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정당 후원을 했다는 이유로 교사들을 탄압한 나라는 OECD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수잔 홉굿 EI(세계교원단체총연맹) 회장의 말이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정치활동을 한 교사 134명을 모두 파면·해임하라는 지시를 내린 이후 30여 명의 교사에 대해 해임 등 중징계가 내려진 것에 대한 비판이다. 전 세계 170개국의 교사 3000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EI의 수장인 수잔 회장은 G20 정상회의에 맞춰 열리는 'G20 노동조합대표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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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전교조 회의실에서 수잔 세계교원단체총연맹 회장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
ⓒ 이주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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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의 정당 후원 교사 해임은 있을 수 없는 일"
수잔 회장은 12일 오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교사 역시 시민이기에 시민적 권리의 측면에서 정당 후원을 바라보지, 교사이기 때문에 정당 후원을 해서는 안 된다며 막지는 않는다"며 "교과부의 교사 해임 결정은 법원의 판결이 나기도 전에 나온 것이라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해고다"라고 비판했다. '시민'과 '교사'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
이어 수잔 회장은 "ILO(국제노동기구)와 유네스코의 협약들을 준수해온 한국 정부가 협약 중 '교사들은 시민이 누리는 권리를 충분히 누려야 한다'고 명시한 '세계 교사 지위를 위한 권고문'은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OECD에 가입할 때 노조 권리 등의 분야에 대해 국제 기준에 맞게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러나 지금 정부의 노조 탄압을 보면 그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수잔 회장은 정부가 일제고사에 반대한 교사들에게 징계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 "교사들이 노조를 통해서 정부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호주에서는 정부 정책을 반대했다고 해서 교사를 파면하고 해임하는 일은 한 건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수잔 회장의 면담 요청에 답변조차 하지 않은 이주호 교과부 장관
이렇게 산적한 문제들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수잔 회장은 방한하기 2주 전 한국 정부에 이주호 교과부 장관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면담 요청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수잔 회장은 "한국 정부에서 교사들을 해임하고 파면하는 식으로 노조를 탄압해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면담을 요청했지만 답변이 없었다"며 "EI가 다른 나라의 교육부 장관 면담을 요청했을 땐 항상 이뤄졌는데 한국에서는 만나지 않는 이유조차 설명을 듣지 못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EI는 세계 최대의 국제 교육단체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것. EI는 'EI 세계 총회'에서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축사를 했고, UN 사무총장이 총회 때마다 축사를 하는 공신력 있는 단체다.
세계적으로 알려질 한국 정부의 교원 탄압 사례... 이것이 국격?
수잔 회장은 '해직자는 전교조 조합원이 될 수 없다'는 법원과 고용노동부의 판단에 대해서도 "사기업체나 공적 영역의 공무원들이 해고되고 아니고를 떠나 노조에 가입하는 건 국제 협약에서 용인되는 지점으로, 노조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해 이를 따르게 하는 것이 국제 관행"이라고 말했다.
수잔 회장은 앞으로의 대응방안에 대해 "해직 사태는 한국 전교조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이므로 EI는 한국의 노동자 탄압에 대한 내용을 회원국들과 공유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준수하라는 문제제기를 계속할 것"이라며 "ILO와 유네스코에서도 권고문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시정 요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전교조 측에서 나눠준 인쇄물에는 다음과 같은 '지지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선생님들이 짓밟히고 박해받는 것은 정부가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도종환 시인)
"전교조 선생님들 용기 잃지 마세요. 어렵게 싸워 지킨 민주주의의 보루는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더욱 연대해야 합니다. 저도 선생님들 곁에 있겠습니다." (홍세화 언론인)
"꽃으로도 전교조를 때리지 마라! 꽃잎이 으깨지면 분노의 피가 됩니다." (안도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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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1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시도교육청 부교육감 회의에서 민주노동당 후원과 관련해 전교조 조합원들을 파면 또는 해임할 것을 지시한 가운데, 10월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인사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정당 후원 교사에 대한 징계 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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