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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잘 돌아가나?

5만원 신권 돈다발 사진 찍었다가 삭제했다고 얘기까지 해준 걸 검찰이 복원 안했을 리가 없겠고, 그럼 왜 지금껏 모른 척 했을까?

by skyrider 2012. 4. 6.

이슈 총리실 사찰 파문

‘5천만원’ 사진, 검찰은 못 봤나, 안 봤나?

미디어오늘 | 입력 2012.04.05 17:12

"복원 못했다" 해명 납득 어려워…'결정적 증거' 못본척?


[미디어오늘허완 기자]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을 위한 '입막음' 돈으로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5천만원 돈다발의 사진이 4일 공개된 이후, 검찰의 수사의지에 또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자금 출처와 청와대 개입 여부를 밝힐 유력한 단서를 검찰이 왜 방치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통합당 'MB정권-새누리당 심판 국민위원회(MB심판위·위원장 박영선)'는 5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은 왜 이 사진 복구가 안됐는지, 아니면 일부러 안 한 건지, 못한 건지에 대해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애초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휴대폰으로 돈다발의 사진을 찍은 뒤 이후 이를 삭제했고, 이 같은 사실을 검찰에 진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장 전 주무관의 변호인 이재화 변호사는 "3월21일 장진수 주무관은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2010년 4월경 류충렬 단장으로부터 5천만원을 받았고, 류 단장은 청와대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이 마련해준 돈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며 "(당시) '비닐로 포장된 5만원권 돈다발 사진을 휴대폰으로 찍었다가 지웠는데 검찰이 복구할 수 있으면 해달라고 진술하면서 휴대폰을 임의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돈다발 사진이 4일 오후 언론에 폭로되기 직전까지도 "복원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영선 위원장은 "어제 4시에 기자회견을 할 당시에 검찰에 확인해본 그 시간까지 검찰은 복원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했다"며 "과연 검찰수사가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4일 오마이뉴스의 팟캐스트 < 이슈털어주는남자 > 가 공개한 사진은 어떻게 나오게 된 걸까.





▲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5만원권 돈다발 사진. 장 전 주무관은 삭제됐던 사진 다섯 장을 복원해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 이슈털어주는남자 > 에 4일 공개했다. ⓒ오마이뉴스

이재화 변호사는 "10여분 만에 복구했다"고 전했다. 장 전 주무관이 "4월3일 저녁 무렵에 심심풀이로 사진이 복구되는지를 확인해보기로 마음먹고 인터넷에서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장 전 주무관은 3월29일 변호인을 통해 해당 휴대폰을 검찰로부터 돌려받았다. 이 변호사는 "검찰에서 이걸 복구 못했다는 이야기는 저로서는 납득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증거가 여기 있다'고 숟가락을 떠 줬는데도 검찰이 받아먹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검찰은 뒤늦게 '액션'을 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어제 오후, 돈다발 사진이 < 오마이뉴스 > 를 필두로 언론에 연이어 공개되자 검찰은 장 전 주무관에게 급히 전화를 걸어 '휴대폰을 다시 가져오라'고 재촉했다. 이 변호사는 "(오후) 다섯 시 반경에 검찰에 전화를 했다. 휴대폰을 갖고 왔다. 지금 바로 갖다 주려고 하는데 어떠냐고 물으니까 검찰은 '필요 없게 됐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복원이 됐다'고 거기서도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우리는 이미 (사진이) 복구되어서 수사가 진행 중인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검찰이 거짓말을 했거나, 의도적으로 부실수사를 했을 경우다. 먼저 검찰이 장 전 주무관의 휴대폰에서 돈다발 사진을 복원하려고 시도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장 전 주무관은 애초 수사의 단서가 될 만한 '삭제된 사진'의 존재를 귀띔했다. 자금 출처에 대한 수사가 '윗선'의 개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매우 중요했다는 점에서 무시할 만한 증언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수사기관'인 검찰이, 이를 무시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박영선 'MB 새누리당 심판 국민위원회' 위원장. ⓒCBS 노컷뉴스

그렇다면 '복원하지 못했다'는 검찰의 애초 해명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비전문가인 장 전 주무관이 단 10분에 걸쳐 복원한 사진이다. 검찰의 '실력'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믿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남는 건, 검찰이 복원을 마치고도 사진을 '못본척' 했을 가능성이다. 당장 사진이 공개된 뒤 5일자 신문들은 이 사진을 일제히 보도하며 자금 출처를 조사하라고 검찰에 촉구하고 나섰다. 돈다발 사진이 '윗선'을 밝힐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검찰의 부실·축소수사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MB심판위의 유재만 변호사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고, 이재화 변호사는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말했다. 박영선 위원장은 "수사를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사즉생'의 각오라는 게 이런 건지 정말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관봉'된 형태라는, 생소한 단어와 함께 등장한 5만원권 돈다발은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장 전 주무관을) 도와준 것'이라는 류충렬 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의 해명과도 어긋난다. 검찰에게 부족한 것이 '수사의지'인지, '수사 능력'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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