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ㅋ,ㄴ,ㄷ,ㅌ…훈민정음 제자원리대로 한글 배열순서 바로 잡자
10월9일 한글날을 맞이하여 16년째 한글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송파구 소재 비로한의원 김명호 원장을 만나 ‘한글’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김명호 원장은 “한글은 음소문자인데, 음소들간의 연관성을 창제원리에 따라 체계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글뿐”이라며 한글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또 “요즘과 같은 정보화시대에는 정보 생성 및 전달에서 한글만큼 뛰어난 글자가 없다. 한글의 창제원리를 무시한 틀린 순서대로 한글을 공부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지금 당장의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후손을 위해 배열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 제자원리에 입각해 배열되어 있던 한글은 1527년 발간된 최세진의 ‘훈몽자회’와 1933년 조선어학회가 완성해 공표한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맞춤법 통일안으로 인해 배열이 틀어지게 됐다.
훈민정음의 자음 및 모음 체계는 지금처럼 ㄱ, ㄴ, ㄷ, ㄹ, ㅁ식의 순서가 아닌 ㄱ, ㅋ, ㄴ, ㄷ, ㅌ, ㅁ, ㅂ, ㅍ 등의 순서로 배열되어 있었다. 이는 ㄱ, ㄴ, ㅁ, ㅅ, ㅇ 의 다섯 가지 기본음을 기억하면 소리가 거세질 때마다 획을 더하는 원리로 다음 자음을 알 수 있다. 모음도 마찬가지이다. 기본모음인 ·, ㅡ, l 이 3가지만 기억하면 나머지는 쉽게 기억해 쓸 수 있었는데, ‘훈몽자회’에서 초성과 종성에 모두 쓸 수 있는 자음과 초성에만 쓸 수 있는 자음을 구분해 자음 및 모음의 순서가 바뀌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한글의 체계가 흐트러져 이로 인해 한글이 제 기능을 못한다. 틀린 순서를 무조건 외울 것이 아니라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순서대로 한글을 익히면 창제원리를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더욱 쉽게 배울 수 있다. 원래 한글의 제자원리대로 배열순서를 바로 잡아 그 순서대로 한글을 가르치고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 사람은 훈민정음 및 창제원리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고 말하며 훈민정음을 연구하는 학자들조차도 훈민정음 원문을 해석하거나 원문에 주석을 단 정도에 그치는 수준의 논문을 발표해 왔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는 국어학자들이 음양오행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그는 “훈민정음의 창제원리에 녹아있는 음양오행에 대해 모르면 훈민정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1993년 훈민정음 해례본을 처음 접하고, 훈민정음에 음양오행의 원리가 깃들어 있는 것을 알고 거기에 흥미를 느껴 한글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훈민정음 해례본을 읽고 한의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음양오행은 한의학 얘기인데, 한글에 음양오행이 왜 나오는 것일까?’하는 의문을 품게 됐다고. 그날 저녁 서점에 들러 한글과 관련된 책을 구입해 그때부터 한글 연구에 매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의 김 원장은 1993년 ‘자연, 사람 그리고 한의학’이라는 저서를 통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음식만 음양오행의 원리를 토대로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도록 식단을 짜고 음식을 만드는 한국음식은 한의학·한글과 같이 음양오행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 “우리나라의 한의학처럼 외국에도 전통의학이 존재했었지만 현대의학이 나타난 후 사라졌지만, 한의학을 비롯한 한국음식, 한글은 없어지지 않고 앞으로도 당연히 존재할 것이다.”
한편 한문일색이라 일반인들이 접근이 어려운 한의학 용어를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한글로 변환하는 것에 대해 그의 생각을 물어보았더니 “의학용어는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이다. 한문을 한글로 풀어쓰게 되면 효율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의학은 일반 분야가 아니라 전문 분야이기 때문에 한글로 변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며 “일반 대중들이 사용하는 용어의 경우 한문으로 된 단어들을 우리말로 변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주로 인터넷이나 드라마에서 나타나는 언어의 축약 및 변형 현상에 대해서 “요즘과 같은 정보화시대에는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전달하려는 문화가 발달돼 줄여 쓰게 된 것”이라며 “이러한 현상을 무조건 나쁘다고 볼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어떤 특정 집단 내에서만 소통되고 다른 집단과의 공유가 되지 않은 것은 분명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언어사용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 8월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이 세계 최초로 한글을 공용어로 채택해 화제가 됐었다. 이에 대해 그는 “영어에 비해 소리를 문자로 표기하는데 효율적인 한글을 채택하게 된 것”이라며 “앞으로 얼마든지 이런 일들이 거듭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글이 우수하다고 해서 세계인들이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력이 세지고 부강해지면 한글을 배우는 사람도 자연스레 늘어나게 될 것이며, 그것이 바로 한글의 세계화이다.”
‘한글은 영원히 세계 최고’라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도 한글의 창제원리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한글의 창제원리를 비롯해 잘못된 한글체계를 알리고 바로잡는 데 앞장 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