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지식인들, 모두가 반대하는데도 삽질 멈추지 않는 의도는?

언론·종교·학자 77인, '4대강' 대통령 면담 요구

대규모 국책사업 '속도전' 폐해 우려…"사업 일단 중단하라"

2010년 05월 10일 (월) 12:57:02 김수정 기자 ( rubisujeong@mediatoday.co.kr)

-->'4대강 사업의 새로운 해법을 위한 제안인' 77인은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 최고 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면담을 공식 요청했다. 이번 제안은 김근상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주교, 도법 스님, 성해용 목사 등 종교계 인사뿐 아니라 김수종 전 한국일보 주필 엄기영 전 MBC 사장 등 언론계 인사,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등 학자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번 제안은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제안이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갈등을 풀어내는 지름길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제안서에서 △4대강 사업을 일단 중단하고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 합리적인 대책을 수립 △수질이 나쁜 물줄기의 오염원을 파악해 오염물질을 줄이기 △홍수 취약 지역에 한해 홍수대비책 △물 부족 사태 대비가 필요하다면 산간지역과 도서지역 등 물 부족 예상지역을 대상으로 소규모 저수지 건설 등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 4대강 사업의 새로운 해법을 위한 제안인 77인이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고철환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의견이 다른데 이는 이들이 자연과 개발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선진국은 사전예방의 원칙을 법률 원리로 삼아 과학적으로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일은 하지 않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며 과학적 관점에서 양쪽 주장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점을 지적하고 “적절한 조치와 과학적 조사를 통해 4대강 사업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제용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정부의 4대강 사업 추진의 문제점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홍수, 가뭄, 수질 개선이 이번 사업의 목적이지만 정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홍수 대책을 위해서는 홍수 피해 지역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하지만 이번 사업에는 이들 지역이 포함돼 있지 않다.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물 부족 지역인 포항·태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지만 이곳 역시 4대강 사업에 포함돼 있지 않다. 윤 교수는 “4대강 사업처럼 커다란 국책사업은 천천히 논의를 통해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해야 하지만 정부가 속도를 내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정부 주장은 저류량을 늘려 오염원을 희석하겠다는 것인데, 교과서적으로 물을 맑게 하려면 오염원을 차단해야지 오염원을 물로 희석시킨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낙동강 영산강 금강 하구의 오염은 물 흐름 정체 때문이니 하구원을 개방할지를 논의하면 되고, 한강 오염은 심곡 수중보와 잠실 수중보 때문이니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4대강 사업의 새로운 해법을 위한 제안인 77인이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이시재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사회 갈등의 해법이 보이지 않는 부분에 답답해했다. 이 교수는 “전 국민 70%가 반대하고 환경시민단체가 반대하면 정부도 이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며 과거 사례를 예로 들었다. 2000년 초 동강댐 건설을 추진할 당시 정부와 사회단체는 각각 10명의 전문가를 구성해 공동 연구를 벌였고 결과에 합의한 바 있다는 설명이다. 새만금 사업 때도 정부와 사회단체가 공동연구를 한 바 있다. 새만금 사업 연구는 전문가 합의를 이루지 못했지만 적어도 연구를 하는 동안에는 공사를 중지했었다. 이 교수는 “이런 대화와 공동연구는 결과가 어느 쪽으로 기울든 갈등 해법에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며 “4대강 사업도 이런 갈등 해법 방식을 적용하고 이를 정부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