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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인 이용훈대법원장 아니면 권위주의 정권의 사법살인 밝혀졌을까?

by skyrider 2011. 1. 20.

<조봉암 무죄판결은 `사법살인'의 자기고백>

연합뉴스 | 나확진 | 입력 2011.01.20 16:02 | 수정 2011.01.20 16:19

 




사법부의 `과거사 청산작업' 정점도달 평가

(서울=연합뉴스) 이웅 나확진 기자 = 대법원이 1959년 간첩으로 몰려 사형당한 죽산 조봉암 선생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것은 뒤늦었지만 당시의 사형선고와 집행이 정치탄압에서 비롯된 '사법살인'이었음을 고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불법적인 군당국의 수사와 입증되지 않은 공소사실에 근거해 사형을 선고한 대법원의 '어두운 과거'를 손수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후 수년간 주도해온 사법부의 과거사 청산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사형선고 당시 조봉암 선생에 덧씌워져 유죄가 인정된 혐의는 크게 세 가지로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진보당을 구성해 중앙위원장에 취임하고(국가보안법 위반) ▲육군첩보부대(HID) 공작요원을 통해 북한에서 금품을 받고 남한정보를 제공했으며(형법상 간첩죄) ▲당국의 허가없이 권총과 실탄을 소지했다(군정법령 위반)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가운데 무기소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형을 선고유예 했을 뿐, 사형으로 이어진 국가보안법 위반과 간첩 등 두 가지 주요 혐의에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진보당을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한 단체라고 볼 수 없고, 조 선생의 간첩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군부대의 영장없는 체포와 불법감금을 통해 얻어진 증인의 진술밖에 없어 믿을 수 없다는게 무죄 판단의 근거다.

이 대법원장은 판결을 선고하면서 "조봉암 선생은 독립운동가로서 건국에 참여했고 국회의원, 국회부의장, 농림부장관으로 재직하며 우리 경제체제의 기반을 다진 정치인임에도 잘못된 판결로 사형이 집행됐다. 재심판결로 뒤늦게나마 그 잘못을 바로잡는다"며 우회적으로 반성의 뜻을 밝혔다.

이 대법원장은 2005년 9월 취임하면서 과거사 진상규명 의지를 밝힌 데 이어 2008년 사법 60주년 기념식에서 "권위주의 체제에서 사법부가 헌법상 책무를 충실히 완수하지 못해 실망과 고통을 드린 데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한 바 있다.

대법원장의 사과를 전후로 인혁당민청학련 사건 관련자 등 1960∼1980년대 대통령 긴급조치와 반공법, 계엄법 등의 위반 혐의로 옥살이를 했던 이들이 잇따라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받았고 억울한 구금에 대한 국가배상 판결도 쏟아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유신시대 체제유지 수단으로 기능했던 긴급조치 1호에 대해 대법원에서 전원일치로 위헌을 선언해 제4공화국이 법적 정당성이 결여된 권위주의 정권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는 평가도 받았다.

대법원은 오는 9월 6년의 임기를 마치는 이 대법원장의 퇴임 전까지 국가범죄 관련 재심사건 처리 등 남은 과거사 청산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abullapia@yna.co.kr

rao@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