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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잘 돌아가나?

잡으라는 도둑은 안잡고 "도둑야!" 소리친 사람은 시끄럽게 했다고 잡는, 이상한 나라의 '법'

by skyrider 2013. 2. 14.

이슈 새정부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

<안기부 X파일에 얽힌 황교안-노회찬 '엇갈린 운명'>(종합)

연합뉴스 | 입력 2013.02.14 17:31 | 수정 2013.02.14 19:17

'수사지휘' 黃 법무장관 내정…'떡값검사 폭로' 魯 의원직 상실

1976년 졸업 경기고 동기동창생 '얄궂은 인연'도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와 수사지휘 검사로 인연을 맺었던 노회찬(57) 진보정의당 의원과 황교안(56) 법무장관 내정자가 하루 시차를 두고 운명이 엇갈렸다.

 

X파일 내용 중 일부인 '떡값 검사' 명단을 공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노 의원은 14일 대법원에서 집행유예가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당시 X파일 사건 수사팀을 총괄 지휘한 황교안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전날 박근혜 정부의 첫 법무장관 내정자로 지명됐다.

특히 두 사람이 1976년 경기고를 함께 졸업한 동창생이어서 법조계 안팎의 시선을 끌었다.

두 사람의 '꼬인' 인연은 2005년 7월 MBC가 옛 안기부 도청 조직인 '미림팀'의 도청자료를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미림팀의 불법 도청 녹음테이프인 'X파일'에는 1997년 대선 전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과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삼성 측이 정치권 및 검찰 고위직에 명절 '떡값'을 제공하기로 논의하는 내용이었다.

내용을 입수한 노 의원은 그해 8월18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앞서 보도자료를 배포해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것으로 언급됐던 전ㆍ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같은 내용의 자료를 올렸다.

'떡값 검사' 명단에 올랐던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은 노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즉각 검찰에 고소했다.

고소를 당한 노 의원은 당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 X파일' 내용에 대한 본격 수사의 신호탄이 되리라는 의미에서 크게 환영한다"며 "승소 패소는 중요하지 않다. 진실만 밝혀진다면 승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노 의원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황 내정자가 이끈 검찰 수사팀은 불법 도청 자체에 수사의 초점을 맞췄다.

반면, X파일에 담긴 삼성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진실 규명의 한계를 드러냈다. 삼성 관계자들은 증거 불충분으로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떡값 검사'로 지목된 인사들도 전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데다 고발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뇌물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당시 수사팀의 판단 근거였다.

시민단체는 검찰이 '재벌권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노 의원은 그로부터 2년 뒤인 2007년 5월 명예훼손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에도 노 의원은 "검찰 스스로 진실 규명을 회피했기에 내가 직접 나서 법정에서 진실을 규명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의 기소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이후 1심과 2심, 상고심, 파기환송심에 이어 이날 상고심까지 다섯 차례나 재판을 받았다.

결국 이날 노 의원의 유죄가 확정됨으로써 'X파일'을 둘러싼 노 의원과 검찰의 줄다리기는 노 의원의 판정패로 막을 내렸다.

노 의원은 이날 판결에 대해 "뇌물을 지시한 재벌그룹 회장, 수수를 모의한 간부, 전달한 사람, 뇌물을 받은 떡값 검사들이 모두 억울한 피해자고 이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저는 가해자라는 판결"이라며 "8년 전 그날, 그 순간이 다시 온다 하더라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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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도둑이야'하니 '왜 소리 지르냐'고 처벌"

노컷뉴스 | 조근호 | 입력 2013.02.15 09:45
[CBS 조근호 기자]

"'도둑이야'라고 소리치니까 도둑인지 아닌지는 조사하지 않고 '왜 한밤중에 주택에서 소리를 지르느냐'며 소리치는 사람을 처벌하는 꼴이 됐다."

대법원의 유죄 확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날 대법원 판결을 이같이 비판했다.

 

노 대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설사 법을 위반했더라고 처벌하지 않는 원칙, 위법성조각사유라는 것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 대표는 따라서 자신에게 적용된 통신비밀보호법과 관련해 "비록 불법녹취된 내용을 공개했더라도 수사 촉구 등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것이 저희들의 주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안기부 X파일 사건'을 "비상한 공적 관심사가 아니라고 평가했다"며 "대법원의 그런 판단 자체가 사실은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노 대표는 또 통신비밀보호법의 개정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들어 이번 대법원 판결을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거 아니냐라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노 대표는 "지난해 11월 개정안이 이미 제출됐고 2월이나 4월에는 국회에서 개정될 것으로 예정돼 있었는데 법이 고쳐질까 두려워 먼저 판결한 것처럼 됐다"고 해석했다.

노 대표는 당시 안기부X파일 사건 수사를 지휘하며 자신을 기소했던 황교안 변호사가 박근혜정부의 법무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박근혜정부의 법무장관은 전면적인 검찰개혁을 추진해야 할 사람이 요구되는데 가장 완고하게 검찰의 철학과 관행을 대변하는 분이 내정됐기 때문에 많은 분들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노 대표는 "일단 이 사건과 관련해 형식적으로는 대법원의 판결로써 심판은 종결되었지만 이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노 대표는 그러면서 "아직도 서울중앙지검에는 당시에 압수됐으나 공개되지 않은 280여개의 안기부 X파일이 그대로 있다"고 주장했다.

"일제 때 있었던 친일행위에 대도 수십년 뒤 국회에서까지 특별법을 만들어 과거사 진상규명을 하듯 건국 이래 최대의 부정비리라고 하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앞으로 조사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노 대표는 "권세를 누리라고 국회의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권력들의 비리가 기득권층의 비호에 의해 가려질 때 낱낱이 공개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 국회의원의 일이다"고 강조했다.

노 대표는 이에 따라 "그 일을 하는데 다소 희생이 따르더라도 스스로 감수하는 것이 뽑아준 유권자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chokeunho21@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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