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를 위해 새마을운동을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 다시 한 번 범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킬 것을 제안했습니다.” 
 
20일 KBS가 <뉴스9> 머리기사로 보도한 ‘새마을 운동 범국민운동으로 승화’ 리포트 가운데 일부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해 제2의 새마을운동을 제안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새마을 운동을 우리 현대사를 바꾼 정신혁명으로 평가하고 다시 한 번 범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키자”는 게 대략적인 내용이다. 
 
문제는 구체적인 내용도 없고, 뉴스가치에 있어서도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이 사안이 20일 지상파 방송3사 머리기사로 일제히 등장했다는 점이다. 
 
   
2013년 10월20일 KBS <뉴스9>
 
지상파 방송3사, ‘제2의 새마을운동’ 홍보대사 자처? 
 
“‘도시와 농촌, 수도권과지방의 격차를 해소하고 세대 지역 계층간 갈등의 골을 메워 나가는 것이 제2 새마을 운동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발언) 또, 개발도상국에 한강의 기적 등 발전 경험을 적극 전수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13년 10월20일 MBC <뉴스데스크> ‘박, 제2의 새마을운동 제안’에서 인용) 

   
2013년 10월20일 MBC <뉴스데스크>
 
“제2의 새마을 운동은 도시와 농촌,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해소하고 세대와 지역, 계층간 갈등의 골을 메워나가는, 공동체운동이 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박 대통령은 특히 새마을 운동을 국제협력프로그램으로 확대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13년 10월20일 SBS <8뉴스> ‘제2의 새마을운동…국민통합형으로’에서 인용) 
 
   
2013년 10월20일 SBS <8뉴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작한 국민운동을 재조명하는 자리에 대통령이 된 딸이 참석한”(JTBC 주말뉴스9) 정도의 사안에 상당한 의미부여를 한 셈이다. 
 
메인뉴스 머리기사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찍히지만 최소한의 우려나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것도 문제다. 실제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제2 새마을 운동’ 추진에 대해 “정권주도의 관변운동으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고 여권의 조직력 확대와 연계되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서도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방송3사에서 이 같은 우려는 반영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웃는 모습’과 주요발언 위주로만 소개됐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에게 ‘제2의 새마을운동’이 필요한가에 대한 최소한의 문제의식은 없었다. 
 
박 대통령의 ‘제2의 새마을운동’ 제안을 머리기사로 올린 방송사들이 정국 최대현안으로 떠오른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쟁점 흐리기, 물타기, 본질 회피 등 온갖 문제점을 노출했다. 특히 KBS MBC뉴스의 문제가 두드러졌다. 
 
‘검찰 내분’ ‘문재인·안철수 댓글 내용’이 없는 KBS MBC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해온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이 갑자기 수사팀에서 배제돼 논란을 빚은 지난 18일 KBS는 <뉴스9> 11번째 리포트에서 “국정원 직원 3명이 어제(17일) 검찰에 체포됐다가 석방됐다”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전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의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수사 책임자가 돌연 바뀌게 됐고 △이에 따라 국정원 수사와 관련해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KBS는 엉뚱하게도(!) “검찰이 국정원 직원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에 통보해야 하는 절차를 지키지 않아 국정원의 항의를 받고 3명의 직원들을 석방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리포트 제목도 ‘3명 체포했다 석방’이었다. 
 
KBS는 이어진 리포트 ‘규정위반 … 보직해임’에서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 적용과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윤 팀장이 의도적으로 보고와 결재를 누락하면서 또 다른 파문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팀장이 보고를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영장집행을 감행한 이유,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팀장을 전격 교체한 배경 등 짚어야 할 것들이 많았지만 KBS는 ‘핵심사안’에 대해선 외면했다. 
 
   
2013년 10월18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갈무리
 
MBC도 별반 다르지 않다. MBC는 지난 18일 <뉴스데스크> 5번째 리포트 ‘독자 행동, 댓글 수사팀장 배제’에서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에도 정치 관련 글을 올렸다며 체포해 조사했다”도 보도하면서도 “그런데 수사팀장이 보고라인을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MBC는 해당 리포트에서 “윤 팀장의 업무배제를 놓고, 검찰일각의 반발이 확산될 경우 제2의 검란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분석은 없었다. 
 
같은 날 JTBC가 <뉴스9>에서 5꼭지로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현 정부 들어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비롯해 공안 검사들에게 상당히 힘이 실리고 있는데 계속되는 충돌엔 윤(석열) 팀장을 중심으로 한 특수통 검사들의 거센 반발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 것과는 현격히 차이가 난다. 
 
   
2013년 10월18일 JTBC <뉴스9> 화면갈무리
 
KBS는 주말 동안에도 ‘간추린 단신’(19일)과 ‘여야 공방’(20일)으로 관련 내용을 전했을 뿐 국정원 직원들이 대선 당시 올렸던 트위터글 5만 5천여 건 중 일부를 민주당이 공개한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 MBC 역시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수사를 강행한 윤석열 수사팀장에 대해 검찰이 진상조사에 나섰다’(19일)는 내용과 이 사안에 대한 ‘여야 공방’만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했다. 
 
구체적인 내용도 없고, 뉴스가치에 있어서도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제2의 새마을운동’은 발언 내용을 세밀하게 보도하면서, 국정원 대선개입과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검찰 내분’과 민주당이 공개한 ‘문재인·안철수 댓글’ 내용은 은근슬쩍 모른 척 넘어간다. KBS MBC에 ‘윤석렬’은 사라지고 ‘새마을 운동’만 나부끼고 있다.