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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잘 돌아가나?

중,러가 우리 편인줄 알았나? 유엔 제소, 더 곤란케 되고 미국은 댓가 요구

by skyrider 2010. 6. 9.

‘천안함 외교’ 몰아치다 고립되는 한국

경향신문 | 손제민 기자 | 입력 2010.06.08 18:28 | 수정 2010.06.08 18:50

지난달 20일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후 하루가 멀다하고 '외교 이벤트'가 벌어지며 숨가쁘게 진행됐던 정부의 '천안함 외교'가 별안간 소강 상태를 맞았다. 정부는 지난 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공을 넘겼지만 이란 핵 제재와 이스라엘의 가자 구호선단 공격 문제 등 다른 현안들에 밀려 천안함 문제는 공식 논의가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강 상태의 이면에는 중국의 북한 제재 반대와 미국의 전략적 숨고르기가 있다. 정부는 지난달 중국과의 정상회담, 외교장관 회담 등 최고위급 대화를 통해 중국을 대북 제재에 동참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큰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 전문가팀이 천안함 조사결과를 검토하기 위해 방한한 것에 대해서도 애초 정부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했지만, 이들이 7일 조사를 마치고 돌아간 뒤에는 불안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가) 진실을 인정하는 것과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제재에 동참하는 것과는 다른 얘기일 수 있다"며 미리 선을 그었다. 미국 정부와 유엔을 상대로 외교전을 펴고 4일 귀국한 천영우 외교통상부 제2차관이 8일 급거 중국 방문길에 오른 것도 정부의 다급한 속내를 보여준다.

지난달 26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해 강고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며 천안함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던 미국 역시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천안함 논의를 미루고 있다. 미국 정부는 그 사이 "외교적 수단으로 북한을 추가 제재할 방법이 없다"(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4일 아시아안보회의)며 "강력한 대북성명 채택 추진"(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대변인, 8일 정례브리핑)을 대안으로 내놨다.

당초 제재 강도가 높은 방식일수록 좋다는 입장을 보여온 정부가 결의냐, 의장성명이냐 하는 형식보다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가 중요하다며 기대 수준을 낮추려는 것도 이러한 외교적 환경과 무관치 않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호주, 캐나다 등 우방국 정상 또는 외교장관들과의 전화통화 또는 회담을 통해 천안함 관련 지지 성명이 쏟아지며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던 분위기는 이제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정부 관계자들 입에서 6자회담 같은 이른바 '출구'를 언급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지난달 3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후 외교부의 공식, 비공식 브리핑에서 당국자들은 6자회담에 대한 언급조차 꺼리며 천안함 문제 해결이 우선임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클린턴 장관이 한·미 외교장관 공동회견 때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접근'을 얘기한 뒤에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최근 당국자들 입에서는 "우리가 안보리 대책을 하면서도 천안함 사건 처리뿐 아니라 앞으로 한반도 문제, 북한 비핵화 문제, 구체적으로 6자회담 이런 걸 염두에 두고 해야 한다", "6자회담으로만 될 것은 아니고, 어떻게 6자회담을 더 강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등의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천안함 외교가 지나치게 지방선거에 맞춰지는 듯한 모양새였다"며 "선거 후에 보이는 모습이 정상적인 외교 행위로 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낮 외교부 청사에서는 드문 풍경이 벌어졌다. 박정이 중장 등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 관계자들이 외교부 청사에 들어와 한반도평화교섭본부, 국제기구국 등 '천안함 외교'와 직접 관련된 간부 외교관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가졌다. 최근 며칠간 국내외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천안함 조사결과 자체에 대한 '합리적 의심'들에 대해 외교부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정신을 무장하기 위해서 마련된 자리였다고 알려진다.

< 손제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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