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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술

[스크랩] 스파이럴사고

by skyrider 2011. 9. 4.
원하지 않는 스파이럴의 회복 불가능으로 생긴 사고 예

2000년 04월경 발생한 사망사고



9월 4일(토) 오후 5시 55분경 대구 대니산(해발 408m)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던 프랑스인 루이앙 에릭기용씨(23세)가 착륙장에 추락, 병원으로 옮기던 중 사망했다.

사고 순간 부근에 있던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고 파일러트는 대니산 정상 이륙장을 출발하여 비행을 하다가 착륙장 상공 100∼150m 상공에 이르러 평상적인 360도 회전을 시작하여 세 바퀴 정도 지속하던 중 스파이럴(spiral)성 급회전으로 돌입, 다섯 바퀴 째부터는 90도 뱅크의 깊은 스파이럴 상태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그대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기상은 이륙장에는 남서풍 7-8km/h 정도로 약한 정풍이 불고 있었고, 착륙장은 거의 무풍이며, 주변에 장애물도 없는 넓은 개활지이기 때문에 난기류는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또 사고기체는 에델의 ATLAS 로서, 이 기체는 DHV 1-2급 안전도 검사에 합격한 뛰어난 안정성이 있는 초급기이다.

사고를 당한 에릭기용씨는 추락 직후 무의식적으로 벌떡 일어섰으나 곧 다시 쓰러져 15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즉각 후송되었으나 끝내 절명하였다고 한다. 그는 약 2년 정도의 비행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겁이 많고 조심스럽게 비행하는 스타일이었던 점에 비추어 이번 사고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그를 아는 동호인들이 전했다. 그의 유해는 대구카톨릭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다.

스파이럴 턴(spiral turn)은 한 쪽 조종줄을 75% 이상 당긴 채 360도 회전을 유지하면 bank각이 점점 커지면서 회전 반경이 짧아지고, 속도가 빨라지며 침하율이 급속도로 커지는 급회전 조작을 의미한다. 이 스파이럴 턴은 침하속도가 크다는 속성으로 인해 구름으로부터 빠져 나올 때 등 급히 고도를 떨어뜨리고자 할 때 사용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비상시에 사용해야 할 극한 조작이 일부 파일러트들 사이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고 뭔가 보여주는 묘기비행으로 유행하면서부터 패러글라이딩에 사고 발생율이 매우 높아졌다. 특히 지역의 일부 고급자나 지도자, 또 제조사의 데모비행팀 등이 무분별하게 묘기비행을 선보이고, 나아가 누가 더 낮게 까지 유지하느냐와 누가 더 급하게 뒤집느냐로 은연 중에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매우 우려할 일이다.

초,중급자들이 보는 앞에서 이러한 묘기 아닌 묘기비행을 선보이게 되면 그것은 하나의 충격으로서 그들의 잠재의식 속에 깊이 각인되어 고급 비행자만 되면 나도 저렇게 해보아야지 라는 목표로 자리잡게 된다. 그리하여 불과 1-2년의 경력밖에 없어도 쉽게 독립하여 클럽을 차리고 스스로 고급자가 된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 그들은 잠재의식 속의 숙원(?)이었던 스파이럴 턴을 아무런 준비나 지식없이 실행해 보게 된다.
이러한 일들은 거의 사고로 이어지고 있으나 그렇게 큰 경종이 되지 못하고 여기저기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그 다음에 실제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막상 스파이럴에 들어갔을 때 그 다음 회복방법을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그저 '만세' 하여 양쪽 조종줄을 풀어주고 기다리면 저절로 회복이 된다고 가르쳐졌으나 최근에는 바뀌었다. 적극적으로 반대쪽 조종줄을 당겨주어 회전에 브레이크를 걸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사항인데, 과거에는 기체의 성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지만 요즘의 기체들은 워낙 고성능이기 때문에 조작에 따른 반응이 매우 다이나믹해졌다. 따라서 스파이럴에 더 쉽게 들어가게 되고, 그 효과도 훨씬 극적이기 때문이다.



네가티브 턴(nagative turn)과 스파이럴 턴은 근본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그 회복방법도 달라야 한다. 네가티브 턴은 기체의 실속(stall)이 원인이기 때문에 조종줄을 풀어주어 속도를 붙여주면 해결이 된다. 그러나 스파이럴은 실속이 아니라 회전 조작이기 때문에 그 회전을 멈출 수 있도록 반대쪽 브레이크를 당겨주어야 한다.
단순히 ' 만세' 함으로써 조작을 더 이상 가하지 않으면 자체 안정성(복원력)으로 저절로 회복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번 사고에서도 보듯이 쉽게 90도 뱅크 스파이럴에 돌입이 되고, 그 다음에는 조종을 풀어도 그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점점 더 빨라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locking 되었다' 라고 표현하는데, 말 그대로 스파이럴 상태에 잠겨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 반대쪽을 과감하게 당겨주어야 멈출 수가 있는데, 이 조작으로 스파이럴에서 빠져 나오는 순간 반대쪽을 너무 많이 당긴 나머지 네가티브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네가티브는 문제가 안된다.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만세' 만 하면 금새 회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회복법을 모른 채 스파이럴을 시도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각 지역이나 클럽의 지도자들과 고급자들이 솔선하여 보여주기 위한 비행을 삼가고, 안전한 정석 비행을 하는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 요구된다.
스파이럴에 의한 사고는 주로 초보자보다는 고급자들에게 발생되는 사고 유형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도 다치고, 후배들도 사고로 이끌게 되는 일을 무신경하게 해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스파이럴 턴에 의한 사고 만큼은 막아 보자. 사고를 당한 에릭기용씨의 명복을 빈다.

출처 : 공주하늘누림
글쓴이 : 부엉이(서원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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