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출신 검사들이 내곡동 사저 수사팀에 기소의견 접으라 요구”
한겨레 입력 2013.01.29 07:01 수정 2013.01.29 11:
[한겨레]'기소' 고집하다 괘씸죄…차장·부장검사 한달뒤 '좌천 인사'
"이 사건 전(田)의 경우에도 경호시설 건축이 확실하였던 점을 볼 때 계약 당시에 지가의 상승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감정평가액이나 공시지가의 비율을 가지고 일률적으로 매매대금을 배분하는 것은 당사자 간에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이 모호한 표현들은 검찰이 2012년 6월8일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서울 내곡동 사저 땅 헐값 매입 사건을 모조리 무혐의 처분하면서 불기소 결정서에 써놓은 글귀들이다. 결정서에는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등 한눈에 쏙 들어오지 않는 표현이 즐비했다. 그럴 만했다. 검사가 자신의 뜻과는 반대되는 결정문을 써야 했던 탓이다.
이 대통령이 퇴임 뒤 살게 될 집터를 내곡동에 마련하면서 자신이 부담해야 할 땅값 가운데 8억~10억원을 경호처에 떠넘겼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4개월 뒤 이광범 특별검사팀의 수사로 이런 결론은 간단하게 뒤집혔다. 특검팀 관계자는 "검찰 수사기록을 보면 검사가 수사를 매우 열심히 한 게 보인다. 거의 기소 의견으로 가는 분위기였는데, 마지막에 무혐의로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 '무혐의 과정' 털어놔
"발탁해준 은혜 몰라준다" 말 돌아
■ 고려대 출신 수사-지휘 라인
내곡동 사저 사건은 검찰의 눈치보기·봐주기 수사가 어떤 것인지 여실히 드러낸 사례다. 이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한상대(54)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지휘부의 노력은 필사적이었다.
민주당 등이 고발장을 내자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명예훼손 사건이나 공무원 범죄를 수사하는, 전국 검찰청의 선임 부서다. 형사1부장은 고려대 출신의 백방준(48) 부장검사였다. 한상대 검찰총장-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백방준 형사1부장으로 이어지는 내곡동 사저 사건 수사의 '고려대 라인'이 형성된 것이다.
검찰 수뇌부는 사건의 조용한 해결을 원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경호처가 내곡동 사저 터(463㎡·140평)와 경호동 터(2143㎡·648평)를 54억원에 '통으로' 매입하고, 나중에 이 대통령과 국가의 부담분을 나누면서 경호처 예산을 다 써가며 이 대통령 부담분을 낮춰주려 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이를 주도한 김인종(68) 전 청와대 경호처장과 경호처 실무자 김태환(57)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대통령 일가에게 이득을 줘 결과적으로 국가가 손해를 봤으니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얘기였다. 아버지를 대신해 내곡동 땅을 사들인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35)씨의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내곡동 땅 매입대금 12억원을 본인 명의로 조달했고 취득·등록세도 납부한 점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거래자로 볼 수 있어, 기소 대상이 안 된다고 봤다.
그러나 한 총장을 비롯한 검찰 지휘부의 '무혐의' 의견은 강경했다. 경호처 관계자 2명만 배임 혐의로 기소한다고 해도, 배임 행위로 이득을 본 사람이 이 대통령이 되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 신분이라 기소를 피할 수 있다고 해도 결국 '국민 세금을 해먹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검찰 지휘부는 '전원 무혐의'를 밀어붙였다.
■ 서울중앙지검 '기소' 의견 찍어누른 대검
검찰 지휘부는 수사 과정에서도 '대통령 일가의 방패막이'를 자임했다. 야당이 고발한 7명 중에 소환 조사를 받은 사람은 김인종 전 처장 정도였다. 서울중앙지검은 핵심 인물인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를 불러 조사하자고 했으나 이마저도 막혔다. 결국 한 차례 서면조사만으로 끝냈다. 이시형씨에게 내곡동 땅 매입 대금 6억원을 현금으로 빌려줬다는 이 대통령의 형 이상은(80)씨도 서면조사가 전부였다. 결국 특검에서 소환 조사를 받은 이시형씨는 "큰아버지 집에서 현금 6억원을 가져온 날은 2011년 5월23일이 아닌 24일"이라며 검찰에 낸 서면진술서 내용을 뒤집기까지 했다. 검찰의 부실수사가 도를 넘은 수준임을 보여준 사례였다.
서울중앙지검의 송찬엽 1차장, 백방준 형사1부장, 한석리 부부장(주임검사)은 김 전 처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하지만 대검은 사건의 결론 자체를 뒤집으려고 했다. '대통령한테 해를 끼치는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게 한 총장의 뜻이었고,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도 그 뜻을 충실히 따랐다고 한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의견이 충돌하자, 대검의 최재경 중수부장과 이금로 수사기획관, 서울중앙지검의 최교일 지검장과 송찬엽 1차장 등이 모여 회의를 열어 '맞짱 토론'을 하기도 했다. 최 중수부장은 "사저가 들어서면 경호동 부지의 시세가 올라가서 개발이익이 생길 텐데, 이 이익을 국가가 독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무혐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직'은 기소 의견을 굽히지 않는 수사라인을 상대로 회유에 나섰다. 특히 수사의 실질 책임자인 백방준 형사1부장에 대한 압박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고려대 선배·동료 검사들이 백 부장에게 기소 의견을 접으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발탁해준 은혜를 모르고 이래서야 되겠느냐'는 말까지 오갔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직 차원의 회유에 수사라인은 뜻을 접었다. 주임검사의 뜻에 반해 이뤄진 전원 무혐의 결정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등 불기소 결정서의 모호한 표현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의 주임검사가 불기소 결정문을 쓰는 데 애를 먹자, 대검에서 결정문까지 써주겠다고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상대 취임뒤 고려대 요직 배치
'조용한 해결' 원했던 지휘부
이시형 소환 막는 등 방패 노릇
'전원 무혐의' 완강히 밀어붙여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등
불기소 결정문 모호한 표현 귀결
"고려대 후배라 배신감 컸을 것"
'뜻 거스르면 보복' 냉혹함 드러내
■ 괘씸죄 걸린 검사들에게 인사 보복
내곡동 사건 무혐의 결정에 반발했던 백 부장검사는 한달 뒤 인사에서 춘천지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사법연수원 21기 동기 검사들이 대검 기획관이나 지역의 큰 검찰청 차장으로 발령받을 때, 전국 검찰청의 선임부장을 역임한 검사가 동기들 가운데 10위권 밖의 자리로 밀려난 것이었다. 백 부장검사의 좌천에는 고려대 출신이면서도 한 총장의 뜻을 거스른 '괘씸죄'가 적용됐다. 검찰 관계자는 "한 총장으로서는 고려대 출신인 백 부장이 내곡동 사건에서 기소 의견을 내고 말을 잘 안 들으니 더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후배라도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내친다'는 냉혹함을 한 총장이 보여준 것이다. 당시 기소 의견을 냈던 송찬엽 1차장도 동기 검사장 중에 유일하게 일선 지검장으로 나가지 못하고, 서울고검 차장으로 발령났다. 좌천 인사였다.
한 총장 취임 뒤 처음으로 이뤄진 2011년 8월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장 8명 중 5명과 형사부·특수부·공안부의 선임부장이 모두 고려대 출신이었다. 대검 대변인과 수사기획관·공안기획관도 고려대 출신이었다. '고려대 우대'는 이듬해 인사에서도 유지됐다. 검찰 관계자는 "한 총장은 고려대 출신을 주요 자리에 앉히면 조직이 장악될 걸로 착각했다. 양심 있는 검사들과 비(非)고려대 출신들은 그런 인사를 보며 칼을 품었다. 그런 게 바로 검찰 조직을 밑에서부터 허물어 무너뜨리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무엇이 진실이냐를 따지기보다는 무엇이 대통령과 정권의 안위를 위한 길이냐를 먼저 따지던 정치검사들의 행태는 결국 검찰 붕괴의 시발점이 됐다. 검찰 관계자는 "민간인 사찰이나 내곡동 사저 사건은 대통령이 관련된 사건이어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검찰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하늘이 준 기회였지만, 검찰은 그 기회를 내쳐버렸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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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전(田)의 경우에도 경호시설 건축이 확실하였던 점을 볼 때 계약 당시에 지가의 상승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감정평가액이나 공시지가의 비율을 가지고 일률적으로 매매대금을 배분하는 것은 당사자 간에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이 퇴임 뒤 살게 될 집터를 내곡동에 마련하면서 자신이 부담해야 할 땅값 가운데 8억~10억원을 경호처에 떠넘겼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4개월 뒤 이광범 특별검사팀의 수사로 이런 결론은 간단하게 뒤집혔다. 특검팀 관계자는 "검찰 수사기록을 보면 검사가 수사를 매우 열심히 한 게 보인다. 거의 기소 의견으로 가는 분위기였는데, 마지막에 무혐의로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 '무혐의 과정' 털어놔
"발탁해준 은혜 몰라준다" 말 돌아
■ 고려대 출신 수사-지휘 라인
내곡동 사저 사건은 검찰의 눈치보기·봐주기 수사가 어떤 것인지 여실히 드러낸 사례다. 이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한상대(54)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지휘부의 노력은 필사적이었다.
민주당 등이 고발장을 내자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명예훼손 사건이나 공무원 범죄를 수사하는, 전국 검찰청의 선임 부서다. 형사1부장은 고려대 출신의 백방준(48) 부장검사였다. 한상대 검찰총장-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백방준 형사1부장으로 이어지는 내곡동 사저 사건 수사의 '고려대 라인'이 형성된 것이다.
검찰 수뇌부는 사건의 조용한 해결을 원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경호처가 내곡동 사저 터(463㎡·140평)와 경호동 터(2143㎡·648평)를 54억원에 '통으로' 매입하고, 나중에 이 대통령과 국가의 부담분을 나누면서 경호처 예산을 다 써가며 이 대통령 부담분을 낮춰주려 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이를 주도한 김인종(68) 전 청와대 경호처장과 경호처 실무자 김태환(57)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대통령 일가에게 이득을 줘 결과적으로 국가가 손해를 봤으니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얘기였다. 아버지를 대신해 내곡동 땅을 사들인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35)씨의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내곡동 땅 매입대금 12억원을 본인 명의로 조달했고 취득·등록세도 납부한 점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거래자로 볼 수 있어, 기소 대상이 안 된다고 봤다.
그러나 한 총장을 비롯한 검찰 지휘부의 '무혐의' 의견은 강경했다. 경호처 관계자 2명만 배임 혐의로 기소한다고 해도, 배임 행위로 이득을 본 사람이 이 대통령이 되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 신분이라 기소를 피할 수 있다고 해도 결국 '국민 세금을 해먹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검찰 지휘부는 '전원 무혐의'를 밀어붙였다.
■ 서울중앙지검 '기소' 의견 찍어누른 대검
검찰 지휘부는 수사 과정에서도 '대통령 일가의 방패막이'를 자임했다. 야당이 고발한 7명 중에 소환 조사를 받은 사람은 김인종 전 처장 정도였다. 서울중앙지검은 핵심 인물인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를 불러 조사하자고 했으나 이마저도 막혔다. 결국 한 차례 서면조사만으로 끝냈다. 이시형씨에게 내곡동 땅 매입 대금 6억원을 현금으로 빌려줬다는 이 대통령의 형 이상은(80)씨도 서면조사가 전부였다. 결국 특검에서 소환 조사를 받은 이시형씨는 "큰아버지 집에서 현금 6억원을 가져온 날은 2011년 5월23일이 아닌 24일"이라며 검찰에 낸 서면진술서 내용을 뒤집기까지 했다. 검찰의 부실수사가 도를 넘은 수준임을 보여준 사례였다.
서울중앙지검의 송찬엽 1차장, 백방준 형사1부장, 한석리 부부장(주임검사)은 김 전 처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하지만 대검은 사건의 결론 자체를 뒤집으려고 했다. '대통령한테 해를 끼치는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게 한 총장의 뜻이었고,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도 그 뜻을 충실히 따랐다고 한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의견이 충돌하자, 대검의 최재경 중수부장과 이금로 수사기획관, 서울중앙지검의 최교일 지검장과 송찬엽 1차장 등이 모여 회의를 열어 '맞짱 토론'을 하기도 했다. 최 중수부장은 "사저가 들어서면 경호동 부지의 시세가 올라가서 개발이익이 생길 텐데, 이 이익을 국가가 독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무혐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직'은 기소 의견을 굽히지 않는 수사라인을 상대로 회유에 나섰다. 특히 수사의 실질 책임자인 백방준 형사1부장에 대한 압박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고려대 선배·동료 검사들이 백 부장에게 기소 의견을 접으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발탁해준 은혜를 모르고 이래서야 되겠느냐'는 말까지 오갔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직 차원의 회유에 수사라인은 뜻을 접었다. 주임검사의 뜻에 반해 이뤄진 전원 무혐의 결정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등 불기소 결정서의 모호한 표현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의 주임검사가 불기소 결정문을 쓰는 데 애를 먹자, 대검에서 결정문까지 써주겠다고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상대 취임뒤 고려대 요직 배치
'조용한 해결' 원했던 지휘부
이시형 소환 막는 등 방패 노릇
'전원 무혐의' 완강히 밀어붙여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등
불기소 결정문 모호한 표현 귀결
"고려대 후배라 배신감 컸을 것"
'뜻 거스르면 보복' 냉혹함 드러내
■ 괘씸죄 걸린 검사들에게 인사 보복
내곡동 사건 무혐의 결정에 반발했던 백 부장검사는 한달 뒤 인사에서 춘천지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사법연수원 21기 동기 검사들이 대검 기획관이나 지역의 큰 검찰청 차장으로 발령받을 때, 전국 검찰청의 선임부장을 역임한 검사가 동기들 가운데 10위권 밖의 자리로 밀려난 것이었다. 백 부장검사의 좌천에는 고려대 출신이면서도 한 총장의 뜻을 거스른 '괘씸죄'가 적용됐다. 검찰 관계자는 "한 총장으로서는 고려대 출신인 백 부장이 내곡동 사건에서 기소 의견을 내고 말을 잘 안 들으니 더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후배라도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내친다'는 냉혹함을 한 총장이 보여준 것이다. 당시 기소 의견을 냈던 송찬엽 1차장도 동기 검사장 중에 유일하게 일선 지검장으로 나가지 못하고, 서울고검 차장으로 발령났다. 좌천 인사였다.
한 총장 취임 뒤 처음으로 이뤄진 2011년 8월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장 8명 중 5명과 형사부·특수부·공안부의 선임부장이 모두 고려대 출신이었다. 대검 대변인과 수사기획관·공안기획관도 고려대 출신이었다. '고려대 우대'는 이듬해 인사에서도 유지됐다. 검찰 관계자는 "한 총장은 고려대 출신을 주요 자리에 앉히면 조직이 장악될 걸로 착각했다. 양심 있는 검사들과 비(非)고려대 출신들은 그런 인사를 보며 칼을 품었다. 그런 게 바로 검찰 조직을 밑에서부터 허물어 무너뜨리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무엇이 진실이냐를 따지기보다는 무엇이 대통령과 정권의 안위를 위한 길이냐를 먼저 따지던 정치검사들의 행태는 결국 검찰 붕괴의 시발점이 됐다. 검찰 관계자는 "민간인 사찰이나 내곡동 사저 사건은 대통령이 관련된 사건이어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검찰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하늘이 준 기회였지만, 검찰은 그 기회를 내쳐버렸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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