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 23일 오후 10시 12분]
본색 드러낸 '대운하 전도사', "4대강 반대 설득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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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들이 출석한 가운데 이 후보자가 관계자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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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전도사'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가 결국 본색을 드러냈다.
이 내정자는 23일 열린 국회 운영위 인사청문회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검토할 수 있냐"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의 질의에 "특임장관이 아니라, 특임장관 위의 직책에 있더라도 4대강 사업을 중단할 수 있단 것을 전제하고 직책을 수행하라고 하면 사실 어렵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무엇보다 "지금 단계에선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반대하는 사람을, 반대하는 사람이 찬성하는 사람을 서로 이해할 수 없다"며 "국토의 관리, 재창조에 대한 철학의 문제이지 토목기술상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철학'을 달리 하는 자신이 4대강 사업 반대 목소리를 이해하기 힘들단 얘기였다.
그는 수심·홍수예방·물 저장능력 등 논란이 일고 있는 4대강 사업의 효과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 내정자는 "(이 의원께서) 수심 4m~6m 말씀하시는데 낙동강 상류 쪽은 암반 때문에 1.5m 이상 팔 수 없고 낙동강의 경우 상류부터 부산 하구까지 경사가 져 비가 오면 물이 순식간에 빠지게 돼 있다"며 "(준설을 하면)장마 때나 가뭄 때나 정상적으로 물길이 흐르게 할 수 있단 게 토목기술자들의 견해"라고 말했다. 또 "이정희 의원님이 저를 설득시킬 수 없는 것처럼 저도 이 의원님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앞서만 하더라도 이 내정자는 4대강 사업 문제에 대해 "대통령께서 챙겨보란 지시가 있다면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각 공구별로 찾아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왜 반대를 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 의견을 대통령에게 전달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 내정자의 이런 태도 변화는 박지원 원내대표의 '호통' 논란으로 2시간 가까이 파행을 겪었던 청문회장을 다시 소란에 빠뜨렸다.
박지원 원내대표 등 야당 의원들은 "찬성하는 사람이 반대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단 게 무슨 뜻이냐"며 불편함을 드러냈고 여당 의원들은 "특임장관에게 왜 4대강 사업을 묻고 하나"며 '엄호'에 나섰다.
그러나 청문회 사회를 맡은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제가 보기에도 찬·반 양측이 서로 설득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내정자의 답변을 문제 삼았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특임장관으로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마지막까지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저도 경제성 없는 경부대운하에 대해선 절대 반대"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답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이 내정자는 "잘 알겠다, 이정희 의원 말씀을 명심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아울러, 청문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질의응답 과정에서 저에게 지적해주시고 충고해주신 말씀을 잘 명심해서 업무에 그대로 반영하도록 하겠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성공하는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 특임장관의 역할인 만큼 하나에서 열까지 잘 귀담아듣고 명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경과보고서 채택을 둘러싸고 여·야 간의 2차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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