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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컬럼,글

"집창촌" 눈에 안보이면 해결될까? 큰 맹수보다 안보이는 세균이 더 무서워

by skyrider 2010.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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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은 이해하지만, 이건 옳지 못한 관점이다. (9)
고립계(denpa)2010.08.13 18:56 조회 4641 찬성 81 반대 14
우선 '단계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운운하는 마지막의 대승적인 이야기는 앞에 나온 문장과 별 상관도 없고 맥락과도 관련도 없는 것 같으니 잘라내고 본다면, 글쓴이의 주장은 결국 한 가지다. 두루뭉실하게 '주택가'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자녀교육 및 본인의 정서에 방해가 되므로 사창가를 치워 달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딱히 필자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며, 개인주의적인 욕심이 잘못되었다고 도덕적인 책임을 물을 생각도 없다. 자기 집 앞에 불쾌한 무언가가 있다면 싫다고 말할 권리 정도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시작점을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입법에 의거한 집중단속 등에 의해 사창가가 분쇄되어 점조직으로 분해되고, 근본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음성화되어 더욱 그늘로 기어들어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매춘 문제는 더욱 악성화되었다.

(자의든 타의든)성매매를 하게 된 여성들의 인권은 더욱 최악을 달리게 되었고, 성병도 더 심하게 창궐하게 되었다. 단속은 단속대로 난항을 빚게 되었다. 얼마 전에 발생한 살인사건 역시 그와 같은 음지대에서 벌어졌다는 것도 한 예이다.

그러한 것의 원인은, 일차적으로 바로 이와 같은 '배척적'인 시각 때문이 아니겠는가? 현재 매춘 실태에 대한 근본적 사고는 뒤로 한 채, 우선 감정적으로 '싫기 때문에' '눈에 안 보이는 곳으로' 치워 달라는 사고에 의해, 검찰의 대책 또한 그런 감정에 편승하는 식으로 무조건 단속 일변도로 치달았던 것이다.

배척적이고 분리적인 사고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또 있다. 만약 완전히 사창가가 음지로 숨어들어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영업'을 하게 되었다고 하자. 글쓴이와 같은 시각을 지닌 사람들은 몹시 기뻐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경우, 성매매 여성들은 인간 이하의 존재가 되어 버릴 가능성이 높다.

분리되어 버린 집단에 대해 인간은 쉽게 무감각해진다. 성매매가 완전히 화두에서 사라져 버렸을 때, 대부분의 '성매매와 관련 없는'여성들은 성매매 여성에 대해 매우 이질적이고 배타적인 시각을 지니게 될 것이다. 그녀들의 처지를 그녀들 자신의 도덕적 문란이나 타락으로 간주하는 전근대적인 시각도 쉽게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여론에서 멀어진 음지대에서 그와 같은 여성들의 운명은 비참 일변도로 향하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인권의 보장과는 그야말로 멀리 떨어진 최악의 결말이 되는 것이다.

성매매가 완전히 없어질 수는 없다. 그리고 범죄와 같은 불법적 수단으로 인해 성매매를 하게 된 가엾은 여성들도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을 단지 눈을 감고 무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글쓴이는 성매매 방지법 6년...으로 시작하고 있지만 그 법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그 법의 결과가 미온적으로 나타남을 규탄하고 있다. 즉 더욱 강력한 단속으로 완전히 집창촌을 싹 치워 줬으면 하는 듯 하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으며, 하물며 지금 당장의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도 없다. '촌'을 없앤다고 해서 매춘이 근절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음성적으로 형태만 바꿔 그 자리에 존속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시 '음성적으로 들어가도 상관없으니 여하튼 내 눈에는 안 보였으면 한다'라는 시각을 품고 있다면, 그건 좀 너무한 생각일 것이다. 그저 '개인주의적인 평범한 시각'으로 보아 넘길 한도를 지나친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