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홍수방지 전용댐이 있는데, 바로 평화의 댐이다. 평화의 댐은 크기는 하지만 항상 비워 두기 때문에 용수공급능력이 없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용수공급과 홍수방지는 서로 상반된 목적이라는 것이다. 용수를 공급하려면 댐을 항상 채워 두어야 하고,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댐을 항상 비워 두어야 한다.
댐을 아주 크게 만들어 용수도 공급하고 홍수도 막는 댐이 다목적댐이다. (그림 2 참조) 우리나라에는 큰 강의 상류에 소양강다목적댐(높이 123m), 대청다목적댐(높이 72m), 안동다목적댐(높이 83m), 섬진강다목적댐(높이 64m) 등이 있어서 홍수기에는 홍수를 막고, 갈수기에는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다목적댐에 물이 꽉 차 있더라도 6월 21일이 되면 물을 방류해서 홍수기 제한수위까지 수위를 낮춰서 비워두어야 한다. 사실 비우는 물이 아깝기는 해도 여름철에 발생하는 홍수를 막기 위해서 공간을 비워둘 필요가 있다. 홍수가 와서 다목적댐을 다시 채우더라도 홍수가 지나가면 다음의 홍수를 막기 위하여 수위를 낮추고 다시 비워 두어야 한다. 채우기와 비우기를 반복하다가 홍수기가 끝나면 더 이상 비우기를 할 필요가 없다. 다목적댐의 댐관리규정을 보면 홍수기는 6월 21일부터 9월 20일까지 3개월 동안이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에서는 보를 설치하여 어떻게 용수도 공급하고 홍수도 막을 수 있을까? 4대강 사업의 보는 총 20개인데 그중에서 10개가 낙동강 본류에 집중적으로 건설된다. 우리가 지금까지 하천에서 흔히 보는 형태의 보(고정보)로는 용수도 공급하고 홍수도 방어할 수 없다. 고정보는 용수를 저장하지만 홍수방지 기능이 전혀 없다.
그래서 4대강 사업에서 도입하려는 것이 가동보이다. 가동보는 수문을 많이 만들어서 물을 한꺼번에 방류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보이다. 그러나 가동보 자체만으로는 홍수를 막을 수 없다. 가동보의 상류 강바닥을 파서 준설하는 양 만큼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주면, 그 공간만큼 홍수위를 낮추는 작용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낙동강의 홍수를 막기 위해서는 (가동보+준설)이 필요하다. 본류에 가동보를 설치하고 준설을 하여 홍수위를 낮추는 방법은 4대강 사업에서 도입하려는 새로운 시도이다. 그래서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에서는 '신개념의 홍수방어'라고 근사한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개념의 홍수방어는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개념이다. 원래 용수공급과 홍수방지는 상반된 방향의 기능이다. 신개념으로 용수도 공급하고 홍수도 방지하려다 보니, 홍수 시에 문제가 발생한다. 홍수 시에는 가동보를 모두 개방하여 저장했던 물을 비워야 하므로 용수공급을 할 수 없다. 홍수기 3개월 동안에는 용수공급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은 신개념 가동보의 매우 중대한 결함이다. 사실 강에서 용수가 필요한 시기는 작물이 성장하는 여름철인데, 가동보를 열어놓기 때문에 공급할 수 있는 용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여름철 홍수기는 수상위락활동이 활발한 시기와 겹치는데, 물을 저장할 수가 없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각종 홍보자료에서 화려하게 보여주는 요트 타는 그림, 유람선 타는 그림, 수상스키 타는 그림 등이 여름철 3개월 동안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을까? 홍수기라고 해도 매일 홍수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물을 저장하고 있다가 홍수가 닥치기 직전에 물을 빼면 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낙동강에는 10개의 보가 연속적으로 건설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가장 상류인 안동댐에서부터 낙동강 하구둑까지 보가 없는 현재에도 평상시 유하시간은 7일로 조사되었다. 보 10개가 건설된다면 유하시간은 더욱 길어질 것이다. 낙동강에서 보의 존재가 홍수방어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면 홍수가 발생하기 최소 7일 전에 10개의 가동보를 모두 열어서 물그릇을 비워 두어야 한다.
기상청에서 강우를 예보할 수 있는 기간은 며칠이나 될까? 여름철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집중호우는 며칠 전에 예보할 수 있을까? 최근에 집중호우는 매번 예상이 벗어나 피해를 주고 있다. 이처럼 낙동강 본류에서 7일 이상의 유하시간과 강우예보의 불확실성을 고려한다면 홍수기 3개월 동안에 보를 이용하여 용수를 저장해 두기는 어렵고, 홍수기 동안에는 항상 보를 비워 두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다목적댐에서 홍수기간 동안 홍수조절 량만큼 물그릇을 비워 두어야 하는 이치와 같다. 홍수를 막아야 하기 때문에 홍수기 동안에는 본류에 설치된 보를 이용하여 용수를 공급할 수가 없는 것이다. 4대강 보는 다목적댐과는 달리 2가지 기능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없다는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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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4당 의원들과 시민들이 27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4대강 죽이기 사업 저지 범국민 대책위원회'가 주최로 열린 '4대강 생명과 평화를 위한 범국민 한마당'에서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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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보를 막으면 수질이 악화된다
4대강 사업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수질개선이다. 가동보를 설치하고 준설을 하여 용수를 많이 확보하면 수질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흐르는 하천에 보를 막아 저수지를 만들면 유속이 느려져서 수질이 악화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하천의 이러한 특성은 "고인 물은 썩는다"는 속담과 전적으로 일치한다.
4대강 보의 경우에 갈수기 9개월 동안에는 용수공급을 위해 물을 가두어 두므로 수질이 악화된다. 고인 물에서 일어나는 수질 악화 현상을 부영양화라고 말한다. 부영양화의 전문가인 강원대 김범철 교수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하천에서는 지금까지 부영양화의 제한요인으로 지목되었던 인의 농도보다는 체류시간이 더 중요한 제한요인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4대강에 보를 설치하여 물의 체류시간이 길어지면 조류의 발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부영양화가 일어날 것j이 분명하다. 수질이 악화돼 쓸 수 없는 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하여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측에서는 질의응답 자료 6번에서 다음과 같은 답변을 제시하였다.
"보를 막는다고 해서 반드시 수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오염원 관리, 유량 변화 등에 따라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
매우 궁색한 궤변이다. 정직한 과학자라면 실험 또는 관찰을 통하여 종속변수(Y, 이 경우에는 하천의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변수(X1, 이 경우에는 보의 설치)의 효과를 검증하려고 할 때에는 다른 독립변수(오염원 관리 X2, 유량변화 X3)의 조건은 같다고 보고서 효과를 검증할 것이다. 이러한 방법론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과학적인 논의를 더 이상 진행시킬 수 없다.
수질과 관련된 질문의 핵심은 이렇다. 낙동강에서 '보의 존재+여러 가지 수질대책'이라는 A방안과 '보 없음+여러 가지 수질대책'이라는 B 방안을 비교하면 어느 쪽이 수질개선에 더 효과적일까? 당연히 보가 없는 B안을 시행하면 A안보다 낙동강의 수질이 더욱 좋아질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무슨 대단한 연구를 통해서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수질 전문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기초적인 사실일 뿐이다.
경부운하가 한창 논란이 되었을 때에 신곡수중보와 잠실수중보를 막아서 한강에 물이 많아진 후에 수질이 개선되었다고 발언한 운하찬성논자도 있었다. 달리 말하면 보를 막아 물이 많아지면 희석수의 역할을 하여서 수질이 개선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실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 서울시 구간 한강의 수질이 개선된 것은 수중보를 막아서가 아니고 상류 유역에 하수처리장을 건설하고 폐수처리장을 건설하여 깨끗해진 물이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수처리시설이 없는데 단순히 보를 막아서 물이 많아진다고 수질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욕조에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채울 때에 물이 1/3 차거나, 1/2 차거나 가득 차거나, 욕조물의 수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상류에서 흘러 들어오는 물의 수질은 변하지 않았는데, 보를 막아 물의 양이 많아진다고 해서 수질이 나아지겠는가? BOD 5ppm의 농도를 가진 물을 10톤 저장하거나, 10만 톤 저장하거나 수질은 똑같이 BOD 5ppm일 것이다. 보를 막아 많은 물을 저장하면 유속이 느려져서 오히려 수질이 나빠질 것이다.
정리하자면, 본류에 설치된 보로 흘러드는 지류의 오염도가 일정하면 수량이 아무리 많아져도 수질은 일정하다. 오히려 빨리 흐르던 지류가 보에 들어오면 유속이 느려지므로 산소의 공급이 적어지고 조류가 증식되어 수질은 나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산을 투입하여 적절한 수질대책을 실시하면 보를 막아도 수질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표현은 일반 국민을 오도하기 쉬운 표현이며 과학적으로는 틀린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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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야4당과 조계종 등 4대 종단, 45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6월 18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4대강 죽이기 사업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범대위의 발족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준엄한 심판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
ⓒ 이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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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구상이 나왔을까?... 운하사업의 전초전 의도
4대강 사업은 아마도 청계천 복원사업의 성공에 힘입어 제안된 것 같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사업과 4대강 사업은 같은 물 관리 사업이지만 방향이 정반대이다. 청계천 복원은 인공적인 복개와 고가도로를 걷어내고 자연적인 하천을 드러내는 사업이므로 복원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자연적인 모습으로 잘 흐르고 있는 강을 인공적인 저수지로 만들고 엄청난 자갈과 모래를 파내는 사업이므로 청계천 복원과는 정반대의 사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혹자는 청계천 복원사업도 초기의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사업은 환경단체에서는 모두 찬성하였으며 반대한 사람들은 청계천 주변의 상인들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필자는 왜 4대강 사업이 제안되었을까 궁금했는데, 지난 6월 29일 이명박 대통령의 제18차 라디오 연설로 인하여 모든 의문이 풀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내에 대운하 건설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대운하가 필요하다는 제 믿음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여전히 대운하에 대한 미련을 품고 있음을 인정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일부에서 대운하 백지화라는 표현을 쓰는데 적절치 않다"며 "임기 내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확하다"고 말했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대운하는 다음 정권에 맡기되 내 임기 내에는 운하의 기초만을 만들어 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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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2천5백여 명의 대학교수들로 구성된 운하반대 전국교수모임이 7월 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의 '운하 중단' 선언은 국민 여론을 호도하여 임기 내에 1단계 운하사업을 완성하고 단계적으로 운하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국민들에게 천명한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은 강살리기가 아닌 강죽이기"라고 비판했다. |
ⓒ 이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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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그렇지만 4대강 사업만은 기필코 추진하겠다고 했다. "잠실과 김포에 보를 세우고, 수량을 늘리고, 오염원을 차단하고, 강 주변을 정비하면서 지금의 한강이 된 것이다. 4대강 살리기도 바로 그런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4대강 살리기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물도 풍부하게 확보하고, 수질도 개선하고, 생태 환경과 문화도 살리면서 국토의 젖줄인 강의 부가가치도 높이면 투입되는 예산의 몇 십 배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4대강 사업의 목적은 강의 부가가치를 높여 경제적으로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이제 모든 것은 분명해졌다. 왜 4대 강에 새로운 형태의 가동보를 설치하고, 수심을 6m로 유지하기 위하여 총 5억 4000만 톤의 토사를 파내는지가 분명해졌다. 장차 운하를 만들기 위한 전단계이기 때문이었다.
유람선이 다니고, 수상 위락활동을 위해서라면 서울시의 한강 구간처럼 수중보를 만들어 수심을 3m 정도로 유지하면 충분하다. 수심을 6m로 깊게 유지한다는 것은 운하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밖에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왜 22조 원이나 되는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지도 분명해졌다. 강과 주변의 부동산 가치가 올라서 22조의 몇 배나 되는 이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초기투자비용 22조는 결코 낭비하는 돈이 아니라 종자돈이 되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두 단어는 운하와 부동산 가치였던 것이다. 나머지는 모두 부차적인 목표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필자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무리하게 추진하는 4대강 사업의 결말이 엄청난 예산낭비로 끝날 것이 너무도 분명해 보인다. 지금은 위기에 처한 나라 경제를 살리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10년 20년 후에 먹고 살아야 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여 국력을 집중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철도와 화물트럭이 나오기 전에 유효한 운송수단이었던 운하에 엉뚱하게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엄청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운하를 확실하게 포기하고 순수한 목적의 4대강 사업을 추진하려면 가동보 설치와 준설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 대신 필요한 지역에 작은 수중보를 만들어서 소규모로 위락활동, 관광활동을 가능하게 하면 충분하다. 유람선을 타고서 안동에서 상주 구미를 거쳐 부산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홍수방지를 위해서는 유역을 전체적으로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꼭 필요한 지역에는 다목적댐을 건설하고, 홍수피해가 잦았던 상류 지역에는 강변 저류지를 많이 만들어서 지류에서부터 홍수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본류에서부터 홍수방지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접근방법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일찍이 인도의 간디가 말했다.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의미가 없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의 경우에 다음과 같이 수정할 수 있겠다. "방향이 잘못되면 간 만큼 손해이다." 가동보 설치와 준설에 투입하려는 예산은 모두 6조 6700억 원이다.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절용(節用)이라는 말이 나온다. 관의 재물을 절약해서 쓰는 것이 수령된 사람의 첫째가는 의무라고 다산은 지적했다. 현 정부의 관리들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